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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킹앤아이컴퍼니 최민호 대표, 앞면만 있는 동전을 던지다 [No.179]

글 |박병성 사진 |심주호 2018-08-07 12,096

킹앤아이컴퍼니 최민호 대표

앞면만 있는 동전을 던지다

 

킹앤아이컴퍼니 최민호 대표와의 인터뷰는 첫 운을 떼는 순간 그가 살아왔던 이력부터 이번 <바넘: 위대한 쇼맨>(이하 <바넘>)의 준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장이 넘는 질문을 빼곡이 준비했지만 질문지를 볼 필요가 없었다. 워낙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지라 궁금증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가 전개됐다. 킹앤아이컴퍼니는 올해 <삼총사> 10주년 공연, <도그파이트>, <바넘>, 그리고 하반기 신작 <아이언 마스크>까지 어느 곳보다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뮤지컬 <바넘>은 1980년에 브로드웨이에 올라간 작품이다. 지난해 휴 잭맨이 출연한 뮤지컬 영화가 히트하면서 같은 작품으로 여기는 이들이 있는데 같은 인물을 다루기 때문에 내용은 비슷하지만 노래나 전개 방식은 다르다. 언론 인터뷰를 잘하지 않았던 그가 이번 인터뷰에 응한 것은 <바넘>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넘을 일방적으로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평가받고 싶은 마음이란다. <바넘>에 대한 궁금증이 적지 않았지만 이야기는 최민호 대표가 공연 일을 하게 된 순간부터 시작했다.



 

늘 새로운 긴장감을 주는 공연

킹앤아이컴퍼니를 2014년에 설립했다. 그 이전에는 엠뮤지컬컴퍼니에서 일했던 것으로 안다. 공연계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내 주업은 광고 기획 일이고 지금도 광고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때 당시 이와는 별개로 대학로에서 일본어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학로에 있다 보니 여러 공연 기획사에서 프로모션 제안이 들어왔다. 뮤지컬 <실연남녀>에 투자하게 되면서 공연계에 첫발을 들였고 이를 인연으로 엠뮤지컬컴퍼니에 들어갔다. 그 전까지는 공연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실연남녀>의 투자로 수익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공연계에 입문했다.
왜 수익이 생기지 않는지 호기심이 생기더라. 광고 기획 일을 하면서도 직업을 꽤 여러 번 바꾼 편이다. 일을 하다가 안정이 되면 직원들에게 맡기고 다른 일을 벌이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일과가 예측 가능한 걸 싫어한다. 그런데 공연 일은 정말 다이내믹했다. 
 

엠뮤지컬컴퍼니를 그만둔 이유는 무엇인가?

사업을 하는 체질이지 월급을 받는 체질이 아니다. 엠뮤지컬컴퍼니를 제외하고 월급 받는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3년을 있었던 이유는 들어갈 때 대표와 했던 약속 때문이다. 3개월에 그만두지 않으면 3년은 일하겠다고. 어떤 일이든 내가 일을 할 때 내세우는 철학이다.
 

3개월을 넘겼다는 건 공연 일이 한번 해볼 만한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의미일 텐데. 

엠뮤지컬컴퍼니에 들어갔을 때 <삼총사>를 개발하는 단계였다. 그 과정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원작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는 무슨 이야기인지 잘 잡히지 않았다. 왕용범 연출이 삼 개월 만에 수정 대본을 가져왔는데 술술 넘어가더라. 대본 개발 과정에서 캐스팅도 동시 진행됐다. 민영기 배우를 만났는데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아라미스 역할을 오페라 가수로 만들고, 김법래 배우를 만났는데 마초적인 느낌이 있어서 포르토스를 해적왕으로 만들었다. <삼총사>는 배우 맞춤형 공연이다. 
 

엠뮤지컬컴퍼니에서 일하면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

보통은 아래에서부터 일을 배우는데 나는 공연 일을 위에서부터 배웠다. 대표님이 잘 봐주셔서 처음에 재무이사로 들어가서 투자부터 배웠고, 캐스팅을 했다. 그러다 제작이사로 옮기면서 조명, 음향 등 제작 일을 배웠다. 공연은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제작이사를 하면서 엠뮤지컬컴퍼니의 홍보 일을 전담했다. 집에 들어가면 매일 새벽 5시였다. 3년 동안 굉장한 수업을 받은 거다. 
 

