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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ISSUE] <에드거 앨런 포> 조기 폐막 소식, 그럼에도 공연은계속 되어야 할까 [No.194]

글 |박보라 2019-11-05 19,737

<에드거 앨런 포> 조기 폐막 소식
그럼에도 공연은계속 되어야 할까

 

지난 10월 7일 <에드거 앨런 포>의 갑작스러운 조기 폐막 소식이 들려왔다. 이날 제작사 디오리지널컴퍼니는 조기 폐막의 사과문과 후속 조치에 대한 안내문을 게재했다. 8월 27일에 개막한 작품은 예정대로라면 11월 27일까지 공연될 계획이었다. 제작사가 밝힌 조기 폐막의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와 운영상의 어려움이었다. 도대체 <에드거 앨런 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에드거 앨런 포> 스페셜 버전 타임라인
 

8. 24  러닝타임 수정 (기존 120분→100분)

8. 27  <에드거 앨런 포> 스페셜 버전 개막

8. 29  포 역 김수용 배우 공연 중 부상

9. 5  9월 10일부터 20일까지 공연 중단 및 작품 리뉴얼 공지

9.17 멀티 배역 2인에서 4인으로 변경

9.18 엘메이라/버지니아 역에 김사라 배우, 멀티 배역 2인 추가 캐스팅

10.5 오후 2시 45분 특정 시스템 부분의 문제 발생을 이유로 공연 중단 / 오후 6시 16분 10월 5~6일 공연 취소 공지, 이후 공연일정은 7일 추후 공지 예고

10.7 <에드거 앨런 포> 조기 폐막 공지


 

또다시 벌어진 임금 미지급 사건

<에드거 앨런 포>는 제작자 A가 대표로 재직한 프로덕션에서 공연권을 가지고 있던 작품이다. A는 그동안 다수의 라이선스 뮤지컬을 제작했으며, 과거 제작사의 재정난을 이유로 일부 배우와 스태프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에드거 앨런 포>의 제작을 맡은 곳은 디오리지널컴퍼니로, 이곳의 대표는 실질적인 제작을 맡아 작품에 참여한 A가 아닌 다른 인물이다. 때문에 일부 스태프는 A가 이번 시즌에도 직접 제작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이번 시즌에 참여한 B는 “A가 일으킨 임금 미지급 사태는 이미 공연계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배우와 스태프 들이 A 작품에 참여하는 것을 기피하는데, 나 또한 계약 전에 작품의 제작자가 A라는 것을 알았다면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배우와 스태프가 <에드거 앨런 포>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참여자가 A에게 ‘이번 작품에 참여하면 그동안 미지급됐던 임금을 함께 정산해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일부 배우와 스태프는 이번 작품이 A가 재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바라봤고, 이런 상황에서 다시 임금 미지급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관계자 C는 “앞서 벌어진 A의 임금 미지급 사건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쉽사리 등을 돌릴 수 없었다. A는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은 작품들의 공연권을 가지고 있으니 이번 작품을 통해 그에게 재기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참여 계기를 밝혔다. 이 작품에 참여하기로 한 동료들의 요청을 받아 합류한 사람들도 있다. 친분이 두터운 동료들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도왔다는 것이다. 

각자 다른 이유로 <에드거 앨런 포>에 모였지만, 배우와 스태프 들은 A가 과거 임금 미지급으로 구설수에 오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때문에 다수의 배우들은 임금 미지급 문제를 우려해 1차 임금 지급 시 40%의 출연료를 선지급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일반적인 뮤지컬 출연료는 총 세 차례로 나눠 연습 기간 중간, 공연 중간, 폐막 직후에 지급된다. 그러나 이번 작품의 일부 배우들은 1차 임금 지급일을 연습 기간이 아니라 공연 개막 후로 계약했다. 그리고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차 임금이 미지급된 것을 확인한 배우와 스태프는 A에게 강력하게 항의했고, 뒤늦게 정산이 이뤄졌다. 작품에 참여한 D는 “제작사의 상황이 어려울 수 있다. 이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임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하지 않나. 그랬더라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을 거다. 심지어 임금이 미지급됐다고 항의하자 프로덕션 사정이 어렵다면서 개런티를 계약보다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대하는 배려나 존중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또 공연 개막 전 지급이 완료되어야 할 공연장 대관료나 음향 장비 대여료 등도 연체됐다. 결국 공연장 대관료가 지급되지 않자 극장 측은 무대 셋업 도중 공연장을 폐쇄했다. 대관료가 지급된 후에야 다시 무대 셋업이 재개됐다. 관계자 E는 “한정된 제작 예산을 돌려막기처럼 운영했다. 공연에 필요한 공연 장비나 시설의 대여료가 지급되지 않아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그제야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었다. 마치 불이 나기 직전까지 가야 불을 끄려고 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예의를 잃어버린 제작사

<에드거 앨런 포>는 조기 폐막에 앞서 9월 10일부터 20일까지 공연을 중단하며 대대적인 작품 수정을 예고했다. 8월 29일 포 역의 김수용 배우가 공연 도입 부분의 구타 장면에서 상대 배우와 연기하는 도중 코를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 시작이었다. 개막 이후 배우의 대사나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음향 문제가 발생했고 기존 대극장 버전의 120분에서 100분으로 공연 시간을 축소하며 캐릭터와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허술해졌다. 관계자 F는 “연습 중에도 배우들의 사고와 부상이 이어졌다. 위험한 장면의 수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개막 후에 배우가 다쳤다. 공연을 중단하고 이어진 수정 작업에 배우와 스태프가 매달렸다”고 밝혔다. 작품의 스토리와 음악을 수정하는 강수와 적극적인 티켓 프로모션에도, 이미 떨어진 유료 구매율은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관계자 E에 따르면 공연 재개 이후에도 회차당 20매 미만의 유료 판매를 기록했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계속 공연할수록 제작사의 손해는 커졌다. 

무엇보다 배우와 스태프 들에게 가장 상처가 된 점은 제작사가 공연을 중단하고 이를 마무리하는 태도였다. 제작사 측은 배우와 스태프에게 10월 4일 밤이 돼서야 이틀 후인 10월 6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조기 폐막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임금이 미지급된 배우와 스태프는 남은 5~6일의 4회차 임금이 지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상황을 인지하고 더 이상 공연을 이어갈 수 없다는 뜻을 강력하게 드러냈다. 관계자 B는 “조기 폐막 소식은 거의 통보에 가까웠다. 연습은 물론이고 수정 작업까지 열심히 참여했지만, 지금까지도 A는 사과의 말조차도 없다. 이번 일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많이 입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참여자 F는 “임금 문제를 떠나 작품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나 개선하지 않은 채 개막을 밀어붙였다. 결국 공연을 중단하고 수정해야 하지 않았나. 이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불명예를 남겼다”고 속상함을 토로했다. 급작스러운 실직 상태가 된 배우나 스태프는 당장 생활이 어렵게 됐다. 관계자 G는 “작품의 조기 폐막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실업 상태가 됐다. 연말까지 강제적으로 쉬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작품을 위해 다른 작품을  고사했는데,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작품에 참여한 C는 “뮤지컬계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 일이 다시 벌어졌다. 우리는 안타까운 일에 희생됐지만, 이번 사건이 공론화되어 투명한 제작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공연의 조기 폐막에 대한 이유를 듣기 위해 디오리지널컴퍼니 측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4호 2019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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