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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LIVE TALK] <원스> 전미도, 그땐 미처 몰랐을 인연 [No.137]

진행·정리| 안시은 2015-02-27 10,435

다시 또 도전이다. 

고정된 이미지를 떠올릴라치면 전혀 다른 캐릭터에 도전해 영역을 확장시켜온 전미도에게 <원스>는 처음 접하는 피아노와 체코어,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까지 해결할 숙제를 산더미처럼 던져주었다.
만만찮아 보였던 도전은 무대에서 결과로 고스란히 빛을 발하고 있다.
<원스>를 향한 미도 ‘걸’의 여정에 동참한 관객들의 질문과 그의 생각들이다.



<원스>가 만들어준 끈                                                                 

THE MUSICAL  <원스> 때문에 피아노를 처음 쳤다고 들었는데 언제 시작해서 얼마 동안 배운 건지 궁금해요. 작년에 <메피스토>에서 연기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 그때도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었던 건가요? (yeun)
전미도  <메피스토> 연습 들어갈 때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때부터 조금씩 치기 시작해서 공연 올라가기 6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연습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엄마가 안 보내줬어요. 가르쳐줄 만도 한데, 그렇죠?(웃음) 그러다 직접 피아노를 치니까 신기했어요. 지금도 제가 건반 두드리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해요. <원스>에 나오는 곡을 통으로 외워 치는 거라 다른 곡은 아예 못 쳐요. 그래서 연습 때는 “어디 몇 마디부터 들어갑니다.” 하면 몰랐어요. 지금은 감이 생겨서 알지만. 닥쳐야 하는 스타일이라 오랜 기간 준비하진 못하는데 주변에서 이참에 더 배우란 얘기도 많이 하고 저도 배운 게 아까워서 더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THE MUSICAL  ‘걸’ 역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kei84812)
전미도  피아노죠.^^ 


“가끔 재능 없다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갈 길이 먼 것 같은데 막막해서 안 보이니까. 매 공연 연습 초반엔 항상 드는 생각인데 어느 순간 제게 스트레스가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가장 사랑하는 일인데 건강하지 못한 고통이라면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급한 성격이지만, 한 번에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걸 바꿔, 천천히 가기로 했죠. 오늘 뭔가 하나 해낸 게 있으면 만족하려고 했고요. 그래서 <원스> 연습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안 받고 재밌게 했어요. 체코어도 ‘언제 익히지’ 했으면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것 같아요. 재밌을 것 같으니 조금씩 해보자 했더니 정말 재밌었어요.”



THE MUSICAL <원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걸’의 장면 디테일을 알려주세요. (sspark90)
전미도  2막에 가면 걸의 느낌이 살짝 좀 바뀌어요. 왜냐면 남편의 전화를 받았거든요. 과연 어느 시점에서 남편의 전화를 받았을까요?

THE MUSICAL  ‘걸’은 영화에서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영화와 뮤지컬에서 인물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eeekteen)
전미도  확실히 걸이 뮤지컬로 넘어와서 적극적으로 변했죠. 약간 슬픔이 있긴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면이 되게 생기 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 같아요.


“노래 한 곡 부르고 기타를 집어넣으면서 세상 다 끝난 것처럼 절망에 빠진 남자를 걸이 다시 끌어올리는 과정을 지켜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말로 상황을 빠져나갈 수 없게 만들잖아요. 가이는 순진해서 순순히 따라오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여자가 이 남자의 재능을 정확하게 본 거죠. 그게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그야말로 1호 팬인 거죠.”

THE MUSICAL  제목(Once) 뜻처럼 인생에 ‘한 번’ 있었던 신기하거나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foryz07)
전미도  얼마 전에 <원스>에서 영화 주인공들이 무대에 올라와서 배우들과 같이 연주하면서 노래했어요. 7~8년 전 그 영화를 볼 때만 해도 그런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 못했어요. 뒤에서 보고 있다가 벅차서 눈물이 흘렀어요. ‘음악 하나로 이렇게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구나’란 걸 실감했던 순간이었어요.


