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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몬테크리스토> 린아 [No.157]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16-10-31 5,317

욕심 없이 자만도 없이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린아가  주크박스 뮤지컬 <젊음의 행진>으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후 얼마 안 가 무대를 떠났을 때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의 행보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TV 스타들이 무대에 진출해 금세 자취를 감추는 것은 더 이상 새롭거나 놀라운 소식이 아니니까. 하지만 린아는 보란 듯이 예상을 깨고 무대로 돌아와 그가 몸담은 작품의 무게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전성기를 맞은 배우, 지금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꿈을 이뤄가는 즐거움

“너무 순탄해서 불안할 정도에요!” 올겨울 <몬테크리스토>에서 아름다운 여인 메르세데스로 변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린아가 다소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라도 그녀의 말이 괜한 엄살처럼 느껴진다면, 그녀의 최근 출연작들을 떠올려 보시라.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오케피>, <뉴시즈>, <노트르담 드 파리>…. 인기 고전과 초연 기대작으로 훌륭하게 채워진 커리어는 그녀가 지난 2013년 2년의 공백을 깨고 무대로 돌아온 지 불과 3년 만에 이뤄낸 일이다. 게다가 출연을 앞두고 있는 <몬테크리스토>는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꼽아온 작품.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사실 뮤지컬을 시작하기 전까진 뮤지컬에 문외한이었어요.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정말 유명한 작품의 이름만 들어본 정도였죠. <몬테크리스토>는 뮤지컬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보게 됐는데, 아마 그래서 더 흠뻑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한눈에 반했죠.” 아직은 작품에 욕심낼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스펙트럼을 넓혀갔지만, <몬테크리스토>를 향한 마음은 한결같았다. “재작년쯤 <몬테크리스토>가 다시 올라갈 거란 소문을 들었는데, 그때부터 계속 기회를 기다렸어요. 오디션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했고요. 그런데 결과가 나오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만날 결과는 언제쯤 나오지 하고 애태우다 결국 붙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는데, 그 순간 저절로 열심히 잘하겠다는 말이 나왔어요. 저 혼자 자주 들었던 노래를 무대에서 부른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떨려요. 내가 그만큼 잘 부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고요.” 린아는 스스로를 엄살쟁이라고 했지만, 이번 역시 의심과 불안의 시기를 잘 이겨낼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그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슬럼프는 작품마다 겪는 것 같아요.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작품에서 새로운 인물을 만나려면 거기에 적응해 가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주위 사람들은 저보고 엄살 피운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힘들어서 바닥을 칠 때도 많아요. 내가 정말 이 일을 계속해도 되나 싶을 만큼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에이, 괜찮아!’ 하고 올라오곤 하죠. 타고난 성격이랄까. 이번에도 잘 이겨내야죠.”


지금 현재 그녀가 넘어서야 할 또 하나의 과제 <몬테크리스토>는 복수극의 원형이라고 불리는 작품. 친구의 배신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 젊은 선원 에드몬드가 다시 세상에 나타나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에서 린아가 맡은 메르세데스는 하루아침에 약혼자 에드몬드와 생이별을 하게 되는 비운의 여인이다. 그녀의 바로 전 역할이 <노트르담 드 파리>의 자유로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한 남자를 변치 않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인물을 위해 또 한 번의 변신을 거듭해야 하는 셈이다. 무대 위에서 엄마가 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 “생각해 보니까 아이가 있는 역할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것도 다 큰 아이의 엄마죠. 하지만 이미 드라마에서 중년 아들을 둔 육십 대 노인 역할도 해봤기 때문에 어색하진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예쁜 드레스를 입는 게 어색한 기분이에요. 드레스 입는 역할도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기대감이 잔뜩 묻어나는 그녀의 들뜬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연습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자신이 생각하는 메르세데스를 표현하기 위한 모든 계획을 다 세워 놓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 인터뷰에서 남편(장승조) 얘기는 꺼내기 싫었는데(웃음), 남편이 철저하게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 연기하는 타입이라면, 저는 정반대예요. 전 빨리 대사를 숙지하고 연습실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스타일이죠. 연습실에서 동료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다 보면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게 있거든요. 그 느낌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가요. 이렇게 말하면 불량해 보일까요? (웃음) 사실 처음엔 저도 남편처럼 해야 하나 흔들렸는데, 이제 한 5년쯤 하니까 각자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녀가 보여줄 메르세데스가 궁금해지는 찰나, 그녀가 자신이 향할 목적지에 대한 힌트를 던진다. “사실 아직 연습에 들어가기 전이라 메르세데스를 어떤 인물로 그리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메르세데스는 한없이 사랑스러우면서도 꿋꿋이 삶을 헤쳐 나가는 강인한 사람이에요.”




