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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 & PEOPLE] 박은태와 니즈마 세이코 [NO.128]

사진 |심주호 진행 | 박병성 2014-05-07 7,214
한일 대표 뮤지컬 배우의 만남

한국과 일본,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박은태와 니즈마 세이코는 뮤지컬이라는 공통분모로 쉽게 가까워졌다. 4월 말 일본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박은태가 초대되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됐다. 콘서트에서 박은태와 세이코는 듀엣으로 <모차르트!>의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Dich Kennen Heisst Dich Lieben)’를 부른다. 니즈마 세이코가 박은태의 공연도 보고, 호흡도 맞춰볼 겸 한국을 찾았다. 인터뷰 후 세이코는 박은태가 괴물로 출연하는 <프랑켄슈타인>의 공연을 관람했다.

* 이 글은 기자가 질문을 하고 두 배우가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은 내용을 두 배우의 양해를 구하고 글의 재미를 위해 이야기하듯 편집한 것입니다. 





한국 배우 
일본 배우


박은태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유투브에서 세이코 씨가 노래하는 영상을 아내랑 같이 봤어요. 굉장히 노래를 잘하시더라고요. 아내가 실력 차이 나겠다며, 많이 연습해야겠다고 했어요.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세이코   오히려 제가 많이 배워야죠. 
박은태   개인적으로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콘서트에 참여하고 싶었은데, 공연 중이라 충분히 연습하지 못하고 무대에 올라야 해서 걱정이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와주셔서 노래를 맞춰볼 수 있어 정말 고마워요. 아무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 일본에 갈 때 준비하겠습니다.
세이코   제가 오히려 기뻐요. (은태 씨가 출연하는) <프랑켄슈타인>이 큰 선물입니다.
기    자   훈훈하네요. 일본 콘서트에서 <모차르트!>의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를 일본어 듀엣으로 부른다고요. 세이코 씨는 <모차르트!>에 출연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이 곡을 부르게 된 건가요?
박은태   제가 부탁했는데, 세이코 씨가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고마워요. 지난번에 보내주신 녹음 파일 잘 들었어요. 굉장히 좋아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이코   좋으셨다니 기쁘네요. 세 번 녹음한 것 중에 제일 잘 된 걸 보내드린 거예요. 일본 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어요. 많이 긴장되시죠?
박은태   상투적인 대답 같지만 정말 기대 반, 걱정 반이에요. 대부분 저를 모르시는 분들인데, 그분들 앞에서 노래를 해야 하니까요. 좋은 자리에 괜히 누가 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세이코   (한국말로) 괜찮아요. (웃음) 일본 뮤지컬을 보신 적 있나요?
박은태   극단 시키의 객원 단원으로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샤롯데씨어터에 오른 <라이온 킹>이 첫 작품이에요. 한국에서 공연하기 앞서 한국 분들을 초대해 일본에서 2회 공연했어요. 그때 일본에 두 달 있으면서 <오페라의 유령>, <캣츠> 시키 작품들을 봤어요. 일본 창작뮤지컬 <꿈에서 깨어난 꿈>을 감명 깊게 봤어요. 시키의 아사리 게이타 대표가 “한국 배우들은 노래를 잘하고, 일본 배우는 연기를 잘하고, 중국 배우는 몸을 잘 쓴다”고 했는데 일본 배우들도 노래를 잘하더라고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유투브로 세이코 씨가 노래하는 걸 보면서 일본에서도 잘하는 분은 정말 잘하는구나 싶었죠.
세이코   일본어는 닫는 발음이 많고 구강을 적게 써요. 목소리를 누르는 발음이 많죠. 그러다 보니 일본 배우들 중에는 코를 사용해서 노래하는 이들이 많아 한국 상황과 다른 것 같아요.
박은태   그런데 세이코 씨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세이코   저는 태국에서 7년 정도 살았고 그곳에서 국제 학교를 다녔어요. 그래서 발음하는 방식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박은태   일본어로 노래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일본 배우 분 중에 노래를 잘 부르시는 분들은 그만큼 더 노력한 셈이니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세이코 씨가 대단하단 생각이 드는 게 (악보를 펼쳐 들고) ‘이끼루( いきる, 살아간다)’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를 넓혀서 부르시더라고요. ‘루’는 닫는 발음이잖아요. 우리는 이 소절을 ‘살겠어(서)’로 노래하거든요. 
세이코   저도 ‘서’로 부르고 싶네요. (웃음) 그래서 번역자가 굉장히 중요해요. 대형 라이선스 공연 중에는 다카라즈카에서 초연할 경우가 많은데, 그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루’는 닫는 발음이라 내지르기 어려운데, 다카라즈카에서는 여배우가 남자 역을 해야 하니까, 어두운 소리가 편해요. 
박은태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나은 게, 연습을 하면서 발음이 어렵거나 노래하기 어려우면 고쳐달라고 해요. 번역하시는 분이 비교적 잘 고쳐주시는 편이에요. 일본은 어떤가요?
세이코   일본 문화를 흔히 ‘겸손’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문화이다 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큰 소리를 내거나 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분위기에요. 10년 전에는 태국에서 오래 살다 와서 그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았어요. 눈치 없이 번역가나 작곡가 선생님께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해서 선생님들이 당황하셨죠. 
박은태   우리나라로 치면 솔직하고 자유롭다는 점에서 정선아 배우 같은 존재네요. (편집자 주 : 정선아는 <모차르트!>의 콘스탄체 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박은태와 세이코가 콘서트에서 부르는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는 극 중에서 박은태와 정선아가 부른 노래이기도 하다.)






