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PECIAL] 국내대표 영상디자이너 시리즈-박준 [NO.169]

글 |박보라 사진제공 |박준 2017-11-06 4,747

<나폴레옹> 박준
무한한 창작의 열매 


박준은 대한민국 공연계 영상의 굵직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대표작만 해도 <김종욱 찾기>, <해를 품은 달>, <드라큘라>, <뉴시즈>, <도리안 그레이> 등 열 손가락을 훌쩍 넘기고, 그가 참여한 작품을 써 내려가면 A4 용지 4장이 빼곡할 정도다. 뮤지컬 장르를 뛰어넘어 연극과 오페라 그리고 멀티미디어 쇼와 다양한 콘서트, 행사의 개막 영상을 담당한 그는 최근 <나폴레옹>에서 화려하고 섬세한 영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티브들과 작품을 향해 치열하게 달려가는 과정이 가장 행복하다는 박준 영상디자이너. 그가 만들어낸 영상의 세계를 살펴본다.




<나폴레옹> 영상 디자인 PICK!


<나폴레옹> 속 영상은 구름의 패턴과 움직임으로 표현한 것이 많다. 음악적인 속도나 정서의 변화를 기준으로 구름과 하늘의 색, 구도 등에 변화를 주려 애썼다. 이 중 ‘탈레랑의, 탈레랑에 의한, 탈레랑을 위한’은 그의 암울한 과거와 현재의 권력 등이 겹쳐지는 것을 구름의 몽환적 색과, 움직임 그리고 탈레랑의 높이에 맞게 그가 세상을 움직이는 것 같은 표현을 의도했다.


‘워털루 오프닝’ 중 워털루 전쟁
전면에는 홀로넷을, 후면에는 배경막에 영상을 투사하여 입체적인 작업을 시도했다. 관객이 완벽하게 공간감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전면과 후면에 표현되는 요소들을 거리감 있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비율에 가깝게 작업이 되었다가 후반에 2배 비율의 사이즈로 크게 재작업했다.


‘플롱비에르’ 중 온천
이 장면은 처음엔 홀로넷을 사용하지 않은 전환으로 계획했다. 그러다가 두 공간이 함께 표현되어야 한다는 판단에 홀로넷을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온천 구성 요소가 전면에 추가로 작업됐다. 보는 위치에 따라 공간감이 달라 보여 전면 기둥의 위치에 대해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 만난 그날 밤에’, ‘우리가 품은 큰 꿈’ 중 알프스 산맥
알프스 산맥은 ‘워털루 오프닝’과 마찬가지로 사실적인 기반의 작업으로 이뤄졌다. 기본적으로 알프스 산맥의 사진을 통해 운무와 구름 눈보라, 시간과 라이트에 변화를 줬다. 개인적으로는 사실적인 공간 표현을 해야만 할 때, 전반적인 컨셉과의 통일성을 항상 고민하게 된다. 이 장면은 정서적인 흐름과 영상 속 운무의 움직임 그리고 병사들의 환호와 배경 변화가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최후의 성전’
최후의 성전은 나폴레옹의 야망과 비극적 종말에 대한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천사상의 얼굴 위치와 나폴레옹의 얼굴이 겹쳐 보였으면 했지만, 리프트의 올라가는 높이에 한계가 있어 전체적인 그림의 구도를 현재로 정했다. 개인적으로 배우의 정서와 음악, 영상과 리프트가 잘 맞아떨어진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INTERVIEW


어떻게 영상 디자인을 시작하게 됐나.
영화 전공을 하던 중 지인의 소개로 뮤지컬 <더 플레이>의 메이킹 필름을 촬영, 편집하는 일을 하게 됐다. 당시 공연 영상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해당 영상을 제작했던 업체가 콘텐츠를 제공했는데, 실제 공연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이 일을 접하게 된 거다. 당시 만났던 인연으로 공연계에서 일하다가, 2003년 박재민 무대디자이너가 김효경 연출의 서울예술단 <홍랑>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 작품이 나의 데뷔작이다. 그 이후로 김효경 연출과 함께 서울시무용단, 경기도립무용단, 국립창극단 등의 작업을 이어 나갔다.


