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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마이클 리, 박은태 [No.141]

글 | 나윤정 사진 | 심주호 헤어, 메이크업| 이창은(라메종 0809) 스타일링| 백지혜 2015-06-30 8,633



변화하며 이뤄낸 믿음
 
마이클 리와 박은태. 이 두 이름이 지닌 무게감은 그들이 지난 무대에서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지저스>)란 작품의 무게감이 더해지니, 이 세 이름의 조합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2년 만에 나란히 <지저스>로 돌아온 마이클 리와 박은태. 지난 2년간 각자의 무대에서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한 이들의 노력이 지금의 <지저스>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킬까? 



진심으로 채워진 오늘  
마이클 리 

마이클 리가 다시 지저스 역에 이름을 올렸다. 2년 전, 그의 무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번 재연은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역시도 마찬가지.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던 뮤지컬이에요. 특히 한국 공연은 애착이 많이 가요. 이 작품 덕분에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으니, 더 특별하죠. 다시 지저스로 돌아오게 돼 기뻐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와 마이클 리. 지난 무대에서 증명된 이 두 이름의 조화는 자연히 이번 무대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다시 한 번 2년 전의 감동이 재연될 수 있을까? 하지만 그와의 만남은 ‘재연’이란 표현을 고이 접어두게 만들었다. 대신, 다양한 변화들로 채워진 새로운 지저스의 등장을 기대하게 했다. “삶의 다채로운 경험들이 지금의 배우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지난 2년간 국내 무대를 오르내리며 많은 경험을 했어요. 그런 만큼 2013년과 지금의 나는 달라요. 그런데 예전과 똑같은 연기를 반복하는 행위는 진실되지 못한 거죠. 배우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진정성이에요. 맡은 배역마다 진실되게 표현하고 싶은 만큼, 저의 변화들이 또 다른 지저스를 만들지 않을까요?”
실로 그는 지난 2년간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다. 2013년 <지저스>를 시작으로 활발히 국내 활동에 매진하며 여섯 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변신의 폭도 컸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는 프랑스 뮤지컬의 문법을 배웠고, 언어적으로 큰 도전이었던 작품 <벽을 뚫는 남자>에서는 임철형 연출의 믿음과 인내심을 본받을 수 있었죠. 처음 도전한 한국 창작뮤지컬 <서편제>에서는 이자람, 차지연 등 국보급 여배우들을 만나 그들을 통해 한국의 소중한 소리를 배웠고, <프리실라>에서는 특히 앙상블의 도움을 많이 받으며 다른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제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해야 하는지도 절실히 깨달았고요. 그리고 <더 데빌>은 기존 뮤지컬과 차별화된 무대로 의미 있었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자세히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와! 저 정말 많은 작품을 했네요.(웃음)”그동안의 무대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마이클 리. 그 배역들이 보여준 변화처럼 그의 얼굴엔 다양한 표정들이 스쳐갔다. 
이렇듯 풍성한 시간들을 보낸 후 맞이한 지저스와의 재회. 그만큼 이제 마이클 리의 눈엔 전과 다른 것들이 보일 것이다. “이지나 연출은 연기적으로 지저스와 유다의 관계를 풀어내는 데 집중해요.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 와 2년 동안 생활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배우는 시간이었죠.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누군가에 의해 상처받고.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과의 관계에 깊이가 더해졌다고 할까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경험한 것들이 지저스와 유다의 관계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이것은 마이클 리가 쉴 새 없이 무대를 오르내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이 좋아요. 그래서 배우라는 게 좋고요. 제가 배우가 아니더라도 계속 이들의 주변에 살고 싶어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인생에 새롭게 찾아온 두 명의 소중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갔다. “바로 제 아들들이에요. 그들이 있기에 이제 제 인생은 일과 가족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에 집중하게 됐어요. 그것 또한 하나의 도전이고, 인생이겠죠.”  
지금껏 그러했듯, 쉼 없이 이어질 마이클 리의 도전. 늘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그의 노력이 빛나는 건, 그 방향이 한결같이 무대로 향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무언가 창작하는 걸 늘 꿈꿔요. 언젠가 제가 쓴 대본으로 연출을 맡아 공연하는 것! 그것이 제 다음 스텝이 될 거예요. 이지나 연출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연출을 해보는 게 꿈이에요. 제가 배우인 만큼 배우들과 잘 교류해 배우가 중심이 될 수 있는 그런 무대를 꾸려보고 싶어요.” 이렇듯 그는 어떤 역할이든 늘 변함없이 무대에 올라 우리를 맞이할 것이란 굳은 믿음을 전해 주었다. 인터뷰 말미,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레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 이유는 단순하지만 명쾌해 인상적이었다. “전 늘 성장하고 싶어요. 항상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니까요.”



