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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프리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우리는 이야기를 듣는다 [No.120]

글 |최영현(자유기고가) 사진제공 |CJ E&M 2013-09-25 5,317

우리는 매일 이야기를 하며 산다. 이때 가장 필요한 건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조언이 아니라 귀를 열고 들어줄 누군가다. 가슴속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놓고 나면 한결 가벼운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한다.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세상살이가 팍팍한 건 나뿐만이 아니라는 위로를 얻기도 한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당장 눈앞의 현실을 마법처럼 변하게 하지는 않지만 그저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를 전한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한국 창작뮤지컬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두 사람, 장유정 작가와 김혜성 작곡가의 데뷔 초기작으로 젊은 창작들의 신선한 발상과 따뜻한 휴머니티가 녹아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5년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 속에 오픈런에 돌입한 지 벌써 8년. 장기 공연을 이어오는 동안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이 작품을 거쳐 갔고, 36만여 명이 관람을 하며 대학로 대표 소극장 뮤지컬로서 입지를 굳혔다.

 

작품의 이야기는 크리스마스이브 가톨릭 재단의 무료 병원에서 시작한다. 모두가 잠든 사이 반신불수 환자 최병호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만다. 다음날 생방송 TV 인터뷰를 앞두고 있던 그의 실종은 온 병원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당혹스러운 건 방송을 계기로 많은 기부금이 들어오기를 잔뜩 기대하고 있던 새 병원장 베드로 신부다. 결국 베드로 신부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같은 병실을 썼던 환자들, 담당 의사와 병실 키퍼를 차례로 만나 최병호의 행방을 직접 추적하기 시작한다.

 

 

얼핏 추리물 같아 보이지만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최병호의 행방 보다는 그를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특별한 주인공이 없이 등장인물 7명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 이제는 사연, 추억, 기억으로 변해버린 마음속의 상처에 대한 것이다.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 가슴 아픈 이별의 슬픔, 애끓는 가족애, 직장 생활의 고충 등은 누구에게라도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관객들은 나와 다르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동질감과 함께 위로를 받는다. 아마도 이것이 오랜 기간 동안 관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비결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진중하기만 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는 말기를. 코믹한 대사는 물론 다양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며 한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장면에서는 눈물을 쏙 빼놓다가도, 어떤 장면에서는 배꼽을 쏙 빼놓기도 한다. 관객과 거리가 멀지 않은 무대를 활용해서 관객 이벤트를 만들어내는 것도 작품이 주는 재미다. 소극장이긴 하지만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넘버와 빠른 장면 전환을 통해 무대를 풍성하게 만들어낸다. 더욱이 이번 공연은 김혜성 작곡가가 음악감독으로 직접 연습 과정부터 참여하고 있어 음악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 공연에서 활약했던 배우들과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이 무대를 꾸민다. 훈남 닥터리 임종완과 베드로 박세웅을 비롯하여 김국희, 최소영, 최현지 등이 이번 공연에서도 관객을 다시 만난다. 가수 스테파니가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무대에 첫 도전장을 내밀고, 뮤지컬 <그리스>, <코요테 어글리> 등에 출연하며 동시에 일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현,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의 강정우 등이 새롭게 캐스팅 되었다.

 

9월 6일~2014년 3월 16일  대학로 예술마당 1관  02) 766-7667

 

한 줄 평 : 말을 나누고 싶은 이들의 따뜻한 공감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0호 2013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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