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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베르나르다 알바> 정인지․전성민․오소연,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힘찬 한 걸음 [No.182]

글 |편집팀 사진 |김호근 2018-11-30 764

<베르나르다 알바> 정인지․전성민․오소연,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힘찬 한 걸음 

2018년 하반기의 최고 화제작 자리에 오른 <베르나르다 알바>. 스페인 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을 각색한 낯선 초연 작품이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 석 매진을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한 기획력에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의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욕망을 욕망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비극적인 삶을 오직 여배우들의 말과 몸짓을 통해 보여준다는 것. 이 근사한 시도의 첫출발을 기록하기 위해 <베르나르다 알바>의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정인지
작품에 대한 첫인상은?
좀 웃긴 이야기인데, 캐릭터들의 이름이 너무 어려웠다. 특히 내가 맡은 역할 이름 앙구스티아스가! 처음엔 긴 이름이 헷갈려서 옆에 적어놓고 대본을 읽었을 정도다. ‘이걸 어떻게 다 기억하면서 공연하지?’란 걱정도 됐지만, 입에 붙고 나니까 훨씬 수월했다. 구스타보 자작 연출이 각각의 이름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 준 게 많은 도움이 됐다. 

내 캐릭터의 가장 큰 비극은?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아니란 걸 알았을 때의 비극. 특히 그걸 눈으로 직접 확인했을 때는 정말 처절했다.

가장 마음 아팠던 인물은?
막달레나. 다른 인물들은 희망을 품고 있다. 그런데 막달레나는 스스로 희망을 계속 포기한다. 즉, 본인은 희망조차도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대본을 읽을 때도, 연습하면서도, 희망 없는 막델레나의 모습을 지켜보면 마음이 아프다.

작품에 뜨거운 지지를 보낸 여성 관객들에게 한마디.
우리는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지,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의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여성다운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으로 여성의 가치를 평가받는 세상이다 보니, 지금까지 무대에서 그려지는 여성 캐릭터도 그런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관객분들이 보여준 뜨거운 반응을 보고 한 인간으로서의 여성 이야기를 나 혼자만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니라고 느꼈다.

앞으로 무대에서 보고 싶은 여성 서사가 있다면? 
한국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한국에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잘 살아낸 여성들이 많다. 배우로서도, 관객으로서도 한국 여성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보고 싶다. 


전성민
작품에 참여한 계기는? 
정영주 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여배우만 열 명 서는 작품이 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무조건 해야지! 내용은 몰랐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전부터 남성 2~3인극은 많은데 여성끼리 할 수 있는 극은 왜 없나 하는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열 명이 마이클 존 라키우사의 음악에 맞춰 플라멩코를 춘다니!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에서 특별히 공감하는 지점이 있다면? 
원작 희곡을 쓴 로르카는 실제로 이웃집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고 한다. 작품 속 독재 정권 시절만큼은 아니겠지만 지금도 주위를 돌아보면 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걸 알 수 있다. 용기 내 목소리를 높여도 일부의 발언으로 치부되어 외면당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 무대가 그런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내 캐릭터의 가장 큰 비극은? 
개인적인 화두 중 하나가 ‘혐오 사회’인데,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 것 같다. 베르나르다는 자신이 여성으로서 받은 혐오를 딸들에게 그대로 돌려준다. 혐오 속에서 자란 딸들 역시 서로를 미워한다. 자매끼리 서로 의지하며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하는 게 비극적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연기할 때면 너무 눈물이 난다. 내가 마르티리오로서 우는 건지, 전성민으로서 우는 건지 잘 모르겠다.

작품에 뜨거운 지지를 보낸 여성 관객들에게 한마디.
극 안에서 쓰이는 말이 거칠고 자극적이어서 혹시라도 ‘어떻게 같은 여자끼리 저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받아들이실까 봐 걱정이다. 현실이 워낙 폭력적이라 무대에서 비슷한 상황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으실 수 있단 걸 안다. 하지만 여성이 처한 현실과 그 안에서 느끼는 고통을 고스란히 드러냄으로써 우리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니, 크게 거부감 느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절대로 그런 말과 생각을 옹호하는 작품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표현해서 보여드리고 싶다. 




오소연
작품에 참여해 가장 자랑스러운 점은?
기가 막힌 팀워크. 주변 사람들에게 이 작품에 참여한다고 했을 때, 함께하는 배우들을 듣고 ‘거기 정말 무섭겠다’ 또는 ‘유리 깨지는 거 아니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전혀 아니다. 정말 평화롭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가득하다. 특히 열 명 모두가 마음이 잘 맞아 이 일원이 된 것이 자랑스럽다. 

이야기에서 특별히 공감하는 지점이 있다면?  
로르카는 독재 정권에 반항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다. 억압 속에서 자신의 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든 거다. 로르카는 결국 살해당하는데, <베르나르다 알바>는 그의 마지막 비명 아니었을까. 스페인처럼 한국에서도 억압의 정서는 낯설지 않다. 이곳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과거 한국에서도 벌어졌던, 또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정서적인 부분이 통하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다.

내 캐릭터의 가장 큰 비극은?
처음에는 베르나르다의 딸로 태어난 게 비극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페페라는 나쁜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것이 아델라의 비극이라 본다. 

가장 마음 아팠던 인물은? 
베르나르다 알바. 작품 속에서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는데 그녀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알바도 분명 다른 여자들처럼 자유를 갈망할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자유를 억제하고, 집안의 다른 여자들의 자유를 억압하게 된 이유는 뭘까. 어쩔 수 없이 폭군으로 변해버린 베르나르다 알바를 생각하면 안쓰럽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2호 2018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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