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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락 오브 에이지> 김신의 [No.110]

글 |이민선 사진 |김호근 2012-11-27 4,942



변신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흘러간 인기 록 음악이 연이어 나오는 <락 오브 에이지>에 록 밴드 몽니의 보컬 김신의가 캐스팅됐다. ‘록 뮤지컬에 록커라니, 딱이로구만!’ 무릎을 치려는 찰나, 그가 맡은 역할이 스테이시 잭스라는 데서 멈칫하게 된다. 넘치는 카리스마와 섹시함으로 여성 팬들을 녹여서 마셔버리는 나쁜 남자 스테이시와, 우수 서린 얼굴에 감성적인 보컬을 지닌 부드러운 남자 김신의 사이의 간극은 다소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미스캐스팅?’ 정과 반의 단계를 거친 후, 김신의와 스테이시의 만남은 어떤 합의 결과를 남길 것인가. 막이 올라가 봐야 알 일이지만, 그를 만나고 나서 ‘오, 이거 기대되는걸!’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의 주문에 걸려든 것 같다.

 

 

내면에 숨겨둔 스테이시 본능


록커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위해 제작진은 우선 진짜 록커들을 스캔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그들의 레이더망에 몽니의 보컬 김신의가 걸려든 건 의아한 결과가 아니다. 최근 방송사의 밴드 경연 대회에서 몽니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보컬 김신의는 ‘미친 성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파워풀한 가창력을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캐스팅 제안을 받고, 그는 흔쾌히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마침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버전의 <락 오브 에이지>를 보고선 스테이시 잭스 역할에 완전히 매료됐던 차였다. 그는 록 밴드 보컬로서의 공통점과 밴드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소소한 경험들을 무기 삼아 도전해보면, 재밌게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락 오브 에이지>는 1980년대 미국 LA를 배경으로 하며, 그 시절에 유행했던 록 음악들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최근 대중매체들이 1990년대 한국을 소환해내듯, <락 오브 에이지>는 1980년대 미국을 호출한 것. 김신의 역시 당시에 LA 메탈 좀 듣던 록 키드였다. 본 조비와 익스트림, 그리고 <락 오브 에이지>에 삽입되진 않지만 건즈 앤 로지즈 등의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라니, 뮤지컬 넘버에 대한 친숙함은 말할 것도 없고, 어릴 때 즐겨 들었던 음악을 무대에서 다시 불러보는 재미에 솔깃했을 듯하다. 하지만 그는 현재 모던 록이라고 불리는, 감성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담은 슬프거나 잔잔한 곡들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말끔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그가, 산발한 머리와 와일드한 패션으로 시선을 압도하는, 일단은 시끄러운 메탈 음악을 소화할 수 있을까? “몽니가 모던 록 밴드지만, 전 이런 하드 록을 불러보고 싶었어요.” 평소와는 다른 음악을 즐기면서 일종의 갈증 해소를 할 수 있어, 뮤지컬 연습할 때 엔도르핀이 팍팍 솟아오른다며 힘없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김신의가 아닌, 내면에 숨겨두고 억누르고 있었던 또 다른 자신을 <락 오브 에이지>에서 꺼내 놓으려 한다는 이야기는 이후로도 여러 차례 나왔다.

 

김신의의 내면에는 또 뭐가 있을까. 여자와 음악과 또 여자를 좋아하는 스테이시 잭스는, 록 스타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섹시한 안하무인 트러블 메이커다. 하지만 김신의는 스스로 고백했듯이 “바른 정신에서 좋은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바름과 성실함에서 열정을 빛내는, 록커에 대한 선입견을 와장창 깨버리는 록커이다. 스테이시는 그 스스로도 늘 상상해왔던 음악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인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로 그의 마음속에 내재돼 있던 나쁜 남자 본능을 뮤지컬을 통해 분출하리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다른 김신의를 묶어두었던 주문이 스테이시를 만난 순간 봉인 해제된 것. 일부러 왜곡해 듣자면 상당히 변태적으로 들렸지만, 그는 “다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게 정말 매력적”이라며 제법 배우 같은 말을 했다. 이어서 치열하게 밴드를 일궈왔던 그에게 “예전부터 연기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정말로 의외였다.


