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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지금 가장 빛나는 라이징 스타 - 강지혜 [No.176]

글 |박보라 사진 |심주호 2018-06-04 4,646
마음을 비추는 빛



 
도대체 강지혜가 누구야? 지난해 <키다리 아저씨>의 캐스팅 발표 후 많은 사람들은 강지혜의 정체에 대해 물었다. 배역의 경중을 따질 순 없지만 강지혜는 그 전까지 앙상블과 조연으로 뮤지컬 무대에 서왔고, 마니아층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작품과 인연이 없었다. 특히 여성 캐릭터의 부재가 최근 한국 뮤지컬계의 문제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씩씩하고 진취적인 제루샤 애봇을 주인공으로 한 <키다리 아저씨>는 배우라면 한 번은 눈독 들인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재연이 확정되자마자 이 작품의 오디션에는 날고 긴다는 알 만한 많은 배우가 참여했다는 소문까지 들렸다. 이러한 기대감 때문인지 당당하게 제루샤로 이름을 올린 강지혜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꽤 뜨거웠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강지혜는 기대에 부응하듯 씩씩하게 무대로 올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제루샤를 훌륭하게 선보였다. 이후 그녀는 새롭게 떠오르는 뮤지컬 배우로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이런 이야기가 단순히 사라질 물거품으로 끝나진 않았다. 강지혜는 <키다리 아저씨>의 막이 내리자마자 러시아 대작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 캐스팅됐으니 말이다.
 
이런 그녀의 행보를 지켜보면 지난해가 강지혜라는 이름을 톡톡히 알린 특별한 시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책임감이 훅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런 진중한 대답에서도 알 수 있듯 그녀는 스스로 엄격하다. 배우라면 무대를 책임져야 하는 의무감이 있고, 때문에 ‘어느 정도’라는 타협점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 강지혜가 세운 철칙이다. 그래서 작품에 들어가면 쉬는 날도 휴식 대신 연습을 선택한다. 연습만 죽어라 하는 일명 ‘연습벌레의 삶’은 휴식기에도 어김없다. “작품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연습을 놓을 수가 없어요. 하루라도 쉬면 분명 제 몸은 그걸 알 테고, 그러면 좋은 기회가 제게 왔을 때 그걸 잡을 수 있는 무기가 아무것도 없잖아요. 저라고 왜 휴식기에 불안하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조급해지고 무서울수록 연습에 더 매달려야만 해요.” 


 
<키다리 아저씨>의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듣자마자 ‘정말? 내가?’라고 몇 번을 되물었다던 에피소드를 내뱉던 그녀. 강지혜에게 이 작품은 정말 특별하다. “<키다리 아저씨>는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어요. 솔직히 말하면 저조차도 제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니까. 그땐 대중에게 검증받기 전이었잖아요. 부담감도 심했죠. 그런데 무대에 올라간 순간부터 딱 확신이 생긴 거예요.” 이렇게 견디고 견뎌낸 강지혜는 제루샤의 성장과 함께 훌쩍 자랐다. 이어 참여한 첫 대극장 작품인 <안나 카레니나> 이야기엔 첫 리허설을 떠올리며 두근거림을 숨기지 못했다. 처음 올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의 무대에서 문득 객석을 바라봤을 때 몰려오던 엄청난 중압감, 객석이 주는 압도감을 느꼈다는 그녀다. 그런데 강지혜의 성장을 엿볼 수 있는 건 바로 여기였다. 작품을 향한 불안함과 기대감 사이의 저울의 추가 이젠 기대감으로 옮겨졌다는 것. 그리고 이 기대감은 진짜로 무대에서 실현됐다. 내로라하는 뮤지컬배우들 사이에서 그녀는 진정한 사랑과 신뢰를 보여주는 키티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호평을 받았다.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느낀 무대를 향한 설레는 감정은 앞으로도 그녀를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될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큰 눈망울을 가진 강지혜는 선한 성격을 지닌 배우로 유명하다. 인터뷰 전 기자에게 들어온 제보(?)에 따르면 그녀의 순하고 예쁜 성격은 뮤지컬 업계에서 소문이 자자할 정도다. 슬쩍 이런 이야기를 떠보니 호탕한 웃음으로 쑥스러움을 드러내는 그녀. 그런데 강지혜가 차분하게 내뱉는 ‘마음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절로 이러한 소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나 연기를 시작한 초반엔 이런 성격으로는 배우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고민을 꽤 많이 했단다. 조심스럽게 내뱉은 그녀의 부연 설명은 바로 이렇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드러내고 주목받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지혜는 자신의 마음을 믿기로 했다. “저는 좋은 통로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의 마음에 빛을 비추는 배우요. 배우를 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어요. 그래서 앞으로 저도 그런 배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그런 배우요.” 


 
그녀가 이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따라가자면, 시간을 거슬러 고등학생이던 강지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언제나 그 나이 땐’을 들으면서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낙엽만 굴러가도, 꽃잎만 보아도 행복하고 친구들과 사소한 다툼에도 세상이 무너지던 고등학생 시절, ‘언제나 그 나이에는 그렇다’라는 가사가 건넨 마음의 울림은 강지혜에게 힘을 주는 동시에 뮤지컬 무대에 대한 꿈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시작이었다.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딱! 1년만’이라고 외치며 기어코 대학에 입학했고, 졸업하자마자 오디션에 합격해 뮤지컬배우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2012년 <번지점프를 하다>의 앙상블로 데뷔한 그녀에게는 사실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었고, 동경하던 작품에 참여하게 된 행복한 마음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벌써 6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순수한 마음은 여전하다. “<번지점프를 하다>를 생각하면 제겐 큰 의미를 가진 작품이었어요. 오디션에 붙은 게 진짜 행복하니까, 열심히 잘해야지. 이런 마음이 있었죠. 지금도 그래요. 전 뮤지컬 배우로서 크고 엄청난 목표는 없어요. 그저 지금 내가 있는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거든요.” 
 
“지금은 솔직히 스스로가 어리숙하다고 생각해요. 10년 후에는 조금 더 자연스럽고 유연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강지혜는 이제 곧 스페인으로 떠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했다. 순례길을 걸을 계획을 늘어놓으며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강지혜의 얼굴에서는 길고 긴 순례자의 길을 무사히 걷고 돌아와 지금보다 더 깊고 선해진 마음을 무대 위에서 보여줄 그녀의 미래가 생생하게 그려졌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6호 2018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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