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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DATE] <막돼먹은 영애씨> 김현숙, 김산호 [No.100]

글 |배경희 사진 |심주호 2012-01-10 6,365


김산호, 영애 씨를 만나러 가다

 

지난 5년의 대부분을 ‘이영애’로 살았던 김현숙이 올해는 무대에서도 영애 표 홈런을 날렸다.
드라마 촬영하랴, 뮤지컬에 출연하랴 방송국과 무대를 오가며 그 어느 때보다도 영애 씨로 살아가고 있는 김현숙.
영애의 남자 김산호가 이영애를 응원하기 위해 그녀의 외도 현장(?)을 찾았다.

 

 

요즘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9>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죠? 두 분은 며칠 만에 다시 만나는 건가요?
김현숙  그저께 뒤엉키고, 이틀 만에 다시 만나네요. 16회 차에 영애와 산호가 뒤엉키는 장면이 있었는데, 여러 번 만에 무사히 촬영을 마쳤어요.
김산호  이번 시즌부터 영애랑 사귀게 됐는데, 좀 불안해요. 헤어지면 하차해야 하잖아요. 하하. 그냥 절친으로 남고 싶었지만 시청자 분들이 원하는 거니까요.
김현숙  산호랑은 한 4회 정도 찐하게 연애하고 깔끔하게 차려고요. 그래야 또 새로운 남자를 만나죠.
김산호  문란한 영애 씨로. 제목을 바꿔야 해요. 하하.


산호 씨는 지난주에 <막돼먹은 영애씨>(이하 <영애씨>)공연을 봤죠? 공연을 보고 나서 산호 씨가 아무런 이야기 안 하던가요?
김현숙
  누나가 풀어가는 영애는 역시 사랑스럽다, 그런 말을 했죠. 거짓말 아니지?
김산호  네, 맞습니다. 영애의 매력은 사랑스러운 건데 역시나 무대에서도 사랑스럽게 풀었더라고요. 영애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데 누나만 한 사람이 없다고 말해줬죠.


그렇담 영애가 특히 사랑스러워 보였을 때는 언제예요?
김산호
  원준 형님이랑 같이 야근을 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굉장히 수줍게 표현하는데, 그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어떻게 그런 모습이 나왔는지, 예뻐 보였어요.
김현숙  그 신을 연습할 때 참 힘들었어요. 왜냐면 원준이랑 감정이 쌓이는 과정 없이 사랑에 빠지잖아요. 너무 급작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거라 어떻게 보여질까 고민이 많았죠. 그런데 영애니까 가능하겠다 싶더라고요. 영애는 작은 일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러잖아요. 하여간 어떻게 풀까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에요.
김산호  드라마 에피소드 중의 한 부분이긴 하지만, 공연은 직접 보는 재미가 있으니까 재미있게 봤어요. 게다가 다 아는 배우들이니까 더 재미있었고요.

김현숙  그러니까 욕을 못하죠.
김산호  네, 욕을 못하죠. 무조건 잘 봤다고 해야죠. 그런데 배우들의 조합이 정말 좋았어요. 잘 맞는 배우들끼리 모여서 서로 즐기면서 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영애씨>가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땐 어떤 생각이 들었어요?
김현숙
나한테 출연 제의 안 했으면 좋겠다! 부담스럽잖아요. 2년 전에 초고가 나왔을 때 저한테 대본을 한번 읽어봐 달라는 연락이 왔어요. 이 작품을 하든, 안 하든 현숙 씨의 조언이 듣고 싶다면서요. 대본을 읽고 제작사 미팅에 가서