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PECIAL] 덕후가 세상을 만든다, 만화 그리는 옘 [No.181]

글 |박보라 사진제공 |옘 2018-10-15 6,251

덕후가 세상을 만든다

공연계 입문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그 용어, 마니아. 하지만 공연을 향한 마니아들의 사랑과 그 힘으로 완성되는 재능의 크기는 상상을 넘는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즐겨 온라인상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명의 마니아와 팬심이라는 위대한 사랑이 낳은 팬아트 11선, <최후진술> 사례를 통해 들여다본 팬들의 열정 어린 메모리북 제작 과정까지. 지금부터 당신을 상상 초월 마니아의 세계로 초대한다.



옘이 <더뮤지컬>에 선물한 <프랑켄슈타인>의 ‘5괴물' 

만화 그리는 옘 

연극·뮤지컬 관련 2차 창작물을 그리고 있는 옘은 게임 회사에서 캐릭터 원화가로 근무 중인 공연계 마니아다. 어렸을 때 우연히 뮤지컬 <인어공주>를 보고 ‘나중에 커서 일 년에 세 편의 뮤지컬을 봐야지’라는 꿈을 가졌다는 그. 지금 옘은 연극·뮤지컬에 푹 빠져 소중한 꿈과 추억을 그리고 있다.



<존도우>의 마지막 공연에서 나눔한 ‘월러비의 옷 입히기’

취미 생활과 공연 덕질을 함께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공연이 저에게 영감을 주었으니까요. 2016년에 관람한 <프랑켄슈타인>을 시작으로, 초반에는 단순히 2차 창작 일러스트와 상상 속 이야기를 그렸어요. 같은 해 <올슉업>부터 관극 후기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매번 공연과 애드리브가 달라지니까 그림으로 그리면 기억하기 쉬울 것 같았죠. 제가 느낀 행복한 기억을 나누고 싶은데, 말로는 부족하니 그림으로 설명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그린 공연 그림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2016년에 그렸던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나 앙리를 좋아해요. 제 감정이 깊게 담긴 그림에 마음이 많이 가더라고요. 당시 그렸던 워털루 앙리는 지금까지도 2년 넘게 트위터 프로필 헤더로 사용하고 있어요. 또 <팬텀>에서 팬텀을 맡았던 박은태 배우의 그림이나 연극 <프라이드>에서 올리버를 맡았던 정동화 배우의 그림도 극의 이미지를 담아 그렸던 거라 좋아해요. <프랑켄슈타인> 재연과 삼연의 괴물이 함께 있다든가, <프랑켄슈타인>의 곰 먹는 괴물 옆에서 “이건 먹는 거 아냐” 하고 곰 인형을 끌어안는 <프라이드>의 올리버 그림처럼 두 작품을 섞어 그린 것도 좋아하고요. 현실에선 절대 만날 수 없는 극 속 캐릭터들을 그림 속에서 만나게 하는 게 재밌어요.



짧은 시간 네 자릿수 RT를 돌파한 그림. <프랑켄슈타인>의 일명 ‘5앙5괴’가 나오는 만화로, 카이 앙리가 카이 괴물을 데리고 다른 앙리들의 방을 돌아다니며 괴물들의 발달 수준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공연 그림을 그리면서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일명 ‘영업’에 성공할 때요. <존도우>의 그림을 누군가 리트윗하고 “존도우 궁금하다”고 답글을 보내주셨을 때라든지, 새로운 페어로 관극한 후기 그림을 보고 “저 페어도 예매해야겠다”고 반응해 주신 예를 들 수 있겠네요. 이건 그림에 대한 칭찬 그 이상인 것 같아요. 상세한 피드백도 소중하지만, 제 그림이 누군가를 행동하게 하는 힘까지 되었다니 신나요. 제가 좋아하는 극을 상대가 본다는 점에서 정말 행복하죠. 아마 공연계에서 2차 창작을 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요?

반대로 고충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제 그림을 보기 위해 구독해 주시는 분이 점점 늘어나는데 이에 따른 부담감이 있어요. 2차 창작은 제가 공연을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하는 건데, 전 각자 자기가 느낀 감정이 정답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그림이 작품 감상에 제약이 될까 걱정스럽죠. 특히 짧은 작업 시간과 작은 그림일수록 표현할 수 있는 정보가 적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특정 캐릭터의 특정 디테일을 과장하고 부풀려 그리기도 하거든요. 이 자리를 통해 제 그림이 정답이나 공식이 아니라고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벤허>의 메셀라의 투구 일화를 소개한 그림

좋아하는 공연을 바탕으로 창작한 작품을 소개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존도우>는 따뜻한 위로와 열정을 되찾아준 고마운 작품이에요. 공연 당시 전 캐스트와 앙상블 배우들을 그려서 공연 팀에 작은 간식거리랑 같이 선물도 드렸어요. 극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터져서 죽을 것 같았거든요. 또 <존도우>의 주인공 윌러비의 옷 입히기를 마지막 공연에서 100장 정도 무료 나눔을 하기도 했죠. 전 윌러비와 그의 의상, 소품을 그렸을 뿐이지만, 매칭에 따라 작품의 스토리부터 뮤지컬 넘버까지 떠올릴 수 있으실 거예요. 가져가신 모든 분들이 오래오래 작품을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해서 생각할수록 뿌듯해요. 앞으로 또 이렇게 맘을 울리는 작품이 생긴다면 다시 한번 해보고 싶어요. 



<프라이드> 필립별 술 마시기를 비교한 그림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1호 2018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