“영화는 정말 우연한 기회에 봤어요. 당시는 그 이별 감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스쳐 지나갔지만 이렇게 인연이 되어 출연하게 된 것이 신기했어요. 작품을 하게 되면서 다시 볼까 했는데 대본을 보니 영화와 캐릭터가 달라서 그러진 않았어요. ‘스웰시즌’이 무대에 올라왔을 땐 진짜 신기했어요. 영화 마지막에 뉴욕에도 가고 앨범도 만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자고 했던 대사가 실제가 된 거잖아요. 기분이 되게 묘했어요. 이런 인연이 있을 거라 생각 못했는데 ‘이렇게 이어주는구나’ 새삼 이 작품이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원스>를 공연하는 전 세계의 모든 배우들이 서로 공유해요. 어떤 지역에 공연이 올라가면 전 세계 <원스> 팀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면서 연결 고리를 만들어 나가요. 그런데 원작자를 만나니 그 사람들과 끈이 생겼단 생각에 기분이 묘했어요. 무대에 올라오던 날 했던 연주는 <원스> 시작 때 ‘가이’가 코드를 말해주는 것처럼 글렌이 센스 있게 자기 노래 한 곡 하겠다며 코드를 말해주고 즉흥으로 했어요. 모두 얼떨떨해하면서도 그 코드를 치는데 ‘엑스 걸’을 맡은 친구는 바이올린 연주하면서 정말 몰입하더라고요. 저는 즉흥 연주를 할 수 없으니까 뒤에 앉아서 봤는데 마치 극이 (눈앞의) 현실이 된 느낌이 들어서 영화 같았어요. 공연 중일 때와 달리 불이 켜져 있어서 꽉 찬 객석이 보이고. 이 모든 걸 지켜보는데 저를 위한 장면 같았어요. 주책이라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THE MUSICAL  <원스>에서 두 ‘가이’와 번갈아 만나고 있는데 미도 걸이 생각하는 각각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hyun8124)
전미도  도현 가이는 솔직하고요. 창희 가이는 보호본능을 일으켜서 보살펴주고 싶은 가이예요.

THE MUSICAL  극 중 체코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말 억양을 바꿔서 말하는데 실생활에서 그 억양이 나온 적은 없어요? (zooy)
전미도  있어요. 새로 대본 받아서 다른 작품 읽는데 자꾸 그 발음이 나와서 굉장히 곤란한 적이 있어요. 크크크.


“공개 연습 때는 그 부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어요. 아직 발음이 익지 않아서 더 확실하게 만들어진 다음 자신 있게 보여주려고 하진 않았어요. 체코 발음을 위해 체코 분이 오셨는데 한국어도 정말 잘하세요. 그분이 체코 발음 가르쳐줄 때 한국말로 가르쳐주거든요. 그때 입 모양을 보고 계속 따라했어요. 나름 생각해서 시도한 것도 있었는데 얼추 맞아떨어졌어요. 그래서 더 확신을 갖고 한 것 같아요. 그분이 저한테 “진짜 비슷해요! 정말 똑같아요(외국어 억양으로)”라고 해서 ‘이거 되겠구나’ 했죠.”



THE MUSICAL  <원스>에서 가장 애착 가는 장면이 있나요? (amisso)
전미도  저는 마지막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말이 필요 없어요.


“마지막 장면은 피아노를 본 순간부터 대사가 없잖아요. 모든 게 다 그때부터 행동으로 표현되는데 그것만으로도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다는 게 대단한 연출력이라 생각했어요. 작은 행동이 어떤 말보다 클 때가 있잖아요. 첫 장면도 되게 독특한데 그걸 뒤엎을 만한 장면 같아요. 첫 장면을 보면서 마지막 장면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THE MUSICAL 평소 작품을 선택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요?   <원스>는 어떤 부분이 하게끔 끌어당긴 건지도 궁금합니다. (amisso)
전미도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있거나, 역할이 굉장히 매력적이거나 도전할 가치가 있는 걸 주로 선택해요. <원스>는 그 세 가지가 다 있었던 것 같아요.


“캐릭터가 독특하잖아요. 뮤지컬이지만 연극 같은 구조를 갖고 있어서 저한테는 적합할 것 같았어요. 초연이니까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어떤 스타트를 하게 될까 그런 게 있는데 그걸 해본다는 것도 제겐 큰 의미가 있거든요.”

경계에서                                                               

THE MUSICAL  처음으로 봤던 연극이나 뮤지컬 기억나요? 그때 무슨 생각했어요? (rlatotha)
전미도  처음 봤던 (정식) 공연이 <그리스>였어요. 고등학교 때 보면서 저 위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상은 춤을 출 수 없다는 걸 현재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크크. 


“초등학교 때 교회 연극을 보고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충격받았어요. 굉장히 집중해서 봐서 내용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거든요. 초등학교 때 읽기 교과서 뒤쪽에 항상 있던 희곡을 읽는 게 낙이었어요. 친구들 앉혀놓고 “넌 뭐 하고 너는 뭐 하고 읽자” 하는 게 그렇게 재밌었어요. 이후로 연극을 해야겠단 꿈이 변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리스>를 보고선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고 또 다른 신세계를 본 거고요. 늘 무대 위에 서는 걸 동경했어요.”

THE MUSICAL  뮤지컬과 연극을 오가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연극에서의 역할이나 느낌이 뮤지컬과는 사뭇 달라서요. (alara)
전미도  이유는 딱히 없는데 말을 많이 하다보면 노래가 하고 싶고 노래를 많이 하다보면 말을 많이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두 가지는 저한테 크게 장르로 구분되진 않는 것 같아요.


“연극은 원 캐스트라서 재미가 있고, 뮤지컬은 거의 창작 아니면 초연을 하는 편이에요. 작품을 준비할 때 대본을 보면서 구조를 만들어가고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많이 느껴요. 때론 스트레스도 받고 자괴감도 들지만 그 과정이 좋아요.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났을 때 제가 만든 것에 대해 공감을 얻거나 이해받았을 때 느끼는 쾌감이 있어요.”

