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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마마, 돈 크라이> 고훈정 [No.175]

글 |박보라 사진 |김승완 2018-04-30 8,208
십 년의 다짐

지난해 뮤지컬 배우로서 또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종 우승자로서 누구보다 바쁜 일정을 보낸 고훈정. 그가 정신없는 활동에 숨을 고르는 듯싶더니, 열정을 놓치지 않았던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다. 그것도 중독성 있는 뮤지컬 넘버와 매력적인 스토리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거느린 <마마, 돈 크라이>의 드라큘라 백작으로 말이다. 기자가 고훈정을 만난 지 햇수로 2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그는 똑같았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오래 알고 지낸 편안한 지인처럼 느껴졌던 배우 고훈정. 그의 날카로운 눈빛과 유쾌한 목소리가 함께한 시간을 만나보자.




롤러코스터의 짜릿함

JTBC <팬텀싱어> 시즌1의 우승자로 출연 전과 후의 삶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사실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대신 콘서트를 많이 했다. 지난해에 전국 투어를 두 번 했으니까, 단독 콘서트만 해도 서른 번이 넘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서른세 번. 이외에도 각종 행사를 바삐 다녔다. 이런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록키호러쇼>와 <어쩌면 해피엔딩>의 앙코르 공연에도 참여했다.

이젠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나.
아니다. 의외로 모르신다. (웃음) 그런데 길거리보다 마트에 가면 어머님들이 ‘고훈정 씨 아니냐’면서 ‘사진 한 장만 찍어달라’고 한다. 그럴 때면 새삼 <팬텀싱어>의 시청 연령층이 다양했다는 생각이 든다.

<록키호러쇼>와 <어쩌면 해피엔딩> 이후에 휴식기를 가졌다. 어떻게 보냈나.
일단은 앞서 말한 것처럼 콘서트를 많이 했고, <어쩌면 해피엔딩>의 앙코르 공연을 마무리했더니 감사하게도 시상식까지 불러주셨다. 기분 좋은 부름을 받아 ‘예그린뮤지컬어워드’와 ‘한국뮤지컬어워즈’에 참석했다. 올해는 공연을 더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 전부터 뮤지컬 무대를 워낙 재미있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물론 포르테 디 콰트로 활동도 중요하지만, 난 뮤지컬 배우를 그만두지 않을 거다. 그동안 내가 잘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마마, 돈 크라이>의 연습 과정은 어땠나.
<마마, 돈 크라이>는 벌써 다섯 번째 공연하는 거다. 초연과 재연을 거쳐, 삼연부터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지난 시즌 공연부터는 완성도가 높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물론 배우마다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이번 시즌은 작품의 큰 틀이 변하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하면 DVD가 발매된 작품이지만 연습하면서 영상을 일부러 찾아보진 않았다. 대본과 음악을 많이 접하면서 작품에 다가간 거다. 대신 OST는 노래를 빨리 외우기 위해 자주 들었다. 연습은 막바지에 다다랐고, 지금은 런스루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에 처음으로 런스루를 했는데 재미있게 잘하고 있다.

기대해도 되나.
아, 글쎄…. 그걸 내 입으로. (웃음)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계시니까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마마, 돈 크라이>의 드라큘라 백작에 잘 어울린다는 반응이 많다.
그건 첫 공연을 한 이후에 관객들이 말해 줄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백작이 잘 어울리고 좋았다는 말을 들었으면 제일 좋겠다. 사실 많은 분들이 <마마, 돈 크라이>에 출연한 적이 있는 줄 알고 계시더라. (웃음) 나는 이번 시즌이 처음이다.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와 드라큘라 백작의 이미지가 겹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마, 돈 크라이>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친한 동료들이 <마마, 돈 크라이>에 참여했다. 그래서 상당히 익숙한 작품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왠지 한 번은 인연이 될 것 같은 작품’이라고. 그리고 이희준 작가의 작품은 <사춘기>와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에서 경험했다. 또 박정아 작곡가와도 개인적으로 친하고. 그러고 보니 박정아 작곡가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다. 솔직하게 난 <마마, 돈 크라이> 공연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출연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니 드라큘라 백작을 추천해 주어서 그때야 대본을 읽었다. 대본을 읽을수록 충실하게 연습해서 역할을 만들어 나가고 싶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언젠가 한 번은 만날 것 같았던 작품이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된 거다. 