완성으로의 여정 
박은태

지난 한 해, 뮤지컬계에서 박은태란 이름은 단연 빛났다. 물론 그는 꾸준히 성장해 온 배우 중 하나였다. 2007년 <노트르담 드 파리>의 그랭구와르로 주목받은 후 <햄릿>, <모차르트!>, <엘리자벳>으로 이어진 활약. 하지만 2013년은 조금 더 특별했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에서 시작해 <모차르트!>의 모차르트를 거쳐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과 하이드까지. 그는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듯 도약했다. 그의 가파른 상승세가 인상적이었던 건, 그가 보여준 무대가 곧 그의 부단한 노력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과도기가 찾아왔었는데, 잘 극복한 것 같아요. 이를 견뎌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게 들었거든요. 배우로서 책임감과 의무감이 커진 시기였죠. 결론적으로 지난 일 년간의 작품들을 통해 이룬 변화는 한 가지예요. 무대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바로 <지킬 앤 하이드>. 열 번째 지킬로 무대에 올랐던 그에게 이 작품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명불허전! 왜 다들 지킬, 지킬, 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물론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혼자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더라고요. 쇼맨십과 다양한 스킬이 필요하고, 감정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지고. 그만큼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재미도 컸어요.” 그의 무대가 인상적이었던 건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새로운 음역에 도전했기 때문, 한층 확장된 표현력에 관객들은 ‘정말 박은태 맞아?’라며 입을 모을 수밖에 없었다. “실은 2년여 전부터 준비한 거예요. <황태자 루돌프>를 공연할 때 스스로에게 한계를 느껴 딜레마에 빠졌거든요. 단순히 고음의 미성으로는 남자 주인공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다양한 색깔의 음역대를 넘나들 수 있게 많은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성악, 보컬 코치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며 차근차근 남자다운 목소리를 만들기 시작했죠. 그 결실이 이 작품에서 빛을 본 것 같아요.”
여전히 박은태에게 <지킬 앤 하이드>의 여운이 남아 있지만, 이제 그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로 또 다른 여운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에 서 있다. 2년 전 이미 지저스 역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그럼에도 그에겐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그동안 <지킬 앤 하이드>에 너무 빠져 있던 터라…. 계속 사람을 죽였던 악의 상징 하이드에서 성스러운 지저스가 되려니 쉽지 않네요. 음역대도 정반대고. 삶의 체험 극과 극이에요.(웃음) 전에 썼던 성대로 돌아가기까지 시행착오가 있어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죠.” 조금이라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노력하고, 또 노력해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 박은태의 장점이 이번에도 결국 무대를 완성시키지 않을까? “저에겐 또 한 번의 도전이에요. 해내 봐야죠. 어떻게든 해내야죠!”
초심으로 돌아가 지저스에 재도전하는 박은태. 그는 이번 무대를 두고 과욕을 부리지 않겠다는 인상적인 포부도 전해 주었다. ‘채움’이 아닌 ‘비움’으로 지저스에게 다가가겠다는 의미다. “지저스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런 생각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예수님을 어떻게 표현하겠어요? 전 세계적으로 이미지가 너무 확고하잖아요. 이를 표현해야겠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고 오만 같아요. 그래서 이번엔 최대한 마음을 비워보려는 노력을 하려고요.” 작품의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명곡 ‘겟세마네’에 관한 생각도 마찬가지. “지난 무대를 경험해 보니, 특히 ‘겟세마네’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겠다, 이런 생각은 무의미하더라고요.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특별한 오로라처럼. 담담히 부르면 부를수록 감동을 주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듯 그의 무대는 비움으로 완성될 것이기에 더 큰 여운을 남기리란 기대를 더해 준다. “지난 공연을 봤던 관객들에게 그때만큼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첫 번째 목표예요. 이것에 도달한 다음 그 안에서 제가 조금씩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바로 두 번째 목표! 결국 관객들이 그 변화를 발견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지금 저의 바람이에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41호 2015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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