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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RSONA] <마마, 돈 크라이> 윤소호의 드라큘라 백작 [No.176]

글 |박보라 사진제공 |페이지1, 알앤디웍스 2018-05-29 5,519
달빛 아래 고독한 피의 외침

영원불멸의 삶을 사는 존재, 드라큘라 백작을 아시나요? 얼마 전 노벨평화상을 거부한 프로페서V와 드라큘라 백작의 인연이 세상에 알음알음 알려졌는데요. 인간들의 세상에서 남몰래 숨어 지내던 드라큘라 백작을 어렵게 만나 보았습니다. 그가 직접 밝힌 피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이 글은 드라큘라 백작 역을 맡은 윤소호와의 대화를 토대로 작성한 가상 인터뷰이며,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태어났나요?
많은 사람들이 나의 탄생을 궁금해하더군. 그런데 난 부모가 없어. 후훗. 달의 폭력으로 세상에 태어났다고 해두지. 처음엔 내가 드라큘라인 줄도 몰랐지만, 보름달이 뜨면 사람의 피를 찾고 있더군. 사람들은 언제부터인지 이런 날 드라큘라라고 불렀어. 인간들은 부모를 통해 태어나잖아?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어머니를 바라볼 때면, 문득 어머니가 없다는 것에 원망이 들기도 했지. 

당신의 욕망은 어떤 건가요?
영원한 삶을 산다고 행복할 것 같나?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은 다 한순간이야. 욕망? 시간이 흘러도 이 세상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더군. 난 비록 뱀파이어고, 어쩔 수 없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었지만 내가 사는 세상이 정상적으로 돌아갔으면 싶었어. 전쟁도, 가난도, 아픔도 없는 그런 세상. 그런데 지금 세상을 돌아봐. 과거와 현재, 나아진 것이 뭐가 있지? 내가 권력을 가지게 된 것도 바로 이런 것 때문이었다고. 세상을 올바르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 이게 당신이 말하는 욕망이라면 욕망이겠지. 

당신은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네요.
그런가. 하하. 다른 뱀파이어들은 내게 인간적인 면을 많이 지니고 있다고 말을 하더군. 하긴, 내가 생각해도 그래. 난 인간은 절대 될 수 없지만 말이야. 루마니아의 성에서 지냈던 시절이 생각나는군. 난 고통스러웠어. 난 주기적으로 피를 빨아먹어야 하니까 내 존재를 철저하게 숨기고 살았는데, 매 순간 내 신경 세포 하나하나가 도드라지는 느낌이더군. 혼자만의 시간도 많이 가졌지. 나를 바라보는 고독의 시간 말이야. 솔직하게 말하면 인간들 사이에서 내가 뱀파이어라는 걸 숨기면서도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

당신은 드라큘라이자 영원불멸의 삶을 가졌죠.
인간은 생을 마감하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했어. 처음 이백 년 정도는 재미있었지. 인간들은 죽는데 나는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죽지 않으니까. 난 심지어 변장하듯 다른 인물로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네. 후후. 그런데도 시간이 지나니 이 영원의 삶이 힘들더군. 마치 어딘가에 갇혀 있는 것만 같았어. 내게 시간은 약이자 독이랄까. 프로페서V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럼 프로페서V를 만나고 난 후에는 어땠는데요?
이렇게 오랫동안 삶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미래에서 온 인간은 처음 봤어. 그를 본 순간 내  고민을 해결해 줄 수도 있는 인간이란 생각이 들었지. 맞아. 프로페서V는 내 운명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았어. 그는 내게 ‘사랑받고 싶다’고 하더군. 나도 사랑을 했고, 사랑을 받았는데 이젠 누구도 함부로 사랑할 수 없게 됐는데 말이야. 어쩌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인데 기껏 과거에 와서 한다는 말이 사랑받고 싶다라. 사랑, 그거라면 그가 날 죽일 수 있는 친구가 되어줄 수도 있다는…. 그렇다면 기꺼이 사랑받게 해줄 수 있었지. 