비슷하지만
다른 공연 문화


기   자   두 분 다 가수를 지망하다 뮤지컬 배우가 되셨어요.
세이코   셀린 디온 같은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타이타닉>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죠. 가수를 하고 싶었는데 잘 안 됐어요.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뮤지컬을 하게 됐어요.
박은태   저도요. 26살에 가수 활동을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았어요. 그때 당시만 해도 그렇게 노래를 잘하지도 못했고요. 
세이코   저도 뮤지컬에서 굉장히 많이 배우고 성장했어요. 노래를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요. 저는 법학과 출신이거든요. 검사가 되고 싶었죠.  
박은태   저는 군인이요. 솔저(Soldier)와 로이어(Lawyer)가 만났네요. 저는 춤을 전혀 추지 못했거든요. <라이온 킹> 오디션 때 싱어와 댄서를 따로 뽑길래 미친 척하고 지원했는데 덜컥 뽑힌 거죠. 어제는 <위키드>를 보셨다고요? 한국 뮤지컬을 어떻게 보았나요?
세이코   굉장히 놀라웠어요. 뮤지컬을 하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한마디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배우를 만나고 싶은데, 한국 배우 분들은 노래를 정말 잘해요. 예전에 <맘마미아!>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도나 역을 맡은 배우 분도 굉장히 파워풀하고 노래를 잘했어요. 에너지 넘치는 열정도 있고. 
박은태   최근 한국과 일본 간의 공연 교류가 많아지고 있잖아요. 한국 배우들이 일본에서 콘서트를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이런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세이코   필요한 일이라고 봐요. 한국 뮤지컬에 배울 점이 많아요. 한국 뮤지컬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오래되진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데도 한국 뮤지컬은 관객을 압도하는 힘과 열정이 느껴져요. 무엇보다 창작자들이 있죠. 발전해 온 역사는 다르지만 이런 점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박은태   일본 공연계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 배우들이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걸. 
세이코   일본 공연계 사람들은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갖고 보고 있어요. 위기감을 느끼기보단 객관적인 입장에서 굉장히 잘하는구나, 하고 응원하는 것 같아요. 
박은태   한국 창작뮤지컬을 보신 적도 있나요? <빨래>나 <셜록홈즈>의 일본 라이선스 공연에서 일본 배우들이 출연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세이코   지금까지 한국에서 <맘마미아>, <렌트>, <미스 사이공>, <위키드>를 봤어요. 2006년에 <미스 사이공>은 더블 캐스팅을 모두 봤고요. 2009년에 마이클 리가 나오는 공연도 봤어요. 마이클이 마지막 장면에서 킴에게 가잖아요. 정말 크리스 같았어요. 그런데 아직 창작뮤지컬을 보진 못했어요. 오늘 볼 <프랑켄슈타인>이 처음이에요. 혹시 제게 어울리는 작품이 있을까요?
박은태   실력이 뛰어나니까 어떤 역이라도 잘하실 거예요. 킴 역을 맡아서 <미스 사이공> 공연을 다 봤군요. 한국의 킴을 어떻게 봤나요?
세이코   제가 출연했던 <미스 사이공>은 오리지널 버전이었거든요. 그런데 2006년 한국 공연은 새로운 연출 버전이었어요. 굉장히 새로웠어요. 김보경 씨는 귀엽고, 보호해주고 싶은 킴이었어요. 일본에서 제가 출연할 당시 네 명의 킴이 있었는데 완전히 캐릭터가 달라요.
