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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로기수> 안무 연습 현장 [No.138]

글 | 나윤정 사진 | 이배희 2015-04-10 6,811

듣고 느끼고 춤춰라!                          

“탁탁탁 탁타다닥.” 이른 아침의 대학로. 한 연습실에서 경쾌한 구둣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다름 아닌 <로기수>의 연습 시작을 알리는 소리다. 삼삼오오 연습실에 모여든 배우들은 가볍게 몸을 푼 다음 바로 탭댄스 연습에 들어갔다. 오늘의 배경 음악은 레이 찰스의 ‘Hit The Road Jack’. 노래의 흥겨운 리듬에 따라 배우들의 발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 탭댄스는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는 만큼, 배우들은 기본 동작들을 반복하며 자연스럽게 춤을 몸에 익히는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배우들의 얼굴에는 땀이 뚝뚝. 무대 위 자유로운 움직임 뒤엔 이렇듯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




<로기수>는 1952년 거제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북한군 포로 소년 로기수가 미군 흑인 장교의 탭댄스에 마음을 뺏겨, 꿈과 희망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에서 탭댄스는 드라마를 관통하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런 만큼 배우들은 매일 아침 탭댄스 안무를 맡은 박용갑 감독의 지도에 따라 연습한다. 박 감독은 배우들의 동작을 꼼꼼히 살피며, 자세를 고쳐주고 안정된 탭댄스가 나올 수 있도록 배우들을 도왔다. 


한 시간 넘게 탭댄스 연습이 이어지던 중 특별한 풍경이 펼쳐졌다. 배우들이 저마다 손에 무언가를 하나씩 들고 둥글게 둘러앉은 것이다. 다듬이부터 시작해 장기판, 깡통, 건빵 봉지 등 다양한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잠시 후, “타닥타닥 타닥타닥.” 탭 소리 못지않게 쩌렁쩌렁한 소리가 연습실을 가득 메웠다. 배우들이 다양한 도구들을 타악기로 활용해 두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주인공 로기수가 소리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한다. 군대의 제식 훈련이나 빨랫방망이의 리듬감을 탭댄스와 연결지어, 로기수가 일상에서 탭댄스를 느끼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배우들과 박 감독은 머리를 맞대고, 어떤 도구를 어떻게 두드려 소리를 만들고 어떤 움직임으로 표현할지 고민했다. 


오전 내내 이어진 탭댄스 연습이 끝나고, 오후부터는 본격적인 드라마와 안무 연습이 시작되었다. <로기수>에서 탭댄스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렇다고 공연의 전부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로기수가 탭댄스를 통해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 이 작품의 전체 안무를 총괄하고 있는 신선호 안무감독은 그 점에 초점을 맞춰, 과장되지 않고 더욱 현실적인 움직임들을 구상 중이었다. 




신선호 감독은 김태형 연출과 함께 배우들의 연기를 주의 깊게 살피며 안무 파트에 대해 상세한 코멘트를 이어갔다. 그렇게 1막 첫 장면을 시작으로, 드라마와 안무를 디테일하게 연결시키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특히 북으로 가길 바라는 공산 포로들의 해방 동맹을 보여주는 ‘끝없는 전쟁’ 장면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포로들의 외침을 담은 만큼 배우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마네킹을 활용한 움직임은 포로수용소의 이미지를 더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등장했을 때 이미지가 나와야 해요!” “이 부분에서 눈빛을 강조하세요!” 신선호 감독은 이미지를 강조하며, 안무가 드라마에 녹아들 수 있게 만들었다. 그는 몸소 시범을 보이기도 하며, 배우들이 등장하는 위치, 구도 등 동선까지 세밀하게 짚어주었고, 나아가 배우들의 호흡과 눈빛까지도 극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이끌었다. 이렇듯 배우들의 움직임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안무의 한 부분으로 존재하며, 인상적인 드라마로 완성되었다. 


MINI INTERVIEW

안무감독 신선호 & 탭댄스 안무감독 박용갑



<로기수> 안무의 특징은?
신선호   전쟁 포로들의 이야기인 만큼 과장된 무대를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더 현실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었다. 너무 화려한 탭댄스를 보여주면 드라마가 사라질 테니까. 탭댄스란 매개체 안에서 포로수용소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관객들이 로기수가 탭댄스를 하게 된 이유가 뭔지 고민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 일환으로 로기수가 제식훈련의 군화 소리 등에서 리듬감을 느끼는 설정을 넣었다. 더불어 미군, 반공 포로, 친공 포로, 이 세 캐릭터들의 색깔을 확실히 표현하려 했다.
박용갑   이 작품은 단순히 탭댄스를 하나의 쇼로 보여주자는 게 아니다. 탭댄스를 통해 한 북한 포로가 점점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다. 그런 변화들을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관객들이 <로기수>를 볼 때 염두에 두면 좋은 안무 포인트가 있나?
신선호   이 작품에서 내가 떠올린 첫 번째 이미지는 철조망이었다.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고,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는 억압된 공간.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안무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박용갑   극 중에서 ‘프랜’이란 흑인 병사의 쇼적인 탭댄스, 로기수의 탭댄스 등 여러 가지 탭댄스들이 드라마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비교해 보면 흥미로울 거다. 


전체적인 안무와 탭댄스 안무 사이의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신선호   초반엔 회의를 통해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안무 파트와 탭댄스 파트를 나누어 각자 맡은 부분을 만들어본다. 그리고 계속 의견을 교환하며 하나의 그림을 그려 나간다. 탭댄스를 멋으로 하면 정작 포로수용소 이야기는 힘을 잃을 테니.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드라마를 우선적으로 고민했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각자의 파트는 퍼즐을 맞추듯 조합하고, 다듬질해나간다. 
박용갑   요즘은 카카오톡이 있어서 의견 교환이 용이하다. 탭댄스 안무를 영상으로 찍어 보내면, 신 감독님이 거기에 맞게 전체 안무를 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안무를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배우들에게 특히 강조하는 것은?
신선호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말고, 드라마적인 춤을 추라고 요구한다. 멋있게 보이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단지, 작품 속 인물이 돼서 그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했으면 좋겠다. 
박용갑   탭댄스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리듬을 맞추는 거다. 왜냐하면 관객들에게도 리듬이 가장 먼저 들리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리듬을 들은 다음 동작을 보게 되는데, 배우가 리듬을 맞추지 못하면 그 장면이 시시하게 보인다. 그래서 음악이나 메트로놈에 따라 박자를 맞추는 연습을 많이 했다. 가장 기본적인 걸 강조한 거다. 


뮤지컬 안무만의 매력은?
신선호   뮤지컬에서 안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라마와 노래가 있으면, 안무는 그 둘을 연결시켜주는 다리가 되기 때문이다.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는 만큼 안무가 맛깔스럽게 나오면 작품이 재밌어진다. 내가 안무를 할 때 첫 번째로 하는 작업은 바로 이미지화다. 작품을 보고 들으며 떠오르는 특정 이미지의 동작이나 감정을 찾는 거다. 그것을 통해 배우들에게 드라마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주려 한다. 이런 중간 다리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매력적이고, 특히 창작은 만들어가는 재미도 크다. 
박용갑   퍼포먼스에서 탭댄스는 그야말로 기교를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뮤지컬에서의 탭댄스는 ‘표현’이다. 이 작품의 경우만 봐도 흑인과 백인의 탭댄스가 느낌이 모두 다른데, 무대에서 그걸 다 표현해 볼 수 있다. 드라마가 있으니 그 안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거다. 뮤지컬에서의 탭댄스는 드라마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참 매력적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38호 2015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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