그럼 당신도 사랑한 적이 있나요?
이 이야기를 해도 되나? 난 프로페서V를 만나기 전에 사랑을…, 사랑을 해봤던 적이 있었어. 그런데 그 끝은…. 한 1200년이었나. 이젠 기억이 가물가물해…. 나도 결혼을 한 적이 있어. 그리고 그녀는 내 손 안에서 세상을 떠났지. 그래, 그녀는 나 때문에 죽은 거야. 아무것도 모르는 인간들은 내 성에 와서 행복하게 웃었지만 나는 웃을 수가 없었어. 그녀를 죽인 그날 이후부터 난 웃을 수가 없었어. 그녀는…, 그녀는…. 더는 말해 줄 수 없네. 그래서 난 프로페서V에게 사랑은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충고했지. 

어떻게 죽는 방법을 알게 됐나요?
프로페서V를 만나기 전, 난 뱀파이어이자 괴짜 과학자를 알게 됐어. 그는 죽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썼지. 맞아, 마치 나처럼 죽고 싶어 환장한 뱀파이어였어. 미친 듯이 연구에만 몰두하던 그가 어느 날, 날 불러내더군. 자신이 드디어 죽는 방법을 알아냈다며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는 그렇게 내 손에서 이 세상을 떠났어. 평온히 눈을 감았지.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프로페서V가 내 눈앞에 나타난 거야. 미래에 왔다는 그가 날 죽일 수 있다는 직감이 들었어. 그래서 난 천천히 그를 지켜보면서 적당한 때를 기다리기로 했지. 맞아, 내가 프로페서V를 뱀파이어로 만든 이유는 따로 있었어. 바로 날 죽일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으니까.

아, 뱀파이어들에겐 ‘피의 제사’라는 것이 있더군요. 
우린 보름마다 피를 뽑아 먹어야 해. 뱀파이어들은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피에 대한 갈증이 넘쳐나지. 인간들은 이걸 피의 제사라고 부르더군. 후후, 피의 제사라 하니 떠오르는 일이 있어. 언제인지 인간의 피를 마셔야 한다는 사실이 몸서리치게 싫더군. 내가 살기 위해 인간을 죽여야만 했으니. 그런데 난 피를 먹어야 했지. 달빛에 비친 내 손을 바라봤는데, 문득 내 피를 먹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거야. 곧바로 손가락을 깨물었어. 그리고 흐르는 피를 마셨지. 피의 제사…, 당신에게 설명이 되었나. 신기하게도 난 내가 물어버린 누군가가 인간의 피를 마시면 느낄 수 있어. 내 혈관을 타고 느껴지는 그 무언가.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내가 뱀파이어로 만든 그가 열심히 보름을 보내고 있구나. 하아….

당신의 도움으로 프로페서V는 뱀파이어가 되었잖아요. 서서히 변해 가는 그를 보면서 어땠나요?
후후, 그래도 나보다 프로페서V가 좀 더 나은 삶이라 생각해. 그 정도면 견딜 만한 거야. 나는 태어나 보니 뱀파이어였지. 내가 선택한 삶은 아니었어. 내 존재에 대해 물어볼 그 어떤 누군가도 없었다니까. 그런데 프로페서V는 스스로 뱀파이어가 되길 원했고, 뭘 해야 하는지도, 하면 안 되는지도 알았잖아. 난 왜 사람을 죽이고 피를 먹어야 하는지도 몰랐다고. 프로페서V를 지켜볼수록 내가 더 가슴 아픈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가 뱀파이어의 삶을 살아갈수록 걱정이 되더군. 난 프로페서V에게 매달 월간 뱀파이어를 보내면서 죽일 수 없는 자를 죽이는 방법을 알려줬는데, 내가 아닌 다른 뱀파이어를 죽여버리면 어쩌나 그런 생각. 

지금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당신도 소문을 들었다시피 난 프로페서V와 재회했지. 먼 시간을 돌고 돌아 결국 지금까지도 살아 있는 서로의 존재를 알았잖아. 우린 열심히 보름마다 인간의 피를 빨아먹으면서 이 삶을 이어가고 있어. 하하, 그리고 난 여전히 죽고 싶어. 난 지난 이천 년의 시간 동안 엄청난 과학기술의 발전을 지켜봤어. 아마 이 과학기술로 난 언젠가는 죽을 수 있을 거야. 요즘은 프로페서V와 둘이 함께 죽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네. 내가 죽을 수 있다면 다시 연락해 주지. 물론 당신이 살아 있다면 말이야.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6호 2018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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