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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붉은 정원> 에녹·정상윤 [No.177]

글 |박보라 사진 |심주호 헤어·메이크업 | 이창은 스타일리스트 | 박정아 스타일링 어시스턴트 | 곽보영 2018-07-03 732
가장 아름다운 장미를 찾아서
 
가질 수 없는 사랑은 아이러니하게도 매력적이다. 여기 치열하고 아름다우면서 위험한 세 사람의 첫사랑이 있다. 바로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을 각색한 <붉은 정원>이다. 지난해 콘텐츠 개발을 지원하는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공모에 선정, 리딩 공연을 선보인 이 작품은 올해 정식 공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예의 바른 소설가이자 이반의 아버지인 빅토르. 그는 정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지나에게 사랑을 느끼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에 휘말리고 만다. 그리고 지금, 에녹과 정상윤이 빅토르로 섬세한 감정을 무대에 펼쳐 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의 비극적인 첫사랑은 여름의 끝에서 어떻게 완성될까. 
 

 
장미의 전설
 
<붉은 정원>은 지난해 CJ문화재단 스테이지업 리딩 공연 당시 작품성이 좋다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에녹_ 맞아요. 전 두 번 ‘쿵’ 했어요. 대본을 먼저 봤는데 그때 ‘쿵’ 했고, 노래를 듣고 또 ‘쿵’ 했죠. 오랜만에 음악적으로 굉장히 욕심나는 작품을 만났어요. 
정상윤_ 정말 좋죠. 분위기도 너무 좋아요.
 
그럼 두 분은 어떻게 <붉은 정원>에 참여하게 됐나요?
에녹_ 출연 제의 전화를 받았어요. (일동 폭소) 먼저 대본을 받았어요. 음악을 듣지 않았음에도 바로 ‘이거 해야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공연에 참여하는 다른 배우가 누군지 물어봤는데 정상윤이 한다는 거예요!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상윤이가 참여하면 다 잘되거든요. 그리고 상윤이가 아무 작품이나 선택하지 않아요. 안목이 있는 친구가 한다는데 당연히 해야죠. 
정상윤_ 저는 지난해 리딩 공연부터 참여했죠. 마침 일본에 있다가, 대본을 받았어요. 일본의 작은 방에 누워서 대본을 읽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물론 리딩 공연도 재미있겠지만 잘 만들면, 좋은 창작뮤지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2주 정도 알차게 준비해 리딩 공연을 선보였죠. 올해 <붉은 정원>이 정식으로 공연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 좋았어요. 특히나 리딩 공연에 참여한 작품이 정식 공연으로 올라오면 더 특별한 느낌이에요.  
에녹_ 아무래도 그렇지. 자식 같은 느낌이지.
정상윤_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동 폭소)
에녹_ 아, 자식까지는 아니야?
정상윤_ 자식이 이미 둘이 있기 때문에. 자식 같지는 않아요. (웃음) 근데 좋은 기운이 있더라고요. 예전에 <풍월주>나 <공동경비구역 JSA>의 리딩 공연에 참여했는데, 정식 공연으로  올라갈 때 얻는 특별한 기분이 있어요. 그런데 <붉은 정원>은 또 남다른 것 같아요. 


 
에녹_ 나도 리딩 작품 참여해 본 적 있어. <좀비컴퍼니>라고.
정상윤_ 어, 알아! 알아! 그런데 좀비가 나와?
에녹_ 응, 좀비가 나와. (웃음) 2주도 안 된 준비 기간에 함께한 배우들이 정말 친해졌거든요. 지금도 종종 만나는데 공연 소식은 없네요. 저도 리딩 공연에 참여한 작품이 이렇게 정식 공연까지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원작 소설은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이에요. 소설과 뮤지컬을 비교한다면 어떤가요? 
정상윤_ 원작 소설은 아들 이반의 시선을 통해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져요. 그런데 뮤지컬은 이반, 지나, 빅토르의 시선으로 장면마다 바라보는 시점이 바뀌어요. 여기서 나오는 재미가 있어요.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만, 인물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죠. 
에녹_ 아, 원작 소설이 굉장히 유명하죠. 전 정은비 작가님께 원작 소설과 다른 뮤지컬만의 매력이 뭐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작가님이 원작 소설을 보면서 지나와 빅토르의 모습은 어땠을까 궁금했다고, 그래서 뮤지컬에서는 이걸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상윤이 말처럼 인물마다 다른 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죠.
 