2014년 회사를 차리고 처음 올린 작품이 <올슉업>이다.

회사를 차리기 전 2013년 일본에서 먼저 <썸머 스노우>를 제작했다. 일본에서 직접 대관하고 홍보해서 올렸다. 슈퍼주니어의 성민, F.T 아일랜드 승현, 초신성의 성제 등을 캐스팅했다. 원하는 만큼 작품이 나오지 않았고 공동 제작사와 뜻이 맞지 않아 초연까지만 참여하다가 빠졌다. 나에게는 아픈 손가락이다. 그러고 나서 2014년에 올린 작품이 <올슉업>이다. 신생 제작사에서 창작으로 대관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올슉업>은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라 음악이 좋았지만 내 생각에는 전개가 복잡하고 느렸다. 왕용범 연출에게 하룻밤에 일어난 일을 스피디하게 전개해 달라고 각색을 부탁했다. 결과적으로 20분을 줄였다.
 

지금까지는 <삼총사>나 <올슉업> 등 주로 재연작들을 많이 올렸다. 올해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새로운 시도가 적은 편인데 <도그파이트>, <바넘> 등 신작들을 주로 선보인다. 

9월에 <아이언 마스크>도 올린다. 남들이 안 할 때 해야지, 남들이 다 하면 누가 나에게 대관을 해주겠나. (웃음) 원래 올해는 <도그파이트>와  <아이언 마스크>만 할 생각이었다. <바넘>은 내년에 올릴 계획이었는데 올해 충무아트센터 대관 기회가 생기면서 일정이 앞당겨진 것이다.

 


 

바넘의 양면성

<바넘>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 이 작품은 1980년에 초연한 작품이다. 그다지 유명한 작품이 아닌데 어떻게 알게 되었나. 

휴 잭맨이 출연하는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먼저 들었다. <라라랜드>의 작곡 팀이 참여한다고 하니 음악도 좋고 흥행성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뮤지컬 판권에 대해 알아봤는데 판권을 팔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 바넘이라는 인물에 대해 검색하다가 뮤지컬 <바넘>이 이미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이었는데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었다. 일단 스몰 라이선스로 판권을 사두었다. 
 

영화 <위대한 쇼맨>과 뮤지컬 <바넘>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개인적인 판단에 영화가 엄청난 성공을 하지 못한 이유는 바넘을 너무 휴머니스트로 그렸기 때문이다. 음악은 좋은데 내용이 부실했다. 바넘의 일생은 정말 휘황찬란하다. 나중에는 정치에 입문해 시장까지 지낸다. 뮤지컬은 그의 일대기에서 꼭 있어야 할 사건들을 뽑아 놓았다.
 

바넘의 부정적이고 긍정적인 면이라는 게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바넘을 사기꾼이라고 한다. 그런데 꼭 그렇게만 볼 수 없다. 작품에 톰 섬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왜소증에 걸린 사람으로 실존 인물이다. 우리 작품에서도 실제 왜소증 배우가 출연한다. 이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정말 바넘이 되어야 했다. 왜소증 배우를 여럿 만났는데 대부분 거부하더라. 5일장 장터에서 작은 거인 예술단이라고 품바 역할을 하며 활동하는 분들께도 찾아가서 제안했다. 그런데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더라.
 

지금 캐스팅된 김유남 배우는 어떻게 설득했나?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활동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바넘도 톰 섬 가족의 반대를 겪는다. 작품에도 나오는 대사인데 바넘은 “톰 섬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한다. 아무도 그들에게 손 내밀지 않았지만 바넘은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생계를 해결해 주었다. 그리고 쇼에 참여하겠다고 최종 결정한 것은 그들 자신이다. 이것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수 없다. 톰 섬 역의 김유남 배우가 계약이 끝나고 돌아가면서 대극장 무대에 선다고 ‘아싸’ 하고 가더라. 왜소증 배우를 출연시키는 것에 대해 대중들의 시선이 어떨지 모르겠다. 
 

바넘은 서커스의 제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작품 중에 서커스 장면도 나오는가. 

진짜 서커스단이 출연한다. 짧은 기간 내 앙상블이 연습해서 서커스를 할 수는 없다. 원래는 중국 서커스 배우들을 알아봤는데 비자 문제를 해결하기가 힘들었다. 마침 국내에서 활동하는 서커스 팀이 있어서 그분들이 링 쇼라든지 다양한 서커스와 마술을 보여준다. 
 

