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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LONDON] <스쿨 오브 락> [No.160]

글 |조연경 런던통신원 사진 |Tristam Kenton 2017-01-13 4,911

아동의 로큰롤 습격  

<스쿨 오브 락>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2003년 영화 <스쿨 오브 락>은 언젠간 뮤지컬 무대에 오를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게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차기작이 될 거라고 상상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가짜 교사와 학생들이 록 밴드를 만들어 음악으로 교감하고 성장해 나가는 이 코미디 영화는 2015년에 뮤지컬로 재탄생해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개막했고, 약 1년 뒤엔 런던에서도 관객들을 만났다. 영화에 등장했던 기존 음악에 더해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작곡, 글렌 슬레이터의 가사와 줄리언 펠로즈의 대본으로 재탄생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은 아동 배우의 역량과 가능성을 한층 더 크게 보여준다. 열 살 전후의 어린이들이 이젠 노래와 춤, 연기는 물론이고 직접 일렉트릭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 등의 악기를 연주하는 록 밴드가 됐다.



또 하나의 무비컬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인 ‘무비컬’의 인기는 사그라들 줄 모른다. 영화와 뮤지컬 장르가 교류한 역사가 오랫동안 활발하게 이어져 온 만큼 이젠 음악 영화가 나오면 언젠간 뮤지컬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당연해졌다. 영화 <스쿨 오브 락>은 잭 블랙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 ‘잭 블랙의 영화’였다. 록 음악에 미쳐 있는 듀이는 촌스럽고 과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록 밴드에서 쫓겨나고, 얹혀살던 친구의 집에선 월세가 밀렸다고 친구의 여자 친구에게 구박을 당하는 신세다.


우연히 임시교사를 구한다는 전화를 받은 듀이는 돈을 벌기 위해 친구 이름으로 명문 초등학교에 교사로 위장 취업하게 되고 음악에 재능이 있는 반 학생들과 록 밴드를 만들어 경연 대회에 나가려고 준비하다가 아이들과 음악으로 교감하고 성장하게 된다. 결국 듀이의 정체가 들통나고 소동이 일지만 우여곡절 끝에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학부모와 교장에게 인정받는 해피엔딩은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의 정석 같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듀이를 연기하는 잭 블랙의 코믹 연기에 시선을 맞췄다. 반면 뮤지컬은 교사 듀이보다 학생들에게 무게중심을 뒀다. 영화의 이야기와 에피소드를 고스란히 따라가는 안전한 선택을 했지만 영화에서 생략하거나 간단하게 보여주고 넘어간 요소들을 부각시켜 더 단단하게 이야기를 엮었다. 특히 학생들이 음악을 배우고 록을 즐기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면서 그들의 속마음을 조명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들과 부모의 관계, 학생들과 듀이의 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어른들이 아닌 학생들의 의지와 소망이 후반부 이야기를 이끄는 동력이 되어 더 입체적인 뮤지컬이 되었다.


무엇보다 <스쿨 오브 락>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아동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록 음악이다. 학생들의 능숙한 악기 연주는 영화보다 뮤지컬에서 더 돋보인다. 보고도 믿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배우들의 연주 실력을 행여 관객들이 의심할까 봐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녹음한 안내 사항이 공연 시작 전에 방송되고, 배우들이 직접 연주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배우들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났다. 극 중 학생들이 직접 연주하는 밴드 경연 장면에서는 뮤지컬의 밴드 연주자들이 아예 악기에서 손을 떼고 여유 있게 극을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극 중 명문 학교의 모범생들이 음악을 만나 자유로워지는 모습과 어린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무대 위에서 함께 연기하는 모습은 <스쿨 오브 락>의 가치를 이중으로 증명한다. 영화가 루저 교사 듀이의 좌충우돌 성장기라면 뮤지컬은 음악으로 인해 변하는 아이들의 성장담이다.



믿고 듣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 세계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을 맡은 것은 <스쿨 오브 락>을 가장 ‘스쿨 오브 락’답게 만들어주는 선택이었다. 뮤지컬 영화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영화 <스쿨 오브 락>에는 의외로 오리지널 넘버가 몇 곡 없다. 웨버가 새로 작곡한 넘버들은 장르가 다양하고, 짜임새 있게 전체 공연을 구성하면서도 전반적으로 기존의 영화 수록곡들과 비슷한 톤으로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처음 학교를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질서 있고 진지한 학교라는 세계 안에 존재하는 교사들, 학부모들, 학생들을 보여주면서 엄숙한 분위기의 학교 교가를 점점 확장시켜 나간다.


단순하게 시작하지만 세심하게 음표를 쌓아올려 웅장하게 마무리되는 교가는 듀이가 침범하기 전의 학교 세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면서 다음 장면에 등장하는 듀이가 얼마나 이질적인 존재인지 한눈에 보여준다. 듀이가 록이라면 교장은 클래식 음악이다. 학생들의 음악 수업을 담당하는 교장은 교양 있게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부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록 음악을 좋아했던 젊은 날의 자신을 떠올리며 조금씩 옛날 모습을 드러내고, 듀이에게 마음을 주게 된다. 공연의 피날레에서는 학생들의 신 나는 연주에 교장과 듀이가 함께 록 스타일의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부르며 대화합을 이루게 된다.



