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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TAR INTERVIEW] <홍길동>의 예성 .성민 [No.78]

글 |배경희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2010-03-09 5,640



지난해 각각 <남한산성>과 <아킬라>로 뮤지컬 관객과 처음 만났던 슈퍼주니어의 예성과 성민이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두 사람이 두 번째 무대로 택한 작품은 창작뮤지컬 <홍길동>. 처음보다 깊어진 마음으로 <홍길동>을 준비하고 있는
예성과 성민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견을 깨고 싶어요 예성

 

프레스 콜을 예성 씨의 무대로 진행한다면서요. 네 배우 중 가장 잘하고 있나 봐요?
아니에요. 그런 건 아니고 어쩌다가 제가 하게 됐어요.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많은 분들이 보게 될 텐데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해서 부담이 커요. 제 첫 공연이 23일인데 프레스 콜을 하고 다음 날 바로 대만으로 콘서트를 하러 가거든요. 다른 분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정리를 해보면 마음이 좀 편할 텐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워요.


슈퍼주니어에서 예성 씨와 성민 씨, 두 멤버가 뮤지컬에 유독 관심이 많다고요. 언제부터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욕심보다는… 그냥 하고 싶었어요. 영화 보는 걸 음악 듣는 것 이상으로 좋아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시간 날 때마다 아버지한테 비디오 빌리러 가자고 조르고 그랬어요. 비디오 가게에 있는 영화는 정말 다 본 것 같아요. 한 사람으로 태어나서 여러 가지 인생을 살 수는 없잖아요. 김정운(예성의 본명)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느낌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작품 안에서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고요. 그런데 제가 팀에서 보컬이고, 아직까지는 노래를 해야 하니까 두 가지를 같이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뮤지컬을 하게 된 거예요. 사실 그 전에는 뮤지컬에 대해 잘 몰랐어요. 도전하게 되면서 많이 알게 됐고 첫 작품을 하면서 주위에서 많은 것들을 깨우쳐주셨어요. 그러면서 좋아하게 됐고요.


<남한산성>은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요.
작품을 고르고 있었는데, <남한산성>이 큰 작품이었고 뛰어난 선배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기 때문에 제가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았어요.


<남한산성>은 창작뮤지컬이기도 했고 대작이어서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첫 작업은 어땠어요?
뮤지컬은 처음 해보는 거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조광화 연출님께 많이 혼났는데 혼나는 게 두렵지 않고 즐거웠어요.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게 아니었구나, 그럼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거고 그렇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서 즐거웠던 것 같아요.


<남한산성> 연습실 취재를 갔을 때 열심히 하려고 애쓰던 예성 씨의 모습이 생각나요.분위기에 흡수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한다기보다는 즐기려고 하는 편이이에요. (배)해선 누나가 자기는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무대에 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아직까지 전 그 정도는 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더 열심히 하려고 했던 건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첫 번째 작품인데도 주연을 맡아서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거든요. 앙상블 중에서도 경력이 많은 분들이 계셨는데 저는 그런 단계를 거치지 않았잖아요. 잘하지는 못해도 어색한 느낌을 주지 않고 작품을 같이하는 60명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어요. 폐 끼치지 싫었거든요.


뮤지컬만이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 있었나요?
무대에 서기 전에는 굉장히 떨리고 관객들이 의식이 됐었는데 막상 무대 위에 서니까 그런 것들이 사라지더라고요. 연습했을 때와는 집중도가 완전히 달랐어요. 내가 정명수가 된 것 같고 집중할 수 있는 그 느낌이 좋았어요.


다음 작품으로 택한 <홍길동>도 사극이에요. 홍길동의 어떤 점에 재미를 느껴 출연을 결정하게 됐나요?
<남한산성>을 끝내고 많은 제의가 들어왔어요. 슈퍼주니어 활동 시기 하고 겹치지 않는 작품으로 선정하다 보니 이번 작품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홍길동이 실존인물이라는 사실도  흥미로웠어요.

홍길동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홍길동의 인간다운 면모를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에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해 불만도 있었을 테지만 무리를 리드하는 인물이었으니까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그처럼 외적·내적 갈등에 휩싸인 존재의 인간적인 부분을 표현하고 싶어요.

같은 그룹 멤버인 성민과 함께 작품에 참여하는 건 어때요.
같이하다 보니까 서로 의지가 되죠. 다들 경쟁하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시는데 같은 역을 맡았지만 목소리, 외모, 생각 모두 다르기 때문에 표현하는 느낌도 다르다고 생각해요. 팀 버튼 감독이 만든 ‘배트맨’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이 다른 느낌을 주듯 말이에요.


