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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마마 돈 크라이> 이창엽 [No.153]

글 |나윤정 사진 |김호근 2016-06-22 7,897

나다운 곳을 향해


이번 <마마 돈 크라이> 캐스팅에는 낯설어서 더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뱀파이어 역을 맡아 뮤지컬에 데뷔한 신인 배우 이창엽이다. 그의 무대는 이제 막 시작을 알렸지만, 지난 시간 그가 품어온 열정을 담고 있어 굳건한 비상을 예고한다.





열정이 이끈 전진
“연기를 너무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들이 정말 행복해요.” <마마 돈 크라이>로 첫 뮤지컬 무대에 오르게 된 이창엽. 헌칠한 키와 서글서글한 외모. 겉으로만 봤을 땐 순조롭게 배우가 되었을 것 같은 그지만, 알고 보면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꽤 오래 고군분투해 왔다. 그만큼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강하고 단단했다.


이창엽이 처음 배우를 꿈꾸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의외로 그때까지 그의 관심은 컴퓨터에 집중되어 있었다. “고2 때까지 컴퓨터 공부만 했어요. 안철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10년 정도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웠죠.” 그러던 중 그는 청소년 인권 봉사 활동에 참여하면서, 그곳에서 한 청소년 극단의 연극을 보게 되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엔 처음으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항상 컴퓨터 앞에 살다시피 하다 또래 친구들이 연기를 하는 것을 보니 참 신기했어요. 정말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그 극단을 찾아갔고, 스태프로 참여하게 됐죠.”


이후 그는 극단을 쫓아다니며 배우를 향한 꿈을 키웠지만 곧 부모님의 반대에 맞닥뜨려야 했다. “혹 연기가 하고 싶다면 대학을 먼저 간 뒤 그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하셨어요. 결국 열심히 공부해 컴퓨터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죠. 이후 스무 살 때 대학 연극 동아리 오디션을 봤는데, 뚝 떨어져 버렸어요. 난 연기를 하고 싶은데 왜 나를 뽑아주지 않을까?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힘든 시간을 보내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어요. 인맥도 없고 막막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제 힘으로 배우가 되는 길을 찾아보았죠.”


이후 그는 첫 대학교가 있던 울산과 서울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오가며, 학업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했다. “울산과 서울을 오가는 생활에 지쳐가는 저를 보시고, 결국 부모님께서 서울에 있는 연기과를 지원해 보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제가 좀 쓸데없는 고집이 있어서, 이왕 가는 거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기과에 지원을 하고, 떨어지면 깨끗이 포기하자 마음먹었어요. 다행히 운 좋게 한예종 연기과에 합격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배우게 되었죠.” 이후 그는 단편영화 <그자리>, 드라마 <미스 맘마미아>, 예능 프로그램 <연쇄쇼핑가족> 등 다양한 장르에서 경험을 쌓으며,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인간적인 매력
이창엽은 연기만큼 음악도 좋아했다. 학창 시절 유재하음악경연대회도 나가보고, 가끔 친구들과 한강에서 버스킹을 할 만큼, 음악을 즐겼다. 자연스레 그에게 뮤지컬은 매력적인 장르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연기’가 ‘노래’와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장르예요. 확실히 음악이 있으니 감정적으로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아요. 정말 매력적이에요.” 때문에 <마마 돈 크라이>로 뮤지컬 데뷔를 하게 됐을 때, 그는 누구보다 행복했단다.


<마마 돈 크라이>에서 그가 맡은 역은 뱀파이어 백작, 다섯 명의 배우가 함께 맡은 이 역할에서 배우 이창엽은 어떤 차별화를 내세우고 싶었을까? “사실 처음에는 캐릭터를 잡는 게 힘들었어요. 뱀파이어는 실존 인물이 아니기도 하고, 생각보다 정보가 없고 틀에 박힌 캐릭터가 많더라고요. 이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기존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느꼈어요. 아, 정말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겠구나!” 그래서 그는 더 인간적인 뱀파이어를 그려보기로 했다. “인간의 감정이 좀 더 남아있는 그런 인물로 그리고 싶었어요. 처음 등장할 때는 여느 뱀파이어처럼 에너지 넘치고 독특한 분위기로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준다면, 후반부에서는 앞서 보여준 캐릭터와 비교했을 때 확 무너지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죠. 그 무너짐의 격차가 클수록 프로페서V가 뱀파이어 백작에게 느끼는 감정이 더 증폭될 테니까요.” 덧붙여 그는 뱀파이어와 프로페서V의 관계를 ‘동반자’라고 정의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관계! 그런 점에서 동반자란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창엽이 오른 <마마 돈 크라이>의 첫 무대. 뮤지컬 데뷔작인 데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인 만큼, 이창엽이 느꼈을 중압감이 꽤 컸을 법도 하다. “뮤지컬 무대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에너지에 대한 압박감이 컸어요. 그럴 때마다 고맙게도 김호영 선배님이 제게 에너지를 주면서, 첫 공연을 잘 마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특히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이런 말씀을 해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무대에는 신기한 힘이 있으니, 그 힘을 믿고 가보라고요! 첫 공연에서 확실히 그 신기한 힘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제 막 뮤지컬 무대의 신기한 힘을 경험하게 된 배우 이창엽. 앞으로 그가 무대에서 느낄 에너지는 더 무궁무진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사실 하고 싶은 작품은 너무너무 많아요. 나열하면 끝이 없을 지경이죠. (웃음) 옛날부터 좋아했던 작품은 <헤드윅>! 최근에는 <쓰릴 미>를 봤는데 참 매력적이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마마 돈 크라이>의 프로페서V에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의 이름 앞에 차곡차곡 채워질 작품과 역할들. 그로 인해 훗날 이창엽은 어떤 배우로 성장하게 될까? “정말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가끔은 여행도 가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여유롭게 살고 싶어요. 동시에 나에게 주어진 연기에도 최선을 다할 거고요. 이런 인간적인 삶과 배우를 꿈꿔요. 나를 잃고 싶지 않아요. 최대한 나답게 살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3호 2016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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