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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VIEW] <광화문 연가> 작곡가 이영훈이 남긴 마지막 사랑의 노래 [No.90]

글 |이민선 사진제공 |광화문연가 2011-03-22 5,895

신년 들어 대형 창작뮤지컬들이 큰 이슈를 안고 차례로 개막하고 있다. 인기 배우들과 해외 유수의 창작진이 손을 잡은 <천국의 눈물>에 이어, 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명화를 원작으로 이탈리아 창작진이 만든 <미션>이 개막했다. 누그러진 추위, 완연한 봄기운과 함께 개막할 다음 타자는 <광화문 연가>이다. <광화문 연가>는 1980년대부터 대중가요계에 큰 획을 그었던 故 이영훈 작곡가(1960~2008)의 곡들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이다. 이영훈 특유의 감성적인 음악으로 애잔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래 잘하는 가수로 정평이 난 리사, 이영훈의 유작 앨범에 참여한 적이 있는 윤도현이 출연해 눈길을 끈다. 부드럽고 섬세한 연기로 무대와 TV에서 큰 사랑을 얻고 있는 송창의와 김무열도 멜로 연기에 합세했다. 오디션 장에서 고인을 연상시키는 노래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박정환과 투명하면서도 몽환적인 목소리의 소유자 허규, 춤과 노래 실력을 겸비한 아이돌 양요섭(그룹 비스트 멤버)도 참여해 <광화문 연가>의 무대에서 울려 퍼질 노랫소리에 대한 기대가 크다.

 

 

고인의  미완성 유작

작곡가 이영훈은 1985년 이문세 3집 음반 「난 아직 모르잖아요」로 가요계에 데뷔함과 동시에 15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후 이문세의 히트곡인 ‘붉은 노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광화문 연가’, ‘옛사랑’ 등은 모두 이영훈의 손끝에서 나왔다. 이영훈은 3집에서 13집에 이르기까지 이문세와 콤비를 이루어 명성을 얻었고, 여타 다른 가수들의 음반과 OST 작업 등 이십여 년의 활동 기간에 엄청난 수의 곡을 발표하고 그보다 더 큰 사랑을 받았다. 그의 노래는 서정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로 한국을 대표할 만한 발라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이영훈이 들려준 음악은 현재의 40,50대에게 그들의 청춘과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추억의 산물이며, 그중 다수의 곡들은 이후 후배 가수들이 리메이크해서 어린 학생들에게도 친숙한 멜로디로 남아 있다.
3년 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그의 음악은 음반과 콘서트를 통해 여전히 대중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대중가요를 콘서트가 아닌 뮤지컬 무대에서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기획이 일견 무모한 선택으로 느껴져 고인에게 누가 되는 일이 아닐까 여겨지지만, 이것은 고인이 생전에 바라마지 않던 꿈이었다. 이영훈은 자신의 곡으로 이루어진 뮤지컬을 만들고자 시놉시스를 짜고 작품을 구상하던 중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이영훈이 남긴 미완의 유작인 셈이다. 그의 곁에서 뮤지컬 제작의 뜻을 함께했던 프로듀서 김승현과 임영근을 포함한 지인들과 유족들은 그를 추모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고인의 꿈을 이루어줄 뮤지컬 작업 노트를 다시 꺼내었다. 그리고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 제작에 불씨를 당겨 창작진과 출연진을 꾸렸고, 드디어 오는 3월 20일 <광화문 연가>의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영훈 작곡가의 생전 모습

 

 

