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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LIVE TALK] <스모크> 박은석 [No.164]

진행·정리 | 안시은 공연사진제공 |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바이브매니지먼트 2017-06-07 7,317

절망을 넘어선 희망


<스모크>의 인물들은 고통 속에서 성장한다. 박은석도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부딪치고 성장해 왔다. 돌고 돌아 뮤지컬 배우가 되었고, 작품마다 다른 모습에 도전했다. 특히 <레드북>, <스모크>, <모범생들> 등 최근 출연작들은 외연을 넓혀가는 그의 행보를 선명히 보여준다.


(*이 기사는 <스모크>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모크>로 들여다본 이상                                            


THE MUSICAL <스모크>는 트라이아웃과 본 공연 간 차이가 큰데 본 공연에서 특히 더 신경 쓰는 것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hello_caiman)
박은석 트라이아웃 때 초 캐릭터는 꿈속에 존재하는 시인 이상의 자아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에는 많이 실존적이죠. 이상과 인격적으로 많이 맞닿아 있어서 좀 더 연기하기 쉬웠어요.
“트라이아웃 공연 때는 초가 꿈에서 존재했던 캐릭터라 실제 이상의 자아와 조금 분리시켜서 다르게 표현해 봐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반면 초연에서는 이상의 또 다른 인격이고 이상 자신인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제가 이상 그 자체가 되면 된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이상의 고통은 이번에도 그대로 나와요. 초의 지향점도 변함없고요. 트라이아웃 공연 이후 오랜 시간 수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토론과 여러 시도를 거치면서 이상 시인에 대해 더 깊고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느낌이었어요. 힘들지만 재밌었어요.”


THE MUSICAL <스모크>에서 초 역할은 감정 소모도 크고 공연을 하면 할수록 더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은데 공연 후 힘들진 않나요? (reya1313)
박은석 오히려 개운합니다.
“고통 속에 살다가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고 해와 초, 홍 모두 성장하잖아요. 맨 마지막 장면에서 이상은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해가 석방되잖아요. 그리고 얼마 안 돼서 건강 악화로 죽고요. 많은 고뇌와 고통을 겪고 나서 삶의 마지막 순간에 성장하는 모습으로 끝나서 절망보다는 희망을 얘기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개운했어요.”


THE MUSICAL <스모크>에 등장하는 해, 초, 홍 세 캐릭터 중 가장 본인과 가까운 캐릭터는 뭔가요? (thejhahn)
박은석 연출님께서 초가 제일 잘 어울린다고 하셨는데 외모 때문인 것 같아요. 해, 홍도 다 연기해 보고 싶어요. 세 캐릭터 다 매력 있어요. 그중 1등으로 해보고 싶은 건 홍이에요.
“해는 각성한 이후 굉장히 고통스러워하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한계다’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홍도 그런 기억을 갖고는 있지만 좀 다르잖아요. 따뜻하고, 초와 해보다 한 차원 넘어선 캐릭터라서 해보고 싶어요. 여자 배역이지만 인격이니까 남자가 해봐도 괜찮을 거 같아요.”


THE MUSICAL 이상의 작품 중 제일 좋아하시는 게 있다면 알려줄 수 있나요? (kimseoh)
박은석 소설 『날개』요.
“해가 ‘그래도 사랑해 주자. 나는 날개가 없어도 내 글에는 날개를 달아보자’라는 얘기를 할 때 ‘내 시를 그만큼 사랑해 주지 못했구나’라는 생각 때문에 슬프고 내 글에 미안해서 내 글을 더 끌어안아 주고 싶어져요. 극 마지막에 ‘누구나 한 번 날자. 날자. 한 번만 날아보자’ 하는 부분이 그래서 좋아요,”


THE MUSICAL ‘해’ 역을 맡은 세 배우와 연기할 때 각각 어떻게 다른가요? (ttoony67)
박은석 (정)원영이는 기억을 잃었다가 다시 각성했을 때 많이 보호해 주고 싶어요. 이상의 옛날 사진들에서 보이는 연악함 같은 것들이 소호한테서 묻어 나오는 것 같아요. (고)은성이는 각성하기 전까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초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화가 나는데 그 점이 매력입니다.





무대 위 순간들                                           


THE MUSICAL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에 다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나요? (rani7904)
박은석 모든 공연의 모든 캐릭터요. 언제나 지나가면 아쉽고 다시 해보고 싶고.
“했던 캐릭터는 모두 다시 해보고 싶어요. 첫 배역이었던 <왕세자 실종사건>의 구동 역이 특히 그래요. 처음 맡은 이름 있는 역할이다 보니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여유 없이 열심히만 했던 점이 아쉬웠어요.”