무대에서 발견한 즐거움
지난 2011년 <젊음의 행진>으로 뮤지컬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후 그녀가 이름을 올린 작품은 모두 열한 편. 어느 하나 의미 없는 작품은 없겠지만, 그 가운데 그녀의 인생작을 꼽자면 2014년에 올라간 <지킬 앤 하이드>를 빼놓을 수 없다. 대표 배우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의 역할인 <지킬 앤 하이드>의 강렬한 디바 루시는 뮤지컬 배우 린아 인생에 새로운 한 챕터를 열게 했으니까.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지킬 앤 하이드>는 대배우들과 함께한 대형 뮤지컬이라 굉장히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인생작을 고르라면 <늑대의 유혹>, <머더 발라드>, <맨 오브 라만차>, 이렇게 세 작품을 뽑고 싶어요. 초연 창작뮤지컬 <늑대의 유혹>은 연기하는 즐거움을 알려줬을 뿐 아니라 남편을 만나게 해줬고, 무대 복귀작 <머더 발라드>는 관객들에게 뮤지컬 배우로 다가갈 수 있게 했거든요.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맨 오브 라만차>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돼줬고요. 당시엔 아무리 상상해 봐도 창녀 알돈자의 삶을 다 이해하지 못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만큼 성취감이 컸던 것 같아요.”


무대에서 막 경력을 쌓으려던 시기에 잠시 무대를 떠났던 2년의 공백 역시 그녀를 더욱 단단하게 했다. “<젊음의 행진>으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작품에 뒤늦게 투입된 터라, 머릿속엔 온통 다른 사람들에게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뮤지컬의 재미를 느낄 새도 없이 공연이 흘러갔죠. 그런데 다행히 <늑대의 유혹>으로 다음 기회가 왔고, 정말 좋은 팀워크 속에서 이래서 공연이 재밌는 거구나 느꼈어요. 그러고선 연달아 <페임>까지 출연하게 됐고요. 그런데 그 후에 드라마에 캐스팅되면서 잠시 뮤지컬을 쉬게 됐죠. 드라마 쪽에선 당연히 촬영에 집중해 주길 원했는데, 촬영 스케줄이라는 게 워낙 유동적이잖아요.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었죠. 70부작 사극이라 촬영 기간이 일 년 남짓 됐는데, 대기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잡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지금 이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쓸데없는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런데 항상 지나고 보면 그런 시간들이 더욱 성장하게 하는 것 같아요.”



어느덧 데뷔 5년 차, 린아는 이제야 비로소 뮤지컬 배우라는 자각을 갖게 됐다. “공연 후기를 일부러 안 보는 편이라 제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잘 몰랐어요. 악플 같은 거 보면 기분이 상하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노트르담 드 파리>를 하면서 우연히 몇몇 후기를 보게 됐는데 관객분들이 저를 가수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 바라봐 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내가 어느새 이만큼 성장했구나, 보람을 먹고 산다는 게 뭔지 알게 됐죠.” 그렇다면 처음 무대에 선 순간과 오 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 그녀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무대에 서기 전 마음은 오 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예요. 여전히 떨리고 두렵죠. 연기와 노래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고요. 그런데 어렵고 힘든 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더도 덜도 말고 지금 이렇게만 오래도록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7호 2016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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