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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RSONA] <키다리 아저씨> 강지혜의 제루샤 [No.166]

글 |박보라 사진제공 |달컴퍼니 2017-07-20 5,026

행복을 선물한 그대


지난해 많은 사랑을 받은 고아원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실제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신인 작가 제루샤 에봇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졌는데요. 심지어 오랫동안 남몰래 그녀를 도와준 후원인과 동화 같은 사랑을 이룬 것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더뮤지컬>에서 어렵게 제루샤 에봇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이 글은 제루샤 역을 맡은 강지혜와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가상 인터뷰이며,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고아원 생활은 어땠나요?
고아원에서는 제가 나이가 제일 많았어요. 다른 아이들보다 2년 정도를 더 있었거든요. 리펫 원장님 눈치도 많이 봤고, 고아원 일을 도맡아 했어요. 특히 후원자님이 오는 날이면 하루 종일 고아원 청소에 정신이 없었죠. 평소에는 후원자님들이 오는 걸 대비해서 아이들에게 예절 교육까지 했어요. 가끔 후원자님들이 고아원 생활에 대해 물어볼 때가 있거든요.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어리둥절했어요. 믿기지 않았는데, 바로 엄청난 흥분에 휩싸였어요. 여자한테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걸 거의 보지 못했고, 심지어 전 늦은 나이였으니까요. 원장님께 편지를 받고 빨리 밖으로 나가 편지를 읽고 싶었어요. 이 기쁨을 느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죠.


대학 시절 룸메이트 친구들과는 어땠나요?
샐리랑은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사소한 이야기부터 심각한 이야기까지 다요! 우린 말이 잘 통했거든요. 제가 아무래도 모르는 것들이 많았잖아요. 그래서 샐리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줄리아는 처음엔 정말 마음에 안 들었어요. (웃음) 그런데 지켜보니 줄리아에게 친구가 많이 없더라고요. 고아원 생활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전 외로움을 잘 알거든요. 그래서 줄리아에게 다가가기로 마음먹은 거에요. 이젠 줄리아도 제 인생에서 좋은 친구죠.


대학 초반에는 공부에 어려움을 겪은 것 같았어요. 어떻게 극복했나요?
아, 아직도 생각나요. 마이클 엔젤로. (웃음) 정말 그때는 숨고 싶었죠. 그런데 새로운 걸 배우는 것이 더 재미있었어요. 사실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는데, 그 와중에도 샐리는 제게 용기를 줬어요. 함께 더 열심히 공부했죠!


아팠을 때, 키다리 아저씨가 꽃을 보냈잖아요. 꽃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났어요. 저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고 후회가 몰려왔죠. 전에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아무리 편지를 써도 답장이 없었어요. 아저씨가 제게 관심이 없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꽃에 카드라니! 그제야 아저씨가 제 편지를 마음으로 읽는 걸 알았어요. 처음으로 아저씨께 받는 답장이자 선물이었죠. 꽃을 언제나 볼 수 있는 곳에 걸어두고 예쁘게 말려놨어요. 아직도 있어요! (웃음)


졸업식 때 키다리 아저씨가 꼭 참석할 거라고 믿었나요?
솔직히 아저씨가 오실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아저씨가 올 거라고 믿고 싶었죠. 졸업식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아저씨에게 축하받고 싶었어요. 자랑스러운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죠. 또 졸업식은 가족이 오는 날이잖아요. 사랑하는 제르비스도 제르비스였지만, 제 유일한 가족은 아저씨였어요.



키다리 아저씨의 정체를 궁금해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왜 그렇게 궁금해했나요?
궁금한 건 진짜 어쩔 수 없지 않아요? (웃음) 원장님이 아저씨의 정체를 궁금해하지 말라고 했지만, 제 스스로는 그걸 일부러 궁금해하지 않으려고는 안 했어요. 심지어 아저씨는 ‘가족에게 쓰는 편지처럼’이라고 조건을 달았잖아요! 가족이 없는 제게, ‘가족’을 상상해야 했으니까요.


제르비스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아저씨처럼 진짜 키가 크다! 사실은 줄리아의 삼촌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처음엔 그렇게 호감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눌수록 멋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죠.


언제부터 제르비스를 사랑하게 됐나요?
사랑은 딱 언제 시작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음을 규정하지는 못하겠어요. 첫 만남에 사랑을 느낀 건 아니었지만, 제르비스에게서 팬들턴스럽지 않은 의외의 모습을 발견했고, 또 제르비스가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걸 알았는데 그 순간 ‘정말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무엇보다도 락 윌로우에서 제르비스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와 같은 동질감을 느꼈어요. 전 비록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아니지만, 제르비스가 느꼈던 외로움과 아픔을 어느 정도 알잖아요.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낸 편지 중 가장 애틋한 편지는 무엇인가요?
맨 처음 쓴 편지요! 왜냐면 편지 처음 써봤거든요. 아직도 그때 기억이 생생해요. 펜을 들었는데 좋고 설레고 조금 두렵기도 했어요. 처음으로 아저씨에게 저에 대해 쓴다는 게 특별하더라고요. 또 제르비스에 대해 썼던 편지들이요. (웃음) 제르비스와 저의 이야기, 그러니까 우리의 이야기를 아저씨에게만 털어놨죠. 그래서 키다리 아저씨가 제르비스라는 걸 알고 나서는 더 특별하게 느껴진 것도 있고, 너무 창피하기도 했어요.


제르비스를 향한 마음을 상담하기 위해 키다리 아저씨를 찾아간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저씨는 제가 제 모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유일한 사람이었죠.


키다리 아저씨와 제르비스가 같은 인물이란 걸 알고, 당신은 그에게 청혼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어떤 삶을 살고 있나요?

제르비스의 청혼을 받자마자 결혼을 했어요. 전 여전히 글을 쓰고, 제가 자랐던 존 그리어 고아원을 운영하죠. 전 지금까지 키다리 아저씨, 제르비스 그리고 샐리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죠. 그 사랑을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 나누고 싶었어요. 지금은 샐리와 함께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제 곁엔 늘 제르비스가 함께하죠. 우린 과거에도, 지금도 같은 꿈을 꾸고 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6호 2017년 7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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