슬픈  사랑의 노래

작곡가 이영훈이 뮤지컬에서 들려주고 싶었던 것은 광화문을 배경으로 한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였다. 그가 구상한 시놉시스를 기반으로 쓰인 대본이 준비되고, 다수의 창작뮤지컬 경험으로 <광화문 연가>에 합류하게 된 이지나 연출과 김문정 음악감독 등은 뮤지컬 무대에 맞는 형식으로 대본을 수정해나가기 시작했다. 이지나 연출은 이영훈의 주옥같은 노래들을 담은 뮤지컬 연출의 최대 난점은 바로 그 노래에 있다고 한다. “뮤지컬은 사람들이 갈등을 겪고 절정에 치달았다가 그것이 해소되며 결말을 맺는 드라마가 필요한 장르이고, 노랫말이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죠. 그런데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은 비슷한 내용의, 사랑하다 헤어진 후의 쓸쓸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들이에요. 정말 좋은 곡들이지만 스토리텔링은 불가능한 노랫말이죠.” 고민을 거듭할 결과, 상훈이라는 역할이 이영훈이 만든 곡에 대한 이야기를 대신 들려줄 수 있도록 상훈을 작곡가로 설정했다. 그리고 상훈의 이야기는 극중극으로 진행되는 스토리 구조를 만들었다.
<광화문 연가>는 상훈과 현우, 여주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음악에 모든 것을 바친 작곡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현재, 상훈의 친구인 진국과 정숙, 그리고 현우와 여주의 아들인 지용이 ‘슬픈 사랑의 노래’라는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지용은 상훈에게 그 콘서트가 어떤 줄거리로 전개되는지 알려준다. 지용이 들려주는 것이 바로 극중극인 상훈과 현우, 여주의 이야기이다. 이 세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콘서트를 기획한 진국과 정숙, 그리고 지용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작곡가 상훈의 실화일 수도 있다. 상훈과 지용이 스토리를 끌고 가는 <광화문 연가>의 마지막은 콘서트로 장식하게 되는데, 현재의 ‘슬픈 사랑의 노래’ 콘서트와 극중극의 콘서트가 맞물리면서 관객들은 극중극이 상훈의 실화임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연출은 셋의 러브 스토리가 굳이 상훈의 과거 이야기라고 드러내지는 않는다. 따라서 현재의 상훈과 ‘슬픈 사랑의 노래’ 속 상훈은 각각 다른 배우가 연기하도록 설정했다. 관객들을 과거로 이끄는 장치로서 현재의 상훈을 배치하고 극중극의 상훈은 삼각관계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두 상훈이 다른 듯 같은 인물임을 보여준다.

 

 

 

음악이 들려주는 작곡가의 이야기

으레 주크박스 뮤지컬의 재미는 상황과 노래의 절묘한 조화를 맛보는 데 있었다. 그 순간에 딱 맞아떨어지는 노랫말이 흘러나올 때의 놀라움이 큰 웃음을 유발한다. 하지만 사랑과 쓸쓸함에 대해 노래하는 이영훈의 곡을 부르는 순간 객석에서 웃음이 터진다면, 그것은 소중한 원곡을 해치는 꼴이다. 따라서 이지나 연출은 스토리텔링이 어려운 이영훈의 곡을 등장인물의 정서를 반영하는 데 활용하기로 했다. 상훈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영감을 받아서 작곡을 하는지, 그의 감정을 노출시키고 관객이 그것을 인식하게끔 돕는 것이다. 상훈이 곡을 쓸 때의 마음이 관객에게 전해지도록, 그리하여 곧 이영훈이 작곡할 때 지녔을 마음도 느껴지도록 유도해 관객들이 이영훈의 아름다운 노래를 더욱 깊이 즐기게 하는 것이 이 작품의 목표이다. “이 모든 곡을 작사.작곡했던 이영훈 작곡가를 떨쳐버릴 수가 없어요. 노래에 그의 모든 진실과 감정이 담겨 있고, 또 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한 사람인지 느껴지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음악을 사랑했던 작곡가의 이야기가 중요합니다.” 연출의 설명에서 <광화문 연가>의 감상 포인트는 복잡한 스토리보다 이영훈의 음악을 즐기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지나 연출과 김문정 음악감독은 이영훈의 수많은 곡들 중에서 뮤지컬을 위해 삼십여 곡을 선정했다. 그 특유의 서정적인 곡과 조금 희귀하지만 신나는 곡, 관객들에겐 생소한 연주곡도 있다. 그룹 빅뱅이 불러 더욱 유명해진 ‘붉은 노을’은 결말 부분 콘서트의 마지막 곡으로 불린다. 그리고 아주 유명하진 않지만 작곡가 본인이 사랑했던 곡인 ‘슬픈 사랑의 노래’와 ‘기억이란 사랑보다’ 같은 곡들도 극 중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화문 연가>를 처음 선보임에 이지나 연출이 자신하는 것은 고인의 음악이 가진 힘이다. 사랑 이야기가 늘 똑같고 진부하다지만 그것이 지루하지 않도록,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이영훈의 음악을 살릴 수 있도록 만드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친근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무장하여 관객에게 다가가는 만큼, 3월에 만나는 <광화문 연가>는 대중에게 편안하고 따뜻하게 와 닿을 것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90호 2011년 3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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