영화에선 뚱한 표정에 말이 없어 보이던 아이들이 속에 감추고 있는 불만을 끌어내는 것도 음악의 역할이다. 학교에서 만난 특이한 선생님에 대해 집에 가서 얘기하려다가 부모가 듣지 않자 실망한 아이들은 전형적인 뮤지컬 넘버로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각자 자신의 방에 있는 아이들이 한마디씩 보태는 형식의 ‘내 얘길 들어준다면(If Only You Would Listen)’은 부모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동시에,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넘버이기도 하다. 괴짜 같은 듀이의 뜬금없는 록 밴드 연습에 아이들이 집중하는 것도 듀이가 유일하게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넘버는 모든 사실이 들통난 뒤 자기 방에 숨어버린 듀이를 설득해 경연장으로 갈 때에 리프라이즈 된다. 1막에서 자기 말을 들어달라고 부모에게 호소하던 넘버가 2막에선 선생님이 음악을 통해 이끌어줬으니 함께 마무리하자고 설득하는 넘버로 변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듀이와 학생들의 교감이 더 확연하게 드러나고 관객에겐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주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영화건 뮤지컬이건 <스쿨 오브 락>의 대표곡은 극 중 잭이 작곡해 마지막 경연을 장식하는 ‘스쿨 오브 락(School Of Rock)’이다. 이 곡이 쓰이는 경연 장면은 콘서트를 방불케 할 정도로 아이들의 연주와 노래에 힘을 줬다. 하지만 이 곡 말고도 귀에 확 꽂히는 밴드 음악이 많은 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듀이가 처음 아이들의 재능을 발견하고 악기를 연주하게 하는 영화 속 장면을 그대로 옮겨오되 음악을 입힌 ‘유아 인 더 밴드(You Are In The Band)’는 학생 전원을 밴드 결성 과정에 참여시키는 모습을 빠르게 보여주면서 초반에 시선을 확 사로잡는 넘버다. 한편 1막 엔딩을 장식하는 ‘스틱 잇 투 더 맨(Stick It To The Man)’은 중독성 강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대표 넘버로 피날레에서 앙코르곡으로 쓰이기도 했다.




변칙 없는 정석의 뮤지컬


<스쿨 오브 락>에는 잔재주가 없다. 코미디 영화의 문법을 따르는 영화를 고스란히 옮겨 왔고,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작곡한 넘버는 록과 클래식을 넘나들며 완벽하게 계산된 음표들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어떻게 보면 이 뮤지컬은 완벽한 구성을 갖춘 보통 작품이다. 영화가 개봉한 지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공감 가는 보편적인 학교의 이야기가 포장지 없이 무대에 올랐다. 평이한 이야기를 정직하게 뮤지컬화했기 때문에 특별할 것 없는 뮤지컬 같기도 하다.


그런데 한편으론 일부러 과다 포장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이 뮤지컬만의 특별함은 열 살 남짓한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와 연주로 직접 표현한다는 데 있다. 노래, 연주, 연기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다양한 아이들이 한데 모여 한 가지씩 역할을 맡아 밴드를 완성한다. 기타, 드럼, 베이스, 키보드를 연주하는 아동 배우들과 코러스, 의상 등을 맡은 아동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고르게 나눠 갖고 에너지를 발산한다. 그리고 그때 같은 극장 안에서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는 라이브 공연의 감각이 관객들을 압도한다.


평범할지라도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고르게 구성되어 귀에 쏙쏙 꽂히는 넘버, 보고도 믿기 어려울 만큼 작은 손으로 연주되는 현란한 스킬까지, <스쿨 오브 락>은 과하게 차려지지 않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누구든 적당히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낄 만한 요소가 고르게 담겨 있다.

이제는 아동 배우가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것을 넘어서 악기 연주까지 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스쿨 오브 락>의 학생들은 ‘빌리’나 ‘마틸다’처럼 혼자 어른들의 세계를 헤쳐 나가지 않는다. 특별한 우정을 자랑하진 않지만 반 친구들과 하나의 ‘밴드’를 함께하고 있다는 든든함과 음악으로 통하는 교감이 있다.



<스쿨 오브 락>의 학생들은 작품 초반엔 질서 정연하게 자기 책상 앞에 각자 앉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열이 흐트러지고 둘셋씩 모여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음악적으로 깊어지면서 서로 유대감도 덩달아 깊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극 중 아이들의 모습은 당연히 현실의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연주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향을 받을 텐데 공감할 수 있는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기까지 한다면 더 강하게 와 닿을 것이다. 그래서 이 뮤지컬의 제작진은 인종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배우들을 섭외했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최근 학교에서 단체로 오는 학생 관람객들에게 웨스트엔드의 <스쿨 오브 락>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아동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의 주요 소비자가 학생 단체 관람임을 고려하면 경제적으로 큰 손해를 볼지도 모를 결정을 내린 것이지만 그 덕에 이젠 금전적인 문제로 망설이던 학교들도 마음 놓고 학생 단체 관람을 신청할 수 있게 됐을 것이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일찍부터 예술을 접하는 것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그동안 꾸준히 설파해 왔다.



지난 2003년에는 영화 <스쿨 오브 락>의 10주년을 기념한 배우들의 재회 자리가 마련되었다.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등장으로 더 많은 어린이가 음악을 접하고, 무대에 오르고,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공연을 거쳐간 배우들을 초대해 10주년을 기념했던 것처럼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의 10년 후도 기대해 볼 일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0호 2017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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