THE MUSICAL  청순가련한 역할을 주로 하다가 작년에 악마 <메피스토>와 <썸걸즈>에서 나쁜 여자로 연기 변신했는데 스스로는 어떤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앞으로 하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살짝 귀띔 부탁드려요. (yeun)
전미도  확실히 청순가련한 건 아닌 듯해요. 저는 그 악함과 선함 사이에서 갈등하는 역이 가장 어울리는 역 같고 그런 역을 하고 싶어요. 


“경계에서 갈등하는 역이 좋아요. 가장 인간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처음부터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순수하고 착하고 무조건 헌신적인 여주인공을 싫어해요. 여자도 화날 때가 있잖아요. 그런 게 답답해서 <메피스토>를 했던 것 같아요. 사람은 다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베르테르> 때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가 가장 인간적이라 생각했는데 캐릭터가 비난받아서 아쉬웠어요. 롯데가 정말 좋은 사람과 결혼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더 좋은 사람이 나타났을 때 흔들려요. 그건 사람의 본성이잖아요. 그럼에도 롯데는 알베르트를 버리고 떠나지 않고요. 극에서는 갈등하는 롯데를 보여주는 거죠. 이렇게 갈등하거나 새로운 자극을 받아서 변화되는 역을 좋아해요. 우리가 다 그렇게 살잖아요. 그게 성숙이고 인간적인 것 같아서 좋아요.”



THE MUSICAL  지금까지 해온 작품 중에 한 번 더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까요? (alara)
전미도  <갈매기>란 연극이요. 나이가 들수록 다르게 해석이 되는 것 같아요. 


“공연마다 느끼고 깨닫는 게 있어요. 느껴서 인지하는 것과 실제 제 삶에 적용해서 하는 건 간극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이상향과 실제 저와의 차이 때문에 항상 생각이 많았어요. 그런데 <메피스토>를 하면서 제가 생각만큼 선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제 모습을 인정하게 된 거죠. 그러고 나니 편하더라고요. 선하고 올바르고 도덕적인 걸 추구해야 하는 건 맞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서 위안이 됐어요.”

THE MUSICAL  혹시 아직 안 해본 캐릭터 중에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나요? 예전에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 역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hyun8124)
전미도  생각은 변함없고요. 전 요즘 코미디가 정말 하고 싶어요. 제 마지막 목표는 코미디예요. 희극 배우가 되고 싶어요. 

THE MUSICAL  가장 좋아하거나 존경하거나 같이 공연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jjangyujin)
전미도  메릴 스트립을 진짜 좋아하고요. 많이 얘기했지만 이정은 선생님과 공연을 꼭 해보고 싶어요.


“이정은 선생님 공연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그야말로 제가 추구하고 싶은 연기였어요. 되게 인간적이었어요. 그게 삶에서 나오는 희극이었거든요. 자신은 진지한데 밖에서 볼 땐 완전 웃긴 거 있잖아요. 체호프 작품이 그래요. 블랙 코미디처럼 웃긴 것들이 많거든요. <갈매기>도 그렇고 <벚꽃동산>이나 단편극들 다요.”

무대 밖의 시간                                            

THE MUSICAL  그나저나 왜 그리 빨리 결혼했어요? (alara)
전미도  그러게 말이에요. 크크크. 

THE MUSICAL  무대가 아닌 곳에서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시간이 생길 때 즐겨하는 활동이나 취미는? (rlatotha)
전미도  믿기 힘드시겠지만 커피 한 잔 놓고 책 보는 걸 좋아합니다. 푸하하하하.


“바쁠 땐 여유 있는 사람이 부럽잖아요. 테라스에 나와서 커피 마시는 사람들 보면 부러워요. 여행도 가고 싶은데 지금까지는 여유가 없었어요. <원스> 끝나고는 가려고요. 무조건 해외로 나갈 거예요!”

THE MUSICAL  평소 공연 안 할 때는 뭐 하나요? 취미는 뭐예요? (jjangyujin)
전미도  저는 딱히 취미가 없어요. 일 자체가 가장 큰 취미예요. 그래서 쉴 때는 그냥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쉬어요. 근래에 살림이란 취미가 생겼어요. 하하. 

THE MUSICAL  오늘 점심은 맛있는 것 먹었어요? 살 원래 안 찌는 체질이죠? 걱정돼요. (rlatotha)
전미도  그러게 말이에요. 체질 검사를 했는데 저주받은 체질이더라고요. 해산물이랑 잎채소만 먹어야 한대요. 흑흑. 


“<원스> 연습할 때 체질 검사했는데 고기랑 안 맞대요. 먹어봤더니 죽겠더라고요. 소화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육류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8체질 중에 가장 저주받은 체질이라고.”

THE MUSICAL  혹시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 있나요? (yeun)
전미도  있죠. 빠른 시일 내에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이렇게 말하니) 뭐가 있는 것 같지만 없어요. 하하하.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7호 2015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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