박은태   세이코 씨가 연기하는 작품을 보고 싶네요. 세이코 씨는 어떤 킴이었나요?
세이코   태국에서 7년간 살아온 것이 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일본 사람들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아시아 나라들의 가난한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해요. 개발도상국의 여자들이 아들만큼은 잘사는 나라로 보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죠. 
박은태   전 세계의 <미스 사이공>을 많이 보았다고 들었어요. 이 작품으로 각 나라의 관객들을 만나신 건데 각 나라의 관객들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세이코   한국 관객들은 굉장히 자유롭고 열정적이에요. 일본 관객 분들은 예의 바르게 굉장히 집중해서 보다가, 공연이 끝나면 열광적으로 박수를 쳐주죠. 그렇지만 한국 분들만큼 환호를 하진 않으세요. 그래서 한국에서 뮤지컬을 보면 관객 분들 때문에 저 역시 재밌어요. 은태 씨는 일본 관객 분들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은태   일본 관객 분들이 확실히 집중도가 높은 것 같아요. 배우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 조심하는 것 같고요. 한국 분들도 그런 마음을 지닌 분들이 있지만, 그보다 빅 넘버를 부르거나 하면 열광적으로 반응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으시죠. 
세이코   일본도 <렌트>만큼은 환호하는 분이 많으세요. 한국 관객들은 확실히 젊으세요. 일본 관객보다 10~20살 정도 젊은 것 같아요. 일본 젊은이들은 데이트로 공연을 보지 않는다는 거죠. 
박은태   한국도 마찬가지에요. 주로 젊은 여성 분들끼리 많이 오시죠.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공연 보고 소감 들려주세요. 저에 대해서도요.
세이코   본인 앞에서 그런 이야기하는 거 쑥스러워요. 따로 말씀 드릴 테니 잡지에서 확인해 주세요.  





니즈마 세이코가 본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박은태
"일본의 제국극장에 올릴 만한 스케일이 큰 작품으로 클래식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대작을 한국 창작진의 힘만으로 만들었다는 게 놀라워요. 
은태 씨는 감정을 담아 노래하기 때문에 한국어를 전혀 모르지만 
어떤 감정으로 노래하는지 느껴졌어요. 
모든 배우들이 그렇게 연기를 해주어서 역시 뮤지컬은 
국경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은태 씨는 집중력이 좋고, 열정과 에너지가 넘쳐서 
관객들이 눈을 뗄 수 없는 매력이 있었어요. 
<프랑켄슈타인>에는 빅 넘버들이 많은데 
저는 은태 씨가 부드럽게 부르는 노래와 연기가 섹시하게 느껴졌고 
감동을 받았어요." 



* 니즈마 세이코(新妻聖子 / Seiko NIZUMA)
2003년 5,000대 1의 경쟁을 뚫고 <레 미제라블> 에포닌 역으로 뮤지컬 데뷔. <미스 사이공> 킴 역으로 열연했고, <레 미제라블>의 팡틴느, <투모로우 모닝> 캣, <광장의 불빛>의 클라라 등 다양한 작품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일본의 대표적인 뮤지컬 배우.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로 주목받고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8호 2014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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