THE MUSICAL <레드북> 때 그동안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라서 놀랐어요. 공연 준비할 때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기 같았거든요. (poopooo)
박은석 브라운이 모태솔로라서 제가 연애하기 전에 어땠는지, 처음 사랑을 할 때 어땠는지 상대역인 유리아와 얘기를 나누면서 장면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연출님과도 상의를 하면서.
“작품 자체가 재밌으니까 연습실에서는 모두 웃느라 바빴어요. (지)현준 형도 그렇고 존슨 역할도 쉽지 않은데 (김)태한 형께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셨어요. 바지도 내리시고. 실제로 야하진 않았지만 19금 같은 설정들이 있잖아요. <레드북>은 모든 순간이 재미있었어요.”


THE MUSICAL <레드북> 이후 숨겨져 있던 귀여움이 깨어난 것 같은데 원래 가족이나 주변분들한테도 애교가 많은 편인가요? (hello_caiman)
박은석 저희 가족이 대체로 무뚝뚝한데 그나마 제가 집에서 어머니한테 애교를 부려요. 평소에는 애교가 많이 없고요. 주변 사람들도 제가 조용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말수도 적고요. 하지만 작품을 할 때는 팀 분위기에 따라가기도 해요.
“얼마 전 할머니 병문안을 갔는데 제가 아기 때 예쁜 짓을 정말 많이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웃음) 저는 배우니까 <레드북>처럼 관객분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좋아요.”


THE MUSICAL 그동안 페뷔스, 드라큘라, 아토스 등 여러 캐릭터들을 연기했는데 실제 성격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비슷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sdmew11)
박은석 가장 이해가 됐던 캐릭터는 <레드북> 때 브라운이었어요. 저도 브라운처럼 겁이 많아요. 브라운은 고지식하고 틀에 박혀 살잖아요. 당시 문화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과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렇게 고지식한 성격이 형성되지 않았나 싶어요. 저 역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라서 잘 이해할 수 있었고요.
“항상 두려움을 느껴요. 날마다 무대에 설 때도, 첫 연습도. 두려움에 갇혀 있으면 더 고통스러워서 자신을 사지로 내몰아요. 그러다 보면 전에 걱정했던 것들, 겁먹었던 것들, 두려움에 빠졌던 것들이 별게 아니란 걸 알게 돼요. 사실 별게 아닌 걸 알면서도 새로운 걸 접할 땐 낯설어서 겁이 나요. 경험이 쌓이면서 나아졌지만 처음 뮤지컬 했을 땐 정신 못 차렸거든요.”



THE MUSICAL 앞으로 하고 싶은 뮤지컬은 무엇인가요? 꼭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악역이라든지. (skykiss99)
박은석 <팬텀>의 팬텀 역할요. 조금 더 나이 들면 <팬텀>에서 아버지 역할이나 <맨 오브 라만차>도 하고 싶어요. 세르반테스.
“<맨 오브 라만차>는 많은 배우들처럼 언제나 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훌륭하고 메시지도 있으니까요. <팬텀>은 기대보다 재밌게 봤어요. 넘버도 좋았고요.”


THE MUSICAL 관람하고 감동받았던 뮤지컬이 있어요? (moon_flower127)
박은석 <서편제> 초연을 친동생과 같이 봤는데 오열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어요. 제가 국악을 전공해서 그런 것에 대한 애착이 있어요. 한국적인 것들도 좋아하고요.”


THE MUSICAL <페스트> 커튼콜 때 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혹시 춤은 언제부터 배우셨나요? (kissthemuzik)
박은석 제 몸에는 춤의 기운이 있습니다! 농담이에요.
“저는 사실 커튼콜 때 뭔가 하는 것을 안 좋아하는데 <페스트> 커튼콜 때 (김)다현 형, (손)호영 형이 서태지 춤을 추고 앙상블과 선배님들까지 다 춤춘다고 하더라고요. 분위기가 그렇게 돼서 춰야 하는 건가 하던 차에 저도 빨리 뭘 하라고 해서 했어요. 옛날에 브레이크 댄스를 조금 배워서 기술을 무리 없이 가볍게 보여드렸어요. 그러니까 또 좋아해주시더라고요. <페스트> 분위기가 무거워서 마지막에 풀어주니까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셨던 것 같아요.”


THE MUSICAL 지금까지 공연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때는 언제인가요? (swittaru)
박은석 <노트르담 드 파리>는 성스루인데 반주도 MR이거든요. 중간에 틀리면 해결 방법이 없는데 플레르 드 리스에게 용서를 구하는 노래 도중에 가사를 까먹어서 방언이 터졌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 노래를 플레르 드 리스가 바로 이어가는데 (이)정화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그때 정화가 얼굴이 씰룩거리면서 웃음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는데 심각하게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정말 미안했어요. 흑흑.





배우로 그려 나갈 궤적                                                        


THE MUSICAL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poopooo)
박은석 제가 전에는 음악을 했는데 관객들과 더 많은 걸 소통하고 싶어서 배우를 선택했습니다.
“배우가 되기 전에는 음악을 했어요. 제 에너지는 동적인데 악기 연주는 가만히 앉아서 하다 보니 많이 움직이면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었어요. 노래에 달란트가 있다 보니 뮤지컬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진 것 같아요. 굉장히 감사한 일이죠.”