작품은 상당히 서정적이고 클래식한 분위기의 뮤지컬 넘버로 구성됐다고 들었어요.  
에녹_ 노래가 정말 좋아요. 그냥 흘러가는 곡이 한 곡도 없어요. 음악 연습에 들어가기 전, 리딩 공연의 음악 파일을 먼저 받았어요. 순서대로 노래를 듣고 있는데 자꾸만 더 듣고 싶더라고요. 이런 감정을 오랜만에 느꼈어요. 그래서 집에 들어가지 않고 차 안에서 전체 파일을 세 번이나 돌려 들었어요. 물론 더 연습하고 감정을 싣다 보면 좋아하는 곡이 생길 텐데, 지금은 다 좋아서 어떤 곡이 특별히 좋다고도 말하기 어려워요. 곡도 완벽하고 가사도 좋고, 게다가 편곡까지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만 들죠. 그래서 너는 어때? 
정상윤_ 진짜 에녹 형이 말한 부분이 다 좋아요. 일단 작품 속 뮤지컬 넘버가 하나로 관통하기 때문에 좋아요.
에녹_ 정답이야.
정상윤_ <붉은 정원>의 노래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멜로디 속에 자연스럽게 감정이 녹아들어 있어요. 특히 삼중창이 많아서 좋아요. 솔로곡이나 듀엣곡과는 다른 삼중창만의 매력이 있거든요. 
에녹_ 남자 둘에 여자 하나인데 삼중창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굉장히 절묘하더라고요. 많이 감탄했죠. 이야, 이거를 어떻게 썼지? 각 캐릭터의 감정 포인트가 다 느껴졌어요. 연기할 맛 나겠다, 이거. 이런 생각도 들었다니까요.
 


 
아도니스의 정원
 
빅토르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장면이나 노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정상윤_ ‘사냥꾼’이라는 곡이요.
에녹_ 저도 그 곡을 생각했어요.
정상윤_ 빅토르가 자신을 드러내는 곡이에요. 진심을 다해 아들 이반에게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요. 자유를 찾고, 하고 싶은 대로 부딪쳐보라고 조언하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말을 하는 빅토르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거기서 나오는 애잔함과 씁쓸함도 있어요. 따뜻하면서 엄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곡이랄까요. 또 아이러니하게 예쁜 ‘오래된 시계’도 좋아요. 노래가 시계 초침처럼 ‘똑딱똑딱’ 하는데, 반복되는 일상과 빅토르의 갇혀 있는 마음이 드러나죠.
에녹_ 역시 리딩 공연을 해서 정확하게 잘 아네요. 저도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빅토르와 지나는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잖아요. 그런데 ‘불륜’을 다룬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어요. 
에녹_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이면서 또 민감한 부분이에요. 그래서 창작진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어요. 이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나누기도 했는데, 빅토르와 지나의 사랑을 정당화하려는 시각을 담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정당성을 부여한다면 반감을 살 수도 있고, 반대로 적나라한 상황을 드러내면 이것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해요. 지금은 이 부분의 적정선을 찾아 만들고 또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정상윤_ 작품에 참여하는 모두가 고민하고 있죠. 무엇보다 빅토르와 지나 그리고 이반이 지닌 감정의 솔직함에 대해서 표현하려고 해요.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보이는 여러 가지 사랑,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솔직함이요. 조심스럽지만 자극적인 요소보다 이런 감정을 중점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나를 향한 빅토르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에녹_ 이반과 지나 그리고 빅토르도 결국 첫사랑을 경험한 거라 생각해요. 빅토르에게는 잘못된 사랑이지만 어쩔 수 없는 첫사랑의 시작이었던 거죠. 
정상윤_ 당시 시대엔 귀족들끼리의 정략결혼이 많았어요. 빅토르도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는 소설가이자 자유를 꿈꿨던 사람이에요. 그리고 아들 이반에게 자신이 꿈꿨던 삶을 알려주죠. 이런 사람이 지나를 만나자, 닫힌 세상에서 ‘진짜’를 만나게 되는 거예요. 전 거기서 감정이 생겨났다고 바라봤거든요. 
 
