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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2) <모차르트!> 박은태 - 스스로 풀어내니 넓고 깊어지다 [No.93]

글 |김유리 사진 |심주호 2011-06-21 5,270

곱고 청명한 음색, 조곤조곤한 말투, 예의 바른 눈빛과 해사한 웃음, 그리고 성실함. 박은태의 트레이드 마크다. 특유의 성실함으로 늘 바르게 성장하고 있는 청년의 이미지는 믿음직스러운 한편 흥미진진함은 덜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성실함은 그의 인생에 여러 번 드라마틱한 순간을 선사했다. 2001년에는 강변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 2007년 고작 한 작품의 앙상블 경력이 전부인 무명 배우가 음색과 가능성만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아르에 발탁, 2010년에는 <모차르트!>에서 볼프강 역의 얼터로 무대에 서게 될지 확실치 않은 상황에 극적으로 주연으로 캐스팅되는 등 매 순간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후 박은태는 가장 흥미진진한 이력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중 하나다. 

 

 

스스로를 풀어내니 넓고 깊어지다
촬영장에 들어선 그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자는 촬영 컨셉을 설명하니 눈을 반짝인다. “꼭 해보고 싶었어요, 재미있겠는데요?” 촬영을 하는 동안 그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진심으로 즐거워했고, 눈빛에는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20여 분쯤 이야기하니 예전부터 알던 박은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전해져 온다. 자신이 세워둔 룰이 있어 다음 날 공연이 있으면 무조건 술자리를 피하고 말도 아끼던 ‘바른생활맨’이었던 그에게 이제는 조금 다른 향기가 났다. 주어진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자세는 그대로였지만, 그 전에 느껴지던 그만의 틀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여유로움 안에서 스스로를 컨트롤한다는 느낌이랄까. “저를 많이 풀려고 노력했어요. 전에는 사람들 사이에 지켜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틀을 만들어 놓고 있었죠. 지난해 개인적으로 그걸 깨야할 일이 생겼고, 때마침 연극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여기서 맡은 역할이 그냥 죽는 게 아니라 심장을 다 내어놓고 죽어야 하는 역할인 거예요. 제가 가진 틀을 그대로 안고서는 그 극한의 감정까지 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의식적으로라도 좀 자유로워지고자 그는 이제까지의 박은태라면 시도해보지 않았을 다양한 것을 경험해보는 한편, 작품의 대본을 더욱 파고들기 시작했다는 것. “막연한 연기가 아니라 내가 이 부분에서 이 대사를 해야 하는 이유와 인물의 전사를 파고들고, 그걸 내 말에 맞게 연기하고, 수정해야 했어요. 짧은 연습 기간이었지만 반복하는 사이 제가 조금 단단해지지 않았나 싶어요.”
짧지만 강렬했던 연극 무대의 경험은 다시 모차르트의 옷을 입은 박은태에게 조금 더 넓어진 시야를 주었다. 한층 넓고 깊어진 눈으로 늘 함께 등장하는 천재성을 형상화한 ‘아마데’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텍스트를 볼수록 볼프강의 상대역은 콘스탄체나 레오폴트가 아닌 아마데란 생각이 들어요. 잠깐이라도 아마데가 나오는 장면에선 그가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장면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더라고요. 작년에는 제 노래, 제 연기하기에만 급급했는데, 이번에는 볼프강과 아마데의 교류에 좀 더 집중하려고요. 관객에게 아마데가 더 잘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는 볼프강과 아마데의 관계에 더 집중하고 그것을 잘 살려야만 모차르트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모차르트!>의 주인공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이기 때문이라는 것. “사람들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부러워하면서 그에게 계속 뭔가를 요구하는데, 볼프강 자신은 아마데로 형상화된 천재성이 늘 옆에 있어서 좋았던 적도 있었겠지만, 사실 그 천재성을 가지고 싶어서 가졌던 것은 아니잖아요. 그저 태어날 때부터 있었던 거고, 항상 나를 따라다니며 결국 족쇄처럼 느껴지게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아마데는 어느 순간 섬뜩하게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실함을 대표하는 그가 천재 모차르트를 맡는다는 것, 그리고 작품에 대해서는 고전적인 태도로 다가가는 그가 당대에 가장 모던한 음악가로 유행을 이끌었던 모차르트를 맡는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렇게 자신과는 다른 모습의 옷을 입어야 하는 것에 괴리감을 느낄 법도 한데, 그는 자신 안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알아버렸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작품에 괴리감은 어느 정도 다 있죠. 몰리나나 김생도 마찬가지였어요. 내 안에 그런 씨앗이 아주 조그맣게라도 있더라고요. 그것을 딱 잡으면 그때부터는 얼른 싹을 틔워야죠. 그러기 위해 준비하고 테크닉을 연습하는 거죠. 얼른 발견해서 금방 싹을 틔워 큰 나무로 만드는 연습이죠. 괴리감은 어떤 작품이나 역할이나 다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점점 제가 아는 박은태도 거의 없어져 가는 것 같아요. 오늘만 해도 그렇잖아요.(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3호 2011년 6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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