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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창극 <서편제> 판소리와 창극, 제대로 만나다 [No.114]

글 |이민선 사진제공 |국립극장 2013-04-10 4,544


국립극장은 ‘2012-2013 국립레퍼토리시즌’을 기획해, 장기적인 계획 아래 국립 예술 단체들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국립창극단은 1985년에 시작한 이래 28년간 지속하고 있는 <완창판소리>를 그대로 이어가는 한편, 창극 여섯 편을 소개한다. 독일의 거장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해 2011년에 초연했던 <수궁가>의 재공연을 제외하고, 다섯 편은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이다. 고전적인 장르라는 인식 탓에 그동안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창극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한 창작진 덕일까. 지난겨울에 선보인 <장화홍련>과 <배비장전>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어서 <서편제>와 <메디아>, <청소년 창극 시리즈> 세 편이 창극에 대한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서편제>는 한국인에게 무척 잘 알려진 이야기다. 1976년에 이청준이 동명의 소설을 발표했고, 1993년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제작됐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는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고유의 예술임에도 익숙지 않았던 판소리에 담긴 한국인의 한을 강렬하게 전달했다. 2011년에 뮤지컬로 만들어진 데 이어, 돌고 돌아 판소리와 가장 가까워 보이는 창극으로 선보이게 됐다.

 

<서편제>는 매몰차리만치 소리에만 집중하는 아버지 유봉, 그런 아버지의 소리 욕심 때문에 눈이 멀어버린 후 명창이 된 딸 송화,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대립하다 가족을 떠나버린 아들 동호, 소리로 엮인 세 사람의 삶이 서편제의 고장 지리산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첨단 영상의 도움을 받은 이번 무대에서 지리산이 봄에서 여름, 가을, 겨울로 변해가는 동안, 어린 송화와 동호는 중년과 노년을 맞으며 인생의 깊이를 더해간다. 특히 송화의 소리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점 무르익어, 노년에는 완숙한 경지에 이른다. 영화, 뮤지컬과 마찬가지로, 창극의 마지막 장면은 남매가 오랜만에 재회해 동호의 북소리에 맞춰 송화가 부르는 심청가가 장식한다. 안숙선 명창이 노년의 송화를 맡아, 진정한 소리꾼이 전하는 짙은 한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유봉 역의 왕기철과 왕기석(객원), 중년 송화 역의 김미진과 이소연, 중년 동호 역의 이광복과 임현빈(객원), 어린 동호 역의 김준수 등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연령대에 맞춰 인물들을 연기한다. 특히 어린 송화 역을 맡은 민은경은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로 열연한 적이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전문 소리꾼 단원들의 판소리가 깊은 울림을 준다면, 학춤 군무 장면은 고전적인 풍미를 더한다.

연극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한태숙 연출가와 정복근 작가가 <장화홍련>을, 뮤지컬 작가 오은희와 연극 연출가 이병훈이 <배비장전>을 재탄생시킨 데 이어, <서편제>의 창작진 역시 새로운 창극을 기대하게 만든다. 연극 <돐날>과 <침향>을 썼던 김명화 작가와 재일 교포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양방언이 참여한 것. 특히 양방언은 영화 <서편제>의 속편 격이라 할 수 있는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음악을 맡은 바 있어, 이 작품의 정서 표현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명창 안숙선은 출연뿐만 아니라 작창에도 참여했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김성녀, <명성황후>와 <영웅> 등 역사적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뮤지컬을 주로 연출했던 윤호진도 함께한다.

 

3월 27일 ~ 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 2280-4114~6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4호 2013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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