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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No.188]

글 |안세영 illustrator | 이야기 2019-06-03 4,091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친애하는 선생님. 제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하실 것 같아 답장을 씁니다. 수녀복을 입은 절 보시면 또 한 번 깜짝 놀라실 텐데, 이제 그럴 수 없다니 참 아쉽네요. 왜 건축가가 되지 않았는지 궁금하시죠? 물론 제가 꿈을 쉽게 포기한 건 아니에요. 활동하는 건축가들을 일일이 찾아가 제 설계도를 보여줬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죠. 어느 날인가 너무 지쳐서 성당에 찾아갔어요. 울고 있는 저를 본 원장 수녀님께서 힘들면 쉬어가라며 지낼 만한 자리를 마련해 주시더군요. 그런데 성당에 다니는 학생들이 제가 누군지 궁금했나 봐요. 다가오는 아이들에게 제가 경험한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게 재미있었는지 절 무척 따랐어요. 그렇게 자연스레 수녀의 길을 걸으며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죠. 선생님, 세상을 살다보니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일도 많더라고요. 그동안 제게는 특별한 순간, 평범하지 못한 순간이 많았으니 그 반대의 시간 또한 필요한 게 아닐까요? 지금처럼 그냥 성당 앞 계단에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는 시간 같은 거요. 저는 깨달았어요. 꼭 꿈을 이루어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그게 인생에서 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요. 자, 이제 그만 학생들에게 가봐야겠네요. 요즘 여학생들에게 고등수학을 가르치고 있거든요. 혹시 또 모르죠, 어쩌면 제가 가르친 학생들 중에 훌륭한 건축가가 나올지! 하하.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은 음악가 베토벤의 어린 시절부터 장년에 이르기까지 내면의 변화를 담은 작품입니다. 이 글은 마리 역 김소향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로,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건축가를 꿈꾸던 마리가 수녀가 된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88호 2019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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