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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베르나르다 알바> 김국희․이영미․김히어라,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힘찬 한 걸음 [No.182]

글 |편집팀 사진 |김호근 2018-11-30 697

<베르나르다 알바> 김국희․이영미․김히어라,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힘찬 한 걸음 

2018년 하반기의 최고 화제작 자리에 오른 <베르나르다 알바>. 스페인 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을 각색한 낯선 초연 작품이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 석 매진을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한 기획력에 있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의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혀 욕망을 욕망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비극적인 삶을 오직 여배우들의 말과 몸짓을 통해 보여준다는 것. 이 근사한 시도의 첫출발을 기록하기 위해 <베르나르다 알바>의 배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김국희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열 명의 여배우가 등장하는 작품이며, 앞으로의 작품 제작 방향성에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출연을 결심했다. 솔직히 <베르나르다 알바>라는 작품 자체는 출연 제안을 받기 전까지 몰랐다. 물론 제작사 우란문화재단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아마 여기 모인 배우들이 다 비슷한 마음 아니었을까. 여배우들만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많은 이슈를 모았는데, 과거에도 이런 시도들이 조금씩 있었던 걸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번 한 번의 축제로 끝나지 않기 위해 매일 아침 파이팅을 하고 있다.

연습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올해 초 몸 좀 많이 움직이는 작품을 하게 해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다. 평소 노인 역을 많이 하다 보니, 공연할 때 움직임이 너무 적은 거다. 그런데 기도가 너무 강하게 이뤄졌는지 춤을 추는 장면이 꽤 많은 작품을 만나게 됐다. 게다가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춤을 통틀어 가장 어려운 플라멩코라니!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움직임에 대한 공부를 하는데, 몸에 밴 동작들이 ‘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춤이 플라멩코더라. 요즘 안무 선생님께 매일 죄송하다. 기도는 정말 조심히 해야 한다. (웃음)   

가장 아픈 대사나 가사는?
내 고통은 배고픔이 아니야. 

작품에 뜨거운 지지를 보낸 여성 관객들에게 한마디.
지난 1월, <레드북> 마지막 공연 무대 인사 때 앞으로 좋은 시도를 하는 작품을 할 테니 기대해 달라는 말을 했다. 그때 이미 <베르나르다 알바>를 같이하기로 한 상태라 입이 간질간질했는데, 차마 “여러분, 곧 여자 열 명이 나오는 공연이 올라옵니다, 그때 지금의 마음 잃지 마세요!” 이렇게 이야기할 순 없으니 둘러서 말한 거다. (웃음) 요즘 개발 단계의 창작 작품을 보면 여성 캐릭터들의 비중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 아직 공연화되지 못한 많은 여성 작품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관객 여러분들이 힘껏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이영미
이야기에서 특별히 공감하는 지점이 있다면?  
<베르나르다 알바>는 특정한 시대를 넘는 여자의 이야기이자 여자의 대화다. 시대가 달라도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 작품과 지금의 상황은 다르지만, 여전히 여기 우리 사회에는 여자를 향한 편견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다. 

내 캐릭터의 가장 큰 비극은?
베르나르다 알바와 대적했을 때 그녀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 직접적인 갈등을 일으켜도 폰시아는 베르나르다 알바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가장 마음 아팠던 인물은? 
베르나르다 알바에게 측은지심을 느낀다. 분명 베르나르다 알바도 처음부터 이런 여자가 아니었을 거다. 많은 세월 속에 베르나르다 알바가 접했던 여러 가지 이념과 상황이 그녀에게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베르나르다 알바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내가 생각하는 전 석 매진의 이유는? 
<베르나르다 알바>가 좋은 작품일 것이라는 기대감과 각각의 배우들이 모인 힘이 아닐까. 사실 배우들끼리도 우리의 조합이 굉장히 좋다는 말을 자주 했다. 또 열 명의 여성 배우들이 같이 모였을 때 발생하는 시너지를 궁금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무대에서 보고 싶은 여성 서사가 있다면? 
여성의 캐릭터는 흑과 백처럼 정형화됐다. 착한 여자, 못된 여자, 젊은 여자, 늙은 여자 등 이렇게 한정적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성격을 보여줄 수 있는 여성 캐릭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히어라
작품에 참여해 가장 자랑스러운 점은?
배우로서 언젠간 같이 작품을 하고 싶었던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작품에 대한 첫인상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입시 준비를 하면서 처음 접했는데, ‘기가 세다’란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본이 지닌 힘이 상당히 강했으니까. 어느 대사 한 줄도 쉽게 생각할 수 없었는데, 그 의미가 정말 묵직하고 다 달랐다. 

내 캐릭터의 가장 큰 비극은?
내가 맡은 어린 하녀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사람들을 관찰하는 인물이다. 내가 생각하는 어린 하녀의 비극은 매일 밤 자신을 범했던 안토니가 죽음으로써 자유로워지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울타리가 허물어진 것이다. 또 알바의 다섯 딸과의 관계에서 어린 하녀는 하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다. 사실 극 중 인물 어느 누구도 어린 하녀가 원치 않게 순결을 잃은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알바는 ‘내 딸은 안 되지만 하녀인 너는 그럴 수 있지’라는 태도를 보인다. 이게 정말 비참하다. 

내가 생각하는 전 석 매진의 이유는? 
우란문화재단이 선택하는 작품에 대한 신뢰, 그리고 전원 원 캐스트로 출연하는 배우들의 힘. 여배우 열 명이 나오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정말 멋진 배우 열 명이 모였는데 모아보니 여성들인 거다. 또 각자 다른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들이 모였기 때문에 우리가 한 무대에 있는 모습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 것 같다.

앞으로 무대에서 보고 싶은 여성 서사가 있다면? 
매력적인 여성의 이야기. 우리나라 역사에도 신사임당이나 유관순처럼 존경할 수 있는 여성들이 정말 많지 않나. 이들의 이야기가 무대에 오르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2호 2018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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