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PECIAL] 덕후가 세상을 만든다, 종이 무대 만드는 해운 [No.181]

글 |안세영 사진 |배임석 사진제공 |해운 2018-10-15 9,068

덕후가 세상을 만든다


<프랑켄슈타인> 무대 모형

공연계 입문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그 용어, 마니아. 하지만 공연을 향한 마니아들의 사랑과 그 힘으로 완성되는 재능의 크기는 상상을 넘는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즐겨 온라인상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명의 마니아와 팬심이라는 위대한 사랑이 낳은 팬아트 11선, <최후진술>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 팬들의 열정 어린 메모리북 제작 과정까지. 지금부터 당신을 상상 초월 마니아의 세계로 초대한다.

종이 무대 만드는 해운 


해운은 종이로 무대 모형을 만든다. 뮤지컬이 좋아 중학생 때부터 혼자 공연을 보러 다녔다는 그는 무대 제작 전공과는 아무 상관없는 공학도. 무대디자이너를 꿈꾸는 건 아니지만, 직접 모형을 만들며 공연의 기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사랑한다.


<프랑켄슈타인> 무대 모형

무대 모형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공연을 보고 나면 유독 무대가 기억에 남았어요. 예쁜 무대를 보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다고 무대를 집에 들고 올 순 없으니 작은 모형으로 하나둘 만들기 시작했죠. 일종의 자체 MD로요. 처음 완성한 무대 모형은 <사의찬미>였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많이 본 작품이 <사의찬미>거든요. 그 밖에도 <적벽>, <엘리펀트송>, <트레인스포팅>, <팬레터>, <프랑켄슈타인>의 무대 모형을 만들었어요. 주로 구조 자체가 독특해서 조명과 소품 없이도 멋진 무대를 선택했죠. 

모형 제작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일단 공연 사진을 한참 들여다봐요. 사진은 평면이니까 실제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깊이는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잘 안 오잖아요. 그걸 가늠하려면 꼼꼼히 들여다봐야 돼요. 그리고 어디든 마음에 드는 곳부터 만들기 시작해요. 전체 도면을 그려놓고 순서대로 만들어 나가진 않죠. 실제로 <프랑켄슈타인> 무대 모형에서 제일 처음 만든 건 톱니바퀴였어요. 저한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톱니바퀴였거든요. <팬레터> 무대 모형의 경우, 계획 없이 만들다 보니 전체 규모를 가늠하지 못해 완성본이 생각보다 커지기도 했어요. 재료는 일반 도화지예요. 더 두꺼운 종이를 쓰면 자르기가 힘들더라고요. <프랑켄슈타인>의 톱니바퀴는 특히 세밀한 작업이 필요해서 다른 곳보다 더 얇은 종이를 썼어요. 또 유리창에는 빛이 투과하는 유산지를, 실험실 유리관에는 투명한 필름을 사용했어요. 종이를 자를 때는 일반 커터칼보다 예리한 30도 커터칼을 사용해요. 그리고 작디작은 부품을 집기 위한 핀셋도 필요하죠. 소품도 <사의찬미>의 축음기처럼 중요한 건 종이로 만들어요. 



<팬레터> 무대 모형 ⓒ해운

반응이 좋았거나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모형은 무엇인가요?
가장 반응이 좋았던 건 <프랑켄슈타인>이에요. <프랑켄슈타인> 모형을 트위터에 올리고 팔로워가 400명이나 늘었거든요. 그 전에 만든 <팬레터> 모형도 반응이 좋았어요. <팬레터> 모형은 워낙 오랜 기간 만들어서 저도 애착이 가요. <프랑켄슈타인>은 완성하기까지 일주일 정도가 걸렸는데, <팬레터>는 그보다 더 오래 걸렸어요. 그 이유는 바로 격자문 때문이에요. 수많은 격자문의 네모를 오리고, 또 오리고… 완성하고 나니 네모는 더 이상 쳐다보기도 싫더라고요. 심지어 그 모든 문을 실제로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드느라 고생했죠. 제 성격상 문이 있으면 반드시 열려야 하거든요.

무대 모형을 제작하면서 겪은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창극 <적벽>을 보고 무대 모형을 만들어 트위터에 올렸는데, 출연 배우 두 분이 잘 만들었다고 멘션을 남기셨더라고요. 솔직히 창피했어요. 사실 그 무대는 특별한 장식이나 소품이 없어서 하루 만에 아주 간단히 완성했거든요. 이럴 줄 알았으면 더 공들여 만들걸! 

남들은 잘 모르는 모형 제작의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일단 보관이 힘들어요. 어느새 책장이 모형으로 가득 차서 <사의찬미>, <팬레터>, <프랑켄슈타인> 모형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버렸어요. 그리고 장시간 종이를 자르고 붙이면 눈과 손이 아파요. 얼마 전 손가락이 아파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별 문제는 없고 그냥 모형 만들기를 관두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당분간 쉬면서 공부 좀 할까 봐요.



<사의찬미> 무대 모형 ⓒ해운

무대 모형 제작과 관련해 앞으로 계획 중인 일이 있나요?
마음 같아선 종이 무대에 색을 입혀 보고 싶어요. 사실 <사의찬미> 모형은 물감으로 칠했다가 망쳐서 다시 만든 거예요. 종이를 잘못 자르면 그 부분만 재작업 하면 되는데 색칠을 잘못하면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재도전은 살짝 미뤄두고 있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1호 2018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