고훈정이 그려낼 드라큘라 백작의 매력은 무엇인가.
새롭게 출연하는 배우가 캐릭터로 무대에 서면 그 자체로도 새로울 거다. <마마, 돈 크라이>는 마니아가 많고 드라큘라 백작을 좋아하는 팬도 많다. 물론 프로페서V도 마찬가지고. 무조건 새로운 고훈정의 백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크지 않다. 무엇보다 작품에 충실하게 따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후에 내가 잘할 수 있고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선 안에서 백작을 만들어야 한다. 또 기존에 만들어진 것을 일부러 피해 가고자 애쓰지도 않을 거다. 공연 준비를 하면서 연습실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함께하는 배우들을 잘 지켜보게 된다. 연습을 보면서 깨닫는 부분도 많다. 아, 개인적으로는 박정아 작곡가의 노래를 좋아해서 재미있게 잘 부르고 있다.

<마마, 돈 크라이>의 뮤지컬 넘버는 고훈정이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알고 있다.
맞다.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작품의 뮤지컬 넘버가 즐기면서 부를 수 있는 노래라 정말 좋다. 좋아하는 분위기의 노래를 부를 때면,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경우엔 캐릭터에 몰입할 때 도움을 많이 받는다. 또 뮤지컬 넘버만 들었을 때도 이희준 작가의 가사와 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마마, 돈 크라이>는 2010년에 초연을 한 작품이라, 창작 시기는 좀 더 빨랐을 텐데 지금 들어도 ‘역시’라는 감탄사가 나오더라. 음악과 가사가 잘 맞아떨어진다.

드라큘라 백작은 비현실적인 캐릭터다. 도움을 받은 요소가 있나.
그간 드라큘라 백작을 했던 배우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백작을 했던 형들은 잘 못 만난다. 얼마 전에 (박)영수 형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프로페서V로 꾸준히 무대에 올랐던 (송)용진 형이나 (허)규 형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오루피나 연출과 대화를 가장 많이 한다. 작품은 판타지니까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많다. 이런 부분을 테이블 작업을 통해 많이 질문하고 답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춘기>와 <천사에 관하여; 타락천사 편>을 통해 경험한 이희준 작가의 코드라고 해야 하나. 이런 것이 작품 속에 보여서 받아들이기 쉬웠다.

드라큘라 백작은 죽음을 갈망하는 인물이다. 고훈정의 실제 모습과 정반대다.
그래서 힘들었을 때를 떠올려야 하나 고민도 했다. (웃음) 이 부분을 인간의 마음으로 이해하고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더라. <아델라인: 멈춰진 시간>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여주인공 아델라인이 우연한 사고로 스물아홉 살에서 멈춘다. 그래서 자신의 딸이 할머니가 되고 죽는 걸 지켜보게 된다. 그녀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헤어져야 한다. 이런 삶을 살게 된다면, 진짜 죽고 싶어 죽으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큘라 백작도 이런 아픔을 알기 때문에 프로페서V에게 ‘사랑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죽고 싶은 것일 거다. 또 뱀파이어는 보름달이 뜨면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물어야만 하니까. 

그럼 드라큘라 백작으로서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
제일 재미있는 건 ‘롤러코스터’ 장면이다. 상황도 웃기다. 이희준 작가의 성향이 잘 묻어나기도 한다. 갑자기 뜬금없는 가사나 대사가 나올 때면 재미있다. 예를 들면 프로페서V가 뱀파이어가 되겠다고 드라큘라 백작을 처음 만난 상황에서 갑자기 ‘자뻑’ 노래를 한다. 아마 처음 보신 분들은 ‘이게 뭐야? 웃기네!’라는 기분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이희준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런 이야기를 썼는지 명확하게 보여서 정말 즐겁다. 사실 어떤 특징적인 장면보다는 작가의 작품 속에 심어놓은 의도나 목적이 튀어나올 때 재미를 느낀다.