그럼 빅토르에게 붉은 정원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정상윤_ 자유의 장소요. 정원에서 빅토르의 모든 게 다 이뤄지거든요. 사냥도 하고 소설도 쓰고 또 지나와도 만나고. 게다가 정원은 얼마나 예쁘고 넓겠어요. 빅토르에게 집은 딱딱하고 막혀 있어서 반복되는 인생과 삶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는 공간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정원에서 자유를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사랑의 자유든, 인생의 자유든.
에녹_ 저는 정원에 의미를 부여하기가 좀 어려워요. 오히려 이반과 지나에게 특별한 장소죠. 물론 빅토르에게도 그렇겠지만요. 음…, 정원은 이 이야기가 끝난 후에야 그에게 여러 감정이 솟아나는 장소일 것 같아요. 이반이 보여줬던 행동이나 지나와의 추억이 묻어 있는 장소잖아요. 아마 여러 감정이 휘몰아치지만, 마음속에 간직해야 하는 장소가 아닐까요. 공연하면서 빅토르로서 정원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한번 고민해 볼게요!
 
마지막엔 빅토르가 지나와 함께 떠나거나 떠나지 않는 선택지 중 하나를 결정해요. 본인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 같나요? 
에녹_ 이거 조심해야겠는데, 잘못 대답했다가는 아주 멀리 날아갈 수도 있어서. (일동 폭소) 저는 그런 상황을 안 만들겠습니다. 
정상윤_ 그렇죠, 이게 정답이네요.
에녹_ 저는 제 아내밖에 없어요. 아직 미래의 아내지만, 그녀밖에 없기 때문에! 
정상윤_ 저는 지금 충분히 행복해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웃음) 
에녹_ 부러워요. (에녹 씨도 결혼하셔야죠.) 가고 싶어요. 갈 거예요. (일동 폭소) <용의자 X의 헌신>에서 (신)성록이도 그렇고 (최)재웅이도 그렇고 그렇게 가정적이에요. 쉬는 시간마다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예전에는 형님들이 그러는 걸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요즘은 좀 부럽더라고요.


 
우리의 정원
 
두 분은 <쓰릴 미>에서 ‘녹토로’라는 별명까지 생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정상윤_ 맞아요. ‘녹토로’…, <쓰릴 미>에서 사랑을 많이 받았죠. 개인적으로는 에녹 형이 제 마지막 상대라서 너무 좋았어요. 아직도 함께 무대에 선 기억이 좋게 남아 있죠. 이제 무대에 같이 서지 않으니까, 그게 많이 아쉬워요.
에녹_ 맞아, 그게 제일 아쉬워. 
정상윤_ <쓰릴 미>는 무대에서 같이 호흡하면서 나오는 시너지가 좋았어요. 무대에서 연기하는 우리도 좋았고 또 보시는 분들도 너무 좋아하셔서 더 행복했죠. 
에녹_ 상윤이를 만나면 오랜 친척 만난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요.
정상윤_ 심지어 둘 다 정씨에요.
에녹_ 그래서 더 형제 같은 느낌이 들고 그래요. (웃음)
 
오랜 시간 무대에 서고 있잖아요. 이렇게 꾸준히 무대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은 뭔가요?
에녹_ 요즘 집값이 너무 비싸더라고요. (폭소) 서울 시내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상윤_ 모범적인 답안을 먼저 말하자면, 무대에 오르는 것이 즐겁고 제일 즐거우니까요. 그런데 저도 애가 둘이라. (일동 웃음) 
에녹_ 그런 건 있어요. 배우가 작품 욕심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대본을 본 순간 가슴이 막 뛰어요. 이건 어떤 배우든 그럴 거예요.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작품의 대본을 보면 가슴이 막 뛰는 두근거림이요.  
정상윤_ 그리고 막상 쉬면 정말 무대에서 연기하고 싶어요.
에녹_ 이걸 뭐라고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배우들 다 그럴걸요?
정상윤_ 그럼, 다 그렇지.
에녹_ 원동력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배우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감정이에요. 오히려 여러 작품을 다 하고 싶은데 그걸 못 하는 게 더 아쉽죠. 할 수만 있으면 하겠는데, 몸은 하나고 또 결과물을 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그리고 지금 나이에서만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캐릭터요. 그래서 그런 역을 발견했을 때는 도전해야죠! 
 
마지막으로 <붉은 정원>을 기대하는 관객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에녹_ 주변분들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이 작품은 꼭 봐야 해. 꼭 봐야 하는 작품이야. 리딩 공연의 음악을 듣고 나서 저 역시도 팬심이 생기더라고요. 물론 작품은 음악만이 아니라 대본도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라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표가 동나기 전에 보셔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상윤_ 정말 좋은 작품이에요. 이 분위기에 한번 취하셨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보세요. 붉은 정원을. 어우, 진짜. 꼭 보셔야 한다니까요. (웃음) 저희는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진짜 많이 노력하고 있을게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7호 2018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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