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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햄릿> 이정화 [N0.165]

글 |박보라 사진 |김호근 2017-07-11 5,142

한 뼘 더 자란 소녀




“무대 위에 서야만 행복할 것 같았어요. 내 안의 강렬함을 믿었거든요. 그리고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정화와 뮤지컬의 첫 만남은 중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평소 노래를 좋아한 소녀는 대구까지 가 뮤지컬 <명성황후>을 만났고, 인생을 뒤흔드는 전율을 느꼈다. 평범하게 공부하고 선생님이 되려고 했던 이정화는 그때부터 뮤지컬 배우의 꿈을 키웠다. 소중히 키워 나간 그녀의 꿈에 뮤지컬의 ‘뮤’도 들어보지 않았던 부모님의 반대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투란도트>의 앙상블로 첫발을 내디딘 이정화의 뮤지컬 도전은 앙상블부터 주인공까지 천천히 그리고 차근차근 이뤄졌다. 무엇보다 서울로 올라와 앙상블로 참여한 <햄릿>은 그녀에게 가장 애틋한 손가락이 됐다. 앙상블이자 여주인공 오필리어의 얼터. 이정화는 오필리어로 몇 번의 무대에 올랐고, 그녀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안정적인 연기를 접한 뮤지컬 팬들은 대선배 이정화와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작정화(작은 정화)’라는 애칭을 붙였다. “앙상블로 참여했던 작품을 다시 만나면 뭉클해요. 얼마 전에 <투란도트>에 류로 출연했는데, 전 이 작품의 앙상블로 데뷔했으니까 감회가 새로웠어요. 이번 <햄릿>도 마찬가지예요. 많은 분께서 저를 오필리어 얼터로 알고 계시지만 오필리어의 친구 헬레나로도 출연했거든요. 이 작품에서는 거투르트 빼고는 다 한 번씩 무대에 오른 것 같아요”


사실 이정화가 무려 6년 만에 돌아오는 <햄릿>의 재공연 소식을 듣고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바로 포스터였다. 2011년 공연 당시 실루엣만 드러났던 포스터의 주인공이 바로 그녀였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포스터가 이번 <햄릿> 오디션 공고에 떡하니 자리한 것을 본 순간 이거야말로 신의 ‘계시’라고 생각했단다. 그렇게 다시 만난 작품은 또 다른 뭉클함도 건넸다. 공연 전 의상 피팅을 하다가 추억이 켜켜이 쌓인 자신의 옛 의상을 발견한 것. 그녀의 옛 의상은 앙상블 후배에게 돌아갔다. 이정화는 자신의 옷을 입는 후배를 보고, 뮤지컬을 처음 시작할 때 다짐했던 마음을 다잡았다.



“어릴 땐 헤어진 사랑을 생각하며, ‘왜 이렇게 오래 사랑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젠 내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서 결말을 봤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충분히 아팠고 상처가 생겼지만 결국엔 새살이 나고 아물면서 성장했잖아요. 후회는 없어요.” 이런 이정화의 단단한 답변에서 오필리어의 모습이 물씬 묻어 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오필리어를 지혜로운 ‘성장’을 한 여인으로 정의했다. 6년 전엔 햄릿만 바라보고 사랑하는 풋풋한 여인이었다면, 이젠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모든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지킬 수 있는 오필리어로 성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정화의 성장점은 무엇이었을까. ‘시대극 전문 배우’ 혹은 ‘약혼녀 전문 배우’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그녀에게 <고래고래>와 <머더 발라드>는 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뮤지컬을 대하는 계기가 됐다. “전에는 무대에서 숨조차 못 쉴 정도로 그냥 서 있었어요. 그러다 <고래고래>와 <머더 발라드>의 무대에 섰는데 처음엔 정말 낯설었죠. 함께 무대에 선 배우들이 너무 자유로워서 ‘아니 저렇게 서 있어도 괜찮은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더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살아 있다는 게 바로 이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스스로 많이 자유로워졌죠.” 현대극이자 소극장 작품이었던 두 작품은 이정화에게 새로운 연기관에 눈뜨게 한 것뿐만 아니라 관객과 ‘통하는’ 계기도 선물해 줬다. 관객과 무대의 간격이 허물어지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꼈던 것. 공연이 끝나갈 무렵엔 객석에 앉아 있는 팬들만 봐도 그렇게 눈물이 쏟아졌단다. 앙상블부터 주인공까지, 흔들리지 않고 걸어온 이정화는 이젠 한 뼘 더 성장한 자신을 마주한다. “이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덜 볼 수 있어요. 전 나이 먹는 게 좋아요.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니까요. 어느 정도 캐리어가 쌓이니까 이젠 제 선택에 존중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잘 성장했구나. 이 생각이 들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65호 2017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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