뮤지컬에서 영상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뮤지컬 무대에서는 실제로 보이고 움직이는 세트 요소를 주목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영상은 그 틈에서 워낙 빠르게 발전했다. 영상뿐 아니라 무대의 오토메이션과 조명도 함께 변하고 있다. 기존 세트 요소만으로 부족할 수 있는 부분은 영상이 채워주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그 역할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뮤지컬 영상을 잘 표현하는 장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생각하는 영상의 효과적 활용 중에 프롤로그 혹은 오프닝이 있다. 이 부분은 영상이 실제 세트가 구현하는 하나의 장면이 드러나기 전에 음악과 함께 극이 지닌 전반적인 주제를 상징적으로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폴레옹>의 경우 음악의 변화와 함께 나폴레옹이란 인물을 비극적이면서도 화려하게 1막과 2막의 서곡 영상을 통해 드러내려 했다. 또 <뉴시스>는 신문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오프닝을 통해 디즈니라는 기대감을 담았고, 이것이 유명한 ‘산타페’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효과라 생각했다.



영상 디자인 작업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나는 드라마적인 개념으로 작품에 접근한다. 레플리카 뮤지컬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논레플리카와 창작 뮤지컬이 대부분이다 보니, 작업 초반에는 대본과 음악이 완벽하게 나와 있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영상이 시각을 담당하는 분야지만 드라마의 개연성과 감정의 흐름 안에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출이나 무대디자이너가 영상의 활용도를 결정한 후에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 작품마다 작업 방식이 조금씩 달라진다. 보통은 작품 해석, 구상과 구성, 디자인 작업의 접근 결정, 디자인 작업, 기술적(장비) 접근과 결정, 현장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내 경우는 레퍼런스 작업을 먼저 한다. 미술, 영상, 사진 등을 공유하고 방향성에 대해서 다른 크리에이티브와도 공유한다. 음악의 정서적 흐름을 이해하려 음악을 듣기도 한다. 뮤지컬의 경우 영상의 활용이 다양한 방향성을 지닌 경우가 많아서, 전체적인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면별로 주제화될 수 있는 하나의 레이아웃은 꼭 필요하다. 이것을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촬영 등의 소스를 활용할 방안을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운영되는 미디어 서버에 렌더링을 한 후 콘텐츠를 적절한 시기에 보일 수 있도록 조정한다. 이후엔 많은 리허설을 거쳐 수정 보완한다.


영상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드라마와 협업이다. 모든 극예술은 드라마의 흐름에 잘 묻어 나갈 때, 최상을 향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영화나 영상은 이미지로만 완성되는 분야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파트와 조율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과정이 재미이자 고통이다. 그래서 다른 크리에이티브와 의견을 나누는 협업이 중요하다.


본인 영상의 특징이 있나.
철저하게 콘텐츠에 맞춰 작업하는 성향이 있다. 극의 정서적 흐름과 세트의 특성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정형화된 스타일의 레이아웃은 독이 된다고 느꼈다. 그래서 작품의 큰 틀에서 통일성은 유지하지만, 내가 지닌 분위기와 요소는 배제하려고 한다. 아마 내 스타일을 고집했다면 <에드거 앨런 포>나 <스위니 토드> 같은 암울한 느낌의 디자인이 많이 나올 거다. 이런 면에서 현재 작업하고 있는 <모래시계>는 섬세한 디테일을 보여주고 싶다. 또 <나폴레옹>의 백그라운드로 사용된 디자인은 유화, 수묵, 3D, 사진 기반 등을 장면의 분위기에 맞춰 다르게 작업했고, 이 부분을 전체적으로 잘 묶어내려고 노력했다.


영상 디자인 작업에 영감을 받는 요소가 있나.
좋은 색감과 구도를 보기 위해서 미술 작품들을 많이 본다. 개인적으로 우디 앨런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의 무한한 창작력이 내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뮤지컬 작업을 할 수 있는 이유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음악을 좋아하고 다양하게 듣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평소에 장르를 뛰어넘어 다양한 음악을 감상하려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9호 2017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