THE MUSICAL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요? (ys1022)
박은석 대본을 읽다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면 선택하는 것 같아요.


THE MUSICAL 성량과 가창력이 출중한데 평소 목 관리를 하는 방법이 있나요? (Shoebill)
박은석 잠을 많이 자요.


THE MUSICAL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가 있다면 어떤 거예요? (hermione)
박은석 목 풀 때마다 부르는 ‘Til I Hear You Sing’을 좋아합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 지방 공연할 때 (홍)광호 형 차를 타고 가는데 당시 첫 콘서트(홍서트)에서 부를 노래가 흘러나왔어요. 그 전까지 몰랐는데 그때부터 꽂혀서 계속 듣게 되더라고요. 선율도 아름답고요. <러브 네버 다이즈> 다른 넘버도 들어봤는데 이 넘버가 가장 좋았어요.”


THE MUSICAL ‘쥠’이라는 별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lomoll)
박은석 입에 착착 붙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노트르담 드 파리> 때 배우들이 저한테 ‘주임! 주임!’ 이렇게 부르는 거예요. ‘데시레’를 부를 때 셔츠를 입고 나오잖아요. 그게 와이셔츠 같아서 그때 생긴 별명이에요. 같이 페뷔스를 연기했던 (김)성민 형도 김부장이라는 별명이 생겼고.”


THE MUSICAL 뮤지컬 배우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궁금해요. (skykiss99)
박은석 팬레터를 꼼꼼하게 읽는데 제 공연을 보고 힘을 얻고 위로받았다는 얘기를 해주실 때 보람을 느껴요. 특히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관객들이 느껴주고 공감했을 때 가장 보람차요. 얼마 전에도 한 팬이 팬레터에 <스모크>를 보고 이상의 시를 보니 많이 와닿았다고 적어주셨는데 거기서 또 도움을 받아서 공연하기도 했어요.


THE MUSICAL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라든가 소원은 무엇인가요? (hermione)
박은석 존경받는 배우가 되는 것.




의미 있는 시간들                                                        


THE MUSICAL 학창 시절이 궁금해요. (poopooo)
박은석 사춘기 때 유난히 힘들게 보냈던 것 같아요.
“중학교 말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어요.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기도 했고요. 그땐 항상 자아성찰하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했어요. 제가 운동을 좋아하고 검도 선수도 했지만 제가 원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지금도 그럴 거예요. 학창 시절에는 틀 속에서 살라고 강요받는 것에 대해 반항 심리가 컸던 것 같아요.”


THE MUSICAL 여가 시간엔 주로 뭘 하나요? (moon_flower27)
박은석 저와 같이 자취하는 박해수 배우, 임철수 배우와 강아지 모래랑 산책을 가곤 합니다. 운동도 같이하고요.
“두 배우를 처음 만난 건 2010년 <영웅> 할 때였어요. 작품 얘기, 연기 얘기 많이 하면서 친해졌고요. 철수는 <명성황후> 오디션 볼 때 처음 봤는데 저보다 형인 줄 알았어요. 교수님 아니면 큰 선배님이시구나 했는데 친구더라고요.”


THE MUSICAL 모래의 이름은 왜 모래인가요? (hello_caiman)
박은석 전 주인이 지은 이름이에요. 자취방 식구들이 엣지있게 살아보자는 뜻으로 이름을 새로 지어보려 했어요. 영국 강아지니까 영국식으로 지어보자 해서 윌리엄, 루니 같은 이름으로 불러봤는데 반응이 없더라고요. 모래라고 부르니까 가장 잘 반응해서 원래 이름을 존중해 주기로 했습니다. 모래 덕분에 다 같이 바닷가에 가서 모래사장도 많이 밟았습니다.


THE MUSICAL 자신에게 수염이란? (poopooo)
박은석 자꾸 만지게 되는….
“저는 말끔하게 면도를 하고 다니지 않아요. 면도하면 피부가 빨갛게 돼서 바짝 면도하는 걸 피하거든요. 솔직히 수염은 남자만의 전유물 아니겠습니까. 수염이 어느 정도 난다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고요. 자꾸 만지게 되고. 좋습니다.”


THE MUSICAL <스모크>가 끝나면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Shoebill)
박은석 놀러 가고 싶어요.
“어디로든 해외 여행을 한번 가보고 싶어요. 해외는 늘 일로 나갔거든요. 한번은 선교 때문에, 한번은 군악대에 있을 때 독일 월드컵 때문에 갔고, 미국은 <영웅> 공연 때문에 갔어요. 해외는 놀러 가본 적이 없어서 휴식하러 해외 어디든 가보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4호 2017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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