두 번째 작품인 만큼 각오도 다를 것 같은데요?
글쎄요. 각오라기보다 무사히 잘 끝났으면 좋겠어요. 역대 아이돌 중에서 가장 잘했다 이런 평가보다는 뮤지컬 배우로 평가를 받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는 아이돌이 아닌 뮤지컬 배우로서 서는 것이니까 그런 편견을 좀 깨고 싶어요. 잘해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앞으로 어떤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아직 어떤 작품이 있는지 잘 몰라서요. 어쨌든 다음 작품은 사극이 아닌 라이선스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연달아 사극을 해서 한복 같은 옷에 질렸어요. (웃음)   

 


성장하는 아이처럼  성민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나 영향이 있었나요?
초등학교 1학년 땐가 2학년 때였나, 어머니께서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여 주셨어요. 그게 처음으로 본 뮤지컬이에요. 어려서 뮤지컬이 뭔지도 몰랐지만 너무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때 공연 CD도 샀는데 한 장만 사주셔서 동생하고 서로 듣겠다고 싸우고 그랬어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걸 1년 동안 들고 다녔던 것 같아요.


어린 마음에 정말 감동적이었나 봐요. 그 후로도 공연 보는 걸 좋아했어요? 대학도 뮤지컬 학과로 진학했잖아요.
네, 진짜 재밌었어요. 뮤지컬은 노래를 들으면 한 장면 한 장면이 생각나잖아요. 나도 이런 거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하게 될 줄은 몰랐죠. 뮤지컬 학과를 택한 건, 방송하는 것도 너무 재밌고 좋은데 공연 문화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최근에도 되게 많이 봤어요.


뭐 보셨는데요?
어… 예성이 형이 출연한 <남한산성>이요.(웃음) 소극장에서 하는 <십이야>하고 <총각네 야채가게>도 봤어요. 되게 재밌던데요? 관객들한테 당근도 나눠주고 과일도 나눠주고 그러는데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서 쌀도 받았어요. 요만한 쌀 한 포대를 (포물선을 그리면서) 이렇게 던져주는데 냉큼 받았죠.


첫 작품 <아킬라>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거예요?
송시현 연출님이 저를 너무 잘 봐주셨어요. 하면서 많이 배웠죠 뭐. (웃음) 첫 작품이라는 의미보다 많은 공부가 됐던 것 같아요.


어떤 점들을 배웠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있는 것부터 시작해 숨 쉬는 것, 말하는 것 하나하나가 많이 다르더라구요. 콘서트 같은 경우에는 제가 신이 나고 즐거우면 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즐거운데, 뮤지컬에서는 제가 슬프다고 해서 관객들이 슬픔을 느끼는 건 아니에요. 감정은 풍부해야 하지만 그것을 극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냉정한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너무 어려웠어요. 아직도 부족하지만 그런 걸 많이 배웠어요.


한 달 반 정도 연습했었죠? 공개된 장소에서 다 같이 연습하고 그런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을 텐데 어땠나요.
한 달 했어요. 저는 연습하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제 또래의 친구들은 클럽 가서 춤추고 스트레스를 풀고 그러는데,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런 걸 못해봐서 그런 게 재밌는 건지 모르겠어요. 전 그냥 혼자 영화 보러 가고, 노래 연습하고, 대본 읽으면서 이런 감정이 숨어있었구나 이런 거 찾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좋은 기회가 온 거 같아요.


한 작품을 하고 나서 다음 작품을 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는 건 매력이 컸다는 이야기겠죠? 혹시 기대와 달랐던 점도 있었나요?
음, 기대보다 더 재미있다는 거? 슈퍼주니어 활동을 하면서 무대에 많이 서봤으니까 비슷한 느낌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뮤지컬은 뭐랄까, 전환점이 딱 있어요. 공연 첫 날에는 앞이 새까맣고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 숨 쉬는 것까지 와 닿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의 두근거림, 긴장감, 그런 게 너무 좋아요.


뮤지컬을 할 때 그룹 활동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나요 아니면 그 반대였나요.
사실 저는 슈퍼주니어 활동 경험 때문에 뮤지컬을 할 때 더 힘들었어요. 슈퍼주니어로 활동할 때는 멤버들끼리 워낙 오랜 시간을 함께 했으니까 서로 의지도 하고, 늘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관객들 앞에서 공연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객석이 비어있으면 뭔가 허전하고 신경이 되게 쓰여요. 신경을 안 쓰려고 해도요. 그런 게 다른 배우들 눈에 보였나 봐요. 선배님들이 그런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서로의 에너지만 생각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주셨죠. 