뮤지컬 <바넘>을 통해 관객들이 어떤 것을 얻기를 바라는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하면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바넘 효과다. 관객들이 뮤지컬 <바넘>의 이야기와 신나는 쇼를 보고 공감해서 자신의 이야기처럼 즐거워하고 감동받기를 바란다. 왜소증에 걸린 톰 섬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특별한 존재라고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그것이 내가 이 작품에서 주고 싶은 메시지이다. 
 

창작뮤지컬 <더 언더독>을 만들기도 했다. 

TV 프로그램 <동물농장>을 보고 모티프를 얻어서 만들었다. 주변에 이야기 하니까 다들 개만 나오는 뮤지컬은 안 된다고 만류하더라. 그래도 꼭 만들고 싶었다. 시놉을 거의 내가 썼다. 주로 사건 중심으로 썼다. 이 작품을 계기로 극소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창작을 하면 안 되겠다는 걸 배웠다. 이 작품은 애견인을 대상으로 만들었는데, 유기견 이야기이다 보니 와서 보고 그렇게 아파하더라. 두 번 보기 힘들다고. 창작뮤지컬은 계속할 텐데, 중국이나 일본 등 전 세계에서 공감할 수 있고 대중적인 작품을 하려고 한다. 여덟 개 정도 영화 판권을 사두었다. 내년 말부터는 창작뮤지컬 위주로 제작할 생각이다. 
 

<꽃보다 남자>도 그렇지만 스타 캐스팅을 굉장히 잘한다. 비결이 뭔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데 어떤 목적을 갖고 만나지 않는다. 
 

지인일 경우 그런 만남이 가능하지만 인연이 없는 스타들도 캐스팅을 해야 한다. 

앞으로 많은 뮤지컬을 만들 건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야 할 것이 아닌가. 작년에 뮤지컬 페스티벌 ‘더 뮤지컬 페스티벌 갤럭시’를 했던 것도 제작자로서 얼마나 배우들을 모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아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같이하는 것이다. 우리가 공연 제작 이외에도 네 개의 페스티벌을 운영한다. 대한민국에서 네 개의 음악 페스티벌을 하는 회사는 아마도 없을 거다. 인디 가수들의 어반 뮤직 페스티벌, 핫한 힙합 뮤지션들이 출연하는 더 몬스터 페스티벌, 대중가수들이 출연하는 나인뮤직 페스티벌, 그리고 더 뮤지컬 페스티벌 갤럭시가 모두 우리가 운영하는 행사다. 베로메이드라는 회사로 제작해서 킹앤아이컴퍼니와 같은 회사인지 잘 모른다. 


 

다시 <바넘>으로 돌아가자. 수중촬영으로 포스터를 찍었다. 

공중에 떠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내에서 줄을 달아서 찍으면 중력 때문에 그런 느낌이 잘 안 난다. 쇼 비즈니스가 주는 마술 같은 신비감을 포스터에서부터 주고 싶었다. 우리 집 앞에 수중촬영 장소가 있다. 매일 지나다니면서 구경했는데 여기서 찍은 사진이 환상적이고 예뻤다. 여기서 언제 뮤지컬 포스터를 촬영해야 하는데 늘 생각해 오다가 <바넘>하고 컨셉이 딱 맞았다. 
 

바넘은 타고난 쇼 비즈니스맨이다.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본인의 철학이라면?

어려운 질문이다. ‘걱정해서 될 일만 걱정하고, 걱정해도 안 될 일은 걱정하지 말자’가 내 철학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잠을 잘 자는 프로듀서다. 나 혼자 밤새 고민해 봤자 누가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일단 자고 내일 열심히 해결하자는 주의다. 
 

긍정적이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제작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바넘>에 동전 장면이 나온다. 동전을 던져 어떤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주로 앞면은 긍정, 뒷면은 부정적인 선택지로 정한다. 이 동전은 양면이 앞면이다.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이 동전을 던질 때 이미 그 사람이 바라는 답은 정해져 있다. 긍정 즉, 하고 싶다는 쪽이다. 기왕 할 거면 긍정적으로 해야 하지 않겠나.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9호 2018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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