뮤지컬에서 음악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뮤지션들의 출연이 다소 손쉬울 수는 있지만, 그들에게 연기력을 기대하는 것은 행운을 바라는 데 가깝다. 김신의 역시 음악적 탤런트를 우선으로 뮤지컬에 참여했지만, 그가 좀 더 확실히 보여주고 싶은 것은 연기력이다. 함께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본 후, 집에 돌아가 혼자 연구하고 또 연습하는 게 그의 첫 연기 공부다. 장면에 맞는 연기를 상상해보고 시도한 후 동료들의 반응을 살펴보곤 한단다. 배우 초년생치고는 감각 있는 것 같다는 칭찬에, 예의 그 덤덤한 목소리로 “(감각이) 없진 않은 것 같다”고 말하는 우직한 자신감은 조금 록커다웠다면 말이 되려나. 게다가 그 스스로 스테이시가 된 모습이 어떨지 기대된다는 말에는 잘 해내리라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 명의 배우가 번갈아가며 다른 얼굴의 스테이시를 연기하는데, 김신의의 강점은 록커로서의 경험이다. 밴드 공연 때 보여줬던 미칠 대로 미친 열광적인 무대 매너로 충만한 록 필을 전해주리라. 셋 중 유일하게 그만 기타를 매고 무대에 오른다고 하니, 기타 액션 또한 록 스타 연기에 한몫할 것이다. 그는 3개월가량 스테이시로 살다보면 그의 영혼에 스테이시가 드리워져, 그 에너지로 음악을 만들 수 있을 듯하다며 뮤지컬 경험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활짝 열려 있었다.

 

 

또 다음 뮤지컬을 기대하며


김신의의 뮤지컬 도전이 이번이 처음인 줄 아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는 2008년 록 뮤지컬 <록키 호러 쇼>의 리프라프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첫 경험 후 그에게 남은 것은 반성과 쾌감. 그는 뮤지컬에 캐스팅된 소중함을 몰랐고 연습에 게을렀다고 그때를 되돌아보았다. 하지만 뮤지컬 무대에 올랐을 때의 희열을 잊을 수 없어,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열심히 하리라 그는 다짐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설욕할 기회가 왔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연습에 참여하는 태도부터 달라졌다. 대본을 받자마자 집에 가서 외우는 것은 물론, 연출가가 하는 말은 꼬박꼬박 메모하고, 동선은 영상으로 촬영한 후 복습한다고 하니, 모범생으로 인정할 만하다.


수많은 사람이 협력해 만드는 뮤지컬은 계획된 일정에 맞춰 연습과 공연이 이뤄진다. 아침에 모여 규칙적으로 연습하는 뮤지컬 스케줄이, 야행성이라 짐작되는 록커에게는 다소 적응하기 어려운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면, 그건 몽니를 모르고 하시는 말씀. 여러모로 록커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는 김신의가 리더로 있는 몽니는 매일 오전 10시에 모여 연습을 시작한다. 그러니 그는 뮤지컬 연습 시간에 적응하는 데도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 땐 귀가해 가장으로서 가정을 돌보는 샐러리맨 스타일의 록커, 정말 레어 아이템이다. 원할 때 노래하고 기분이 우울할 때면 마냥 늘어지는, 자유분방함을 가장한 흐트러진 모습도 그에게선 찾아보기 어렵다. 음악도 뮤지컬도 치열하게 하는 게 신의 스타일이다.


두 번을 경험하면서 그는 뮤지컬 작업 현실을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다. 첫 작품과 달리 <락 오브 에이지>의 규모가 커서 앙상블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도 그에겐 자극이 되고 있다. “전 어떻게 보면 낙하산이잖아요. 그런데 뒤에서 춤추고 코러스 역할 하는 앙상블들이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정말 잘하더라고요. 제가 못하면 저 친구들을 볼 면목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처우도 부족한 것 같고. 미안하기도 하고,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아요.” 뮤지컬에 대해 알아갈수록 궁금한 것도 많아지는 그는, 이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면 또 참여하고 싶을 만큼 뮤지컬을 좋아했다.


그가 뮤지컬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음악 활동을 할 때와는 다른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조립식 로봇 만드는 걸 생각해보세요. 팔 따로, 다리 따로, 얼굴과 무기 모두 따로 조립한 다음에, 몸통에다 합쳐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잖아요. 뮤지컬이 딱 그런 것 같아요. 어제 런스루를 했는데, 부분별로 연습했던 것들이 하나로 이어져서 멋졌어요. 여기에 무대와 의상, 조명, 연주 등 다 갖춰지면 진짜 대단한 완성품 하나가 나오는 거잖아요. 굉장히 재밌는 작업이에요.”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10호 2012년 1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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