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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4) <아가씨와 건달들> 정선아 [No.95]

글 |김영주, 김유리, 이민선 사진 |김호근 2011-08-21 5,236

어디라고 딱 짚어 말할 수 없는 낯선 어느 나라의 석양을 배경으로 서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이국적인 분위기의 진구. 하지만 그는, 지금껏 극 중에서 보여준 어둡고 강렬하고 종잡을 수 없는 모습이 아니라 어른스럽고 배려심 깊은 성인 남자의 균형감으로 주위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과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조금은 위험스럽게, 조금은 과시하듯 유혹하는 커플의 나른한 해질 무렵이 예상보다 깊은 느낌인 것은 그의 개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반전을 꿈꾼다,  정선아

 

올해 그야말로 ‘정선아가 대세’인 것 같다.

올해 작품이 조금 많아서 그런가? 지난해 연말부터 하던 <아이다>가 올해 봄에 끝났고, 그 후 <모차르트!>, 이번에 하는 <아가씨와 건달들>, 그리고 연말에 예정되어 있는 한 작품까지 총 네 작품에 참여한다. 단독 캐스트로 자주 노출되다 보니까 많이 한다는 느낌인가보다. 일 년에 보통 두세 작품 하는데, 지난해 많이 쉬어서 올해는 열심히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웃음) 좋은 작품들이라 그냥 넘어갈 수가 없더라.


<아가씨와 건달들>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려서 이 공연을 봤을 때 특이하고 매력적인 아들레이드만 보였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사라잖나. (이)지나 연출님이 ‘사라를 주인공으로 만들 수 있는 배우는 너밖에 없다’고 하셨다. 모두들, 심지어 나조차도 ‘정선아는 딱 아들레이드’라고 생각했는데, 연출가님은 ‘외모와 행동의 간극이 있어야 하바나 신에서 반전의 임팩트가 크고, 네가 해야 사라의 능동적 자아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라.

 

전작을 통해, 또는 인터뷰를 통해 늘 열정적이고 섹시한 이미지의 정선아를 보여 줬는데, <아가씨와 건달들> 포스터에서의 모습은 매우 낯설었다.

그랬나?(웃음) 내게도 이 역할은 굉장히 쇼킹하다. 홍보 사진이든 인터뷰 사진이든 늘 예쁘고, 섹시하고, 도도한 컨셉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이번엔 포토그래퍼가 ‘자~ 입꼬리 내리고, 청순하게’를 주문하는데 너무 어색하더라. 그런데 친한 친구가 이제까지의 정선아 사진 중 가장 좋다고 하더라. 반전의 묘미를 느끼게 해서.(웃음) 지금까진 나와 비슷한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노력을 더해 왔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서는 내가 공부해야 하고, 그렇게 내 틀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란 생각에 아주 즐거운 맘으로 임하고 있다.

 

실제로 일확천금하게 된다면?

만약에 그럴 수 있다면, 죄송하지만 반만 기부하겠다.(웃음) 반은 가족과 함께 이 화보 촬영 컨셉처럼 여행을 가고 싶다. 이렇게 여행 다니면서 살고 싶은 게 내 꿈이다. 아랍왕자를 만나야 가능할까? (웃음)


 

 

구세군이면서 선교사인 단아한 사라가 일확천금을 꿈꾸던 자유로운 영혼의 풍운아 스카이에게 반하게 된다. 너무 다른 세계관의 남자인데, 어떤 순간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나?

나도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스카이와 하바나에 가서 사랑에 빠진 걸까 싶었는데, 연출님은 “아니야, 스카이가 구세군 사무소의 문을 열고 들어와 ‘여기가 죄인을 받아주는 곳이 맞습니까?’라고 말할 때, 그를 보고 이미 넌 사랑에 빠졌어.”라고 귀띔해주시더라. 멋있는 남자에게 맘이 쓰이는 걸 절제하고 차단하지만 자꾸 눈이 가고, 점점 그 차단이 풀려간다. 똑똑한 척하지만 사실 엉뚱한 사람, 그 본모습이 나올 때 참 귀여워 보이잖나. 어렸을 때 사라가 참 재미없는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귀여운 구석이 많은 친구더라.     

 

연습하면서 느끼는 사라의 매력과 이 공연의 매력은?

여러 가지로 나와 참 다르다. 사라는 술을 마시면 춤도 멋있게 추고 열정적이지만 난 평상시에는 활달하지만 술이 들어가면 차분해진다. 바꿔서 연기하면 되겠더라.(웃음) 말하는 것도 나와 달리 참 단아하다. 아, 오래된 작품이라 대사가 처음엔 청순가련형이었는데 현대적으로 바뀌어 대사가 참 재밌어졌다. 그리고 두 커플의 로맨틱 코미디인데, 예전엔 아들레이드와 네이슨 커플만 재밌었다면 이번 공연은 많이 다르다. 재미있다. ‘참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배우로서, 주인공으로서 예쁘게 보이고, 잘나 보이는 것보다 내가 하면서 즐거워야 하는 것 같다. 에너지를 관객과 공유할 수 있을 때 그때 베스트가 나온다. 이번 작품은 모든 배우들, 모든 캐릭터가 재미있어서 스스로도 기대가 크다.

 

함께하는 진구, 김무열 두 배우에 대한 인상은?

예전에 무열 오빠가 <알타보이즈>했을 때, (김)태우 오빠 생일에 처음 봤다. 그때 몸이 좋았고, 여성 팬이 진짜 많았던 것 같다. 보통 여성 팬들이 많으면 어깨에 햄버거 패티가 열 장씩은 올라가 있지 않나.(웃음) 처음엔 그런 사람인 줄 알았다. 이후로 몇 작품을 봤고, 그러다 <광화문연가>에서 다른 모습을 봤다. 관객 입장에서 다른 배우들의 작품을 볼 때,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끼긴 힘들게 마련인데, 역할이 좋아서인지, 연기를 멋있게 하는 건지 참 멋있었다. 그 후 <아가씨와 건달들>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참 겸손하고 성실하더라. 잘 맞춰주고, 참 배려를 많이 해준다. 진구 오빠는 우연히 오빠가 출연한 영화를 많이 봤다. 연기도 잘하고 노련해 보이고, 여유가 있어보여서 나이가 좀 있겠구나 싶었는데, (옥)주현 언니와 동갑이라길래 깜짝 놀랐다. 얼마 전 공식 석상에서 ‘이번 뮤지컬의 슈퍼 루키가 되겠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 첫 리딩 연습 때부터 정말 많이 준비해왔고, 노래도 잘하더라. 영화를 통해 느꼈던 첫인상은 약간 차갑고 무서웠는데 실제로는 개구쟁이 외국 소년 같은 느낌이다. 아, 내 파트너도 아닌데 너무 자랑해줬나. (웃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95호 2011년 8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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