이번 <마마, 돈 크라이>는 꽤 길게 공연한다. 기대되는 상대 배우가 있나.
다 기대하고 있다. 첫 런스루 파트너는 규 형이었는데, 규 형은 이 작품을 다섯 번 내내 다 참여한 사람이다. 일명 ‘마돈크 장인’인데, 그래서인지 굉장히 편하게 합을 맞췄다. 용진 형은 <더데빌>과 <록키호러쇼>에서 함께했다. 자꾸 웃더라. 내가 멋있는 척을 하면 그렇게 웃기다고 하더라. 그래서 재미있게 공연할 수 있을 것 같다. (조)형균이와도 좋을 것 같고. 하경은 기대가 된다. 연습을 지켜보는데 아주 개성 있게 잘하더라. 개인적으로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상대방은 정욱진이나 송유택 둘 중 하나다. (웃음) 음…, 사실 제일 기대되고 재미있을 것 같은 배우를 꼽자면 송유택이다. 기본적으로 유쾌한 기운이 있으니까, 함께 있으면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 또 욱진이는 <어쩌면 해피엔딩>과 <더데빌>에서 마주보면서 연기한 적이 있어 그 느낌을 안다. 물론 형균이나 용진 형도. 그런데 유택이는 <비스티>라는 공연에서 마주 봤는데, 왠지 <마마, 돈 크라이>에서는 그때와 확실히 다른 분위기로 다가올 것 같다. 그래서 유택이와 함께 무대에 섰을 때 어떨지 진짜 기대된다.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데, 참여하는 각오는 어떤가.
기존에 좋아하신 분들이 많은 걸 알고 있으니까, 기대감이 높다는 걸 안다. 지난 시즌처럼 이번 공연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해서 무대에 올리는 것이 가장 첫 번째이고 사실 그것밖에 없다. 난 무대에서 온전히 드라큘라 백작으로 서야 한다. 그래서 굳은 각오로 연습하고 있고, 첫 공연부터 완벽하게 완성도 있는 모습으로 올랐으면 좋겠다. 다행히도 연습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개인적으로는 쉬어도 연습실에서 쉬는 게 낫다. 계속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니까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게 있더라. 또 연습실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일이 진짜 많다. 작품 이야기도 하고, 수다도 떨고.




겉과 속이 다른 사람

고훈정의 주변에는 유난히 사람이 붐빈다.
나와 잘 맞는 사람들이랑 만나면 그렇게 수다를 많이 떤다. 지난 <록키호러쇼>에서도 난 대기실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찾아왔다. 그리고 날 막 대한달까? (웃음) 여자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마치 날 오빠가 아니라 언니로 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그런데 첫인상은 그렇게 생기지 않았다.) 맞다. 내 첫인상은 강해 보이고 나밖에 모를 것 같고 그렇다. 그런데 이야기 나눠보면 ‘허당’에 수다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다. 이래서 사람은 항상 겪어봐야 안다. (웃음) 주변 사람들이 날 되게 재미있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배우로서 목표는 무엇인가.
앞으로 만나야 할 작품이 많다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차근차근히 한 작품씩 만나서 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개발 단계부터 시작해서 본 공연, 앙코르 공연에도 참여했는데,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 이런 작업을 많이 하고 싶다. 사실 이 작품이 유독 기뻤던 건, 내가 이런 방식으로 작업한 경험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내부 리딩부터 시작해서 2년 반, 햇수로는 3년 정도의 시간 동안 함께했으니까. 그리고 세상에 선보였는데 인정도 받았다. 진심으로 기뻤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많이 도전하고 싶다. 그리고 서른이 될 때 다짐한 것이 있다. ‘내가 딱 10년은 깊게 파봐야 마흔이 되어서 할 말이 있겠다.’ 지금 서른여섯인데 지난 6년 동안 생각보다 좋은 일이 많았다. 예상치 못했던 좋은 일들도 많이 펼쳐졌고 배우로서도 이렇게 성장할 수 있을지 몰랐다. 물론 앞으로도 갈 길이 멀지만. 그때 마음을 굳게 먹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4년이 남았는데 열심히 잘하고 싶다. 올해엔 <마마, 돈 크라이> 외에도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고 싶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5호 2018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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