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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o.74] <싱글즈>의 성두섭 - 단단한 씨앗을 품은 배우

글 |배경희 사진 |심주호 2009-11-22 6,948

 

 
여자친구와 다투고 난 다음 날에는 한 송이의 장미를 건넬 것 같은 로맨티스트, 또는 어떤 상황에서도 함박웃음을 지을 것 같은 반듯한 사람. 최근 2년간의 출연 작품들-<김종욱 찾기>, <내 마음의 풍금>, <싱글즈>-에서 성두섭이 보여줬던 부드럽거나, 순박하고, 다정한 캐릭터들을 떠올릴 때 그에게 자연히 기대하게 되는 이미지다. 하지만 그와 잠깐이라도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건 어디까지나 무대 위에서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학창 시절, 부모님과 선생님 눈치를 보느라 전전긍긍하며 옴짝달싹 않고 책상에 앉아 있는 대신 성두섭은 일찍이 교실 밖에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았다. 춤추는 것을 좋아해서 댄스팀을 꾸려 4년이나 리더로 팀을 이끌면서 대회에 나가 상도 받고, 유명 연예기획사의 명함도 받았지만, 그는 어린 마음에도 ‘우리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서’ 거절할 줄 아는 고집과 뚝심이 있었다. ‘특기’가 의무 사항인 줄 모르고 간 대학교 실기 고사장에서는 색소폰을 불고, 탈춤을 추는 아이들 가운데, “죄송합니다. 학교에서 원하는 특기 중에서 제가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대신 제가 잔재주는 많아요!”라고 당당히 외쳐 합격했다는, 다소 엉뚱하지만 두둑한 배짱은 괜한 데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운이 좋아서’진학한 예대에서 그의 진짜 운이 시작됐다. “대학에 가서도 뮤지컬이 뭔지 몰랐어요. 학교에서 유명한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그게 공연 동아리였어요. 잘 모르는 제 눈에도 진짜 멋있었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를 보고 생각했어요. ‘와, 나도 뮤지컬 해야겠다.’” 춤에 빠져서 춤도 실컷 춰보고,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 매일 노래방에 살다시피 했으며, 다방면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등록한 연기 학원에서 연기의 매력을 알게 됐던 그가 일련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이 모든 것이 합쳐진 종합예술을 만나게 된 셈이다. 
 
오디션을 준비하던 중 당시 유명했던 뮤지컬 배우 소속사 액트원의 전속 배우 오디션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하면서 <아가씨와 건달들>에 출연하게 됐고, 그렇게 뮤지컬 배우의 길은 시작됐다. 그리고 4년이라는 긴 시간. “이왕이면 ‘중심’에 서고 싶어서 처음에는 되든 안 되든 무조건 주인공부터 지원하고 봤다”는 성두섭은 이제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배우’로 성장했다. “무대 위에서 한 명의 주인공은 없어요. 캐스팅 2순위 멤버들이 모여서 역대 최고의 앙상블을 만들어 냈던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출연하면서 진짜로 중요한 게 뭔지 알았거든요.” 
 
성두섭은 11월에 초연되는 창작뮤지컬 <점>에서 여주인공 앞에 운명처럼 나타나는 남자, 고민수 역을 맡았다. 이번에도 역시 로맨틱 코미디 속의 ‘멋진 남자’다. “새로운 연기를 해보고 싶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명쾌하게 답했다. “당장 할 수 없는데, 제 욕심에 무작정 뛰어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노력으로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겠지만 그건 억지에요.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도록 노력해야죠. 다른 것보다는 주인공을 하고 나니까, ‘주인공을 했던 배우’ 이런 식으로 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 그게 부담이에요. 제 연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니까 무조건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요. 그리고 뭐, 자신감으로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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