<홍길동>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어요?
회사를 통해 <홍길동>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예성이 형하고 현장에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듣고, 대본도 보고, 홍보 영상도 찍고 그러면서 홍길동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홍길동이 실존 인물이라면서요. 그것도 놀랍고 역사 공부를 다시 하는 느낌이에요. 제가 <홍길동>을 콕 집어서 고집한 건 아니지만 기회가 주어진 거니까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전작에서는 ‘아킬라’가 대사의 전부였는데 이번 <홍길동>에서는 대사가 있어요.
<아킬라> 때는 ‘아킬라’라는 말을 하기가 되게 어려웠거든요. 쑥스럽잖아요. 그러다가 대사가 생기니까 이번에는 대사가 안 되는 거예요. 대사가 입에 안 붙어서 힘들었어요. 말투도 어른스럽게 해야 하는데 그것도 잘 안 되고. 제 말투나 목소리가 애 같은 느낌이라서 (안)유진 누나하고 안 어울리더라고요. 혼자 엄청 고민하다 누나한테 도움을 요청해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중이에요. 조금이라도 못 맞추면 호흡이 탁 깨지고 연기가 확 깨지니까 호흡을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성민 씨만의 홍길동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대본에 충실하고 있는데요, 홍길동은 뭐든지 다 자기 탓을 해요. 마을 사람들이 다치면 내 탓이고, 수진이가 죽어도 또 내 탓이고, 다 자기 탓이니까 그 무게가 정말 산더미 같고 힘든 거예요. 그런 느낌을 한 번 받아보자 하는 마음에 하루 종일 그렇게 해봤어요. 옆에서 물 컵을 쏟아도 아, 내 탓이야, 내가 저걸 받아줄걸, 치워줄걸, 뭐 이런 생각을 계속 하다보니까 미치겠는 거예요. 정말 홍길동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엔 영웅이지만 홍길동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 것 같아요. (웃음)


이번 작품만을 위해서 특별히 노력한 게 있나요.
머리를 길렀습니다!(웃음) 다른 사람들은 가발을 쓰는데 저는 제 머리로 하려고요. 그리고 무술 장면이 있거든요. 태권도 3단이고 봉술하고 아크로바트를 좀 배워서 다른 홍길동 형들보다는 유리하긴 했는데 그래도 연습을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무대에서 제대로 안 나오잖아요. 태권도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 분들하고 만날 붙어 다니면서 발차기 연습도 하고 있어요. 


두 번 다 창작뮤지컬에 참여했는데, 작업은 즐거워요?
라이선스 작품을 안 해봐서 그 매력을 모르지만, 창작 작업은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분석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을 했을 것이며 어떤 표정을 지었을 것인지 제가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거잖아요. 공연 초반에는 제가 많이 부족하죠. 경력이 많은 선배님들은 그 인물을 정확하게 표현하실 텐데, 저는 부족하고 표현하는 것도 많이 부족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저만의 홍길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연습을 할수록 제것이 되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저도 좀 더 성숙해지는 것 같고.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그날 공연에 대해 곰곰이 곱씹어 보는 편인가요.
네, 그럼요. <아킬라> 때 (문)혜원 누나가 항상 모니터 스피커 옆에다 녹음기를 놔두고 그날 한 걸 녹음해 집에 가면서 듣더라고요. 보고 배웠어요. 저도 녹음해서 듣기 시작했는데 소리만 들어도 그날 어떻게 했는지 다 떠오르니까 그렇게 모니터를 하면서 고치기도 해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토니를 해보고 싶으시다면서요. 대개 어떤 정서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나요?
아직까지 어떤 작품이 매력 있고, 어떤 작품에 끌리는지 잘 모르겠어요. 대신 어떤 작품이 있으면 그 중에 어느 배역이 끌리는 건 좀 있어요. <로미오 앤 줄리엣>에서 로미오도 정말 해보고 싶긴 하지만, “너희를 저주해” 하면서 죽는 머큐시오도 매력적이에요.


이번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건 뭐예요.
열심히 준비하긴 했는데 아직 만족을 못하고 있어요. 마지막 공연 전까지는 제 스스로 홍길동을 완성시키는 게 목표예요. <아킬라>를 보셨던 분들에게는 ‘아, 쟤가 노력하는구나, 점점 성숙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해드리고 싶어요. 사실 처음부터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뮤지컬을 하기에 많이 부족하잖아요. 어린아이가 커가면서 말도 하고, 노래도 하고, 외국어도 하는 걸 보면서 흐뭇해지는 것처럼 그런 흐뭇함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78호 2010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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