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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스모크> 무대 디자인 [No.177]

사진 |양광수 정리 | 박보라 2018-06-08 5,316
그들만의 세계
 
시대를 앞서간 천재 시인 이상의 작품을 소재로 만든 <스모크>가 돌아왔다. 작품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남자 초,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소년 해, 이 둘에게 납치당한 여자 홍의 이야기다.  특히 이번 시즌의 무대는 세 사람의 비밀스럽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예술가의 불안, 고독, 절망, 희망 그리고 식민지 사회의 암울한 시대를 무대에 담은 이엄지 무대디자이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셋이자 하나
이번 <스모크> 무대의 컨셉은 돔이다. 돔 형태의 무대는 하나의 육체를 가진 하나의 인물이면서도, 각자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세 자아를 표현했다. 즉, 하나의 공간이면서도 각기 다른 공간으로 분리됐고, 또 각기 다른 공간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엔 한 공간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반구
반구 형태는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 공간’이란 개념에서 시작됐다. 작품 구상 초반에는 지금처럼 중간부터 시작되는 형태가 아니라 더 밑에서 올라간 형태를 생각했다. 즉, 멀리서 봤을 때 원처럼 감싸고 올라가는 느낌을 원했다. 그런데 이런 형태로 제작하면 지름이 작아지고, 배우의 동선이 어려워지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반구 형태로 디자인했다. 이번 무대를 작업하면서 개인적으로 특별했던 경험은 일반적으로 연출가와 무대디자이너가 무대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면, <스모크>는 여기에 조명디자이너까지 함께했다. 그 이유는 반구 형태의 무대를 제작할 경우 조명의 제약이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거울
작품 속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이 장면은 홍, 초, 해가 제한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향한다는 느낌에 중점을 두었다. 지난 초연에서는 거울의 틀을 양쪽으로 배치해 데칼코마니로 해당 장면을 표현했다. 그런데 지금 공연장의 무대가 넓지 않아서 기존의 데칼코마니 형식을 따르는 순간 배우에게 제약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거울 대신 선택한 것이 조명이었다. 초반에는 포그 스크린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안개가 분사되고 난 이후의 공연장 상태를 수습할 수 없었다. 그다음엔 스팟 조명을 무대로 내리쬐어 빛살을 보이게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조명디자이너가 조명으로 레이저 면을 만드는 데 이르렀다. 거울의 대각선이 만들어지면, 거울이 돌아가는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오브제
무대 안쪽의 공간에는 세 사람의 과거를 배치했다. 해와 초는 이 공간을 정리해서 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크기 때문에, 두 사람의 정든 오브제가 있으면서도 황폐한 마음을 내포하는 장소를 만들었다. 초의 마음처럼 모든 것이 다 긁히고 상처받아서 더 이상 어떤 감정도 주고 싶지 않은 분위기를 살렸다. 그래서 낡아버린 가구를 무대에 배치했다. 또 어렸을 때부터 세 사람이 함께 지내왔던 공간이기 때문에 먼지가 자욱하게 쌓여 있는 오브제들로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나무의 색을 전체적으로 굉장히 오래된 느낌으로 맞췄고, 가까이서 보면 먼지 쌓인 느낌을 주도록 제작했다. 여기에 바닥도 스크래치가 난 것처럼 이런저런 선이 많이 가 있도록 했다. 


 
서랍 & 상자
무대 위 서랍은 비밀스러운 사물이다. 홍, 초, 해가 각자 자신의 비밀스러운 물건을 넣어놓고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곳곳에 홍, 초, 해를 상징할 수 있는 물건을 놓았다. 또 원래는 무대 위쪽과 아래쪽을 이어주는 계단이 하나였다. 하지만 동선이 한쪽으로만 진행되는 것보다는 다른 쪽에 상자를 쌓아 남성 배우들이 수월하게 다니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다. 그런데 연습 과정에서 여성 배우들도 상자를 통한 동선에 탐을 냈다. 이후 홍, 초, 해의 동선이 정리되면서 세 배우가 쉽게 상자를 밟고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상자의 높이를 줄이고 개수를 늘렸다. 


 
무대 뒤쪽인 외벽은 관객들에게 직접 보이지 않지만 실루엣이 비친다. 이 벽을 통해 홍, 초, 해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거나 숨는데, 그래서 캐릭터의 의지로 보이거나 사라질 수 있는 ‘자의가 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물론 관객에겐 (천 뒤의 공간이) 계속 볼 수 있는 공간이지만, 세 명이 하나로 뭉쳐지고 찢어질 수 있는 공간이란 점을 염려해 두고 작업했다. 또 좁은 공간을 벽으로 막아버리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는 느낌을 내는 소재를 찾았다. 초기엔 홀로그램을 사용하는 홀로넷 재질을 생각했지만, 탄성이 없고 원형의 구조물을 감싸야 하다 보니 현실적인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이런 느낌을 낼 수 있는 다른 소재인 천을 사용했다. 물론 배우들의 소리가 앞으로 뚫고 나와야 한다는 점도 놓칠 수 없었다.
 


 
조명
갇힌 공간에서 어떻게 세 사람을 분리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 반구 형태를 구성하고 있는 기둥 사이에 별처럼 조명이 켜진다. 기둥의 조명은 세 사람이 서로 하나의 이야기로 뭉쳐지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발생할 때 사용했다. 조명을 통해 차갑던 공간을 벗어나 이들을 우주로 데려가듯 이들만의 세계가 완성되는 공간을 표현했다. 특히 실루엣으로 보임에도 조명의 빛에 의해서 완전히 다른 공간을 상상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조명디자이너와 상당히 신경을 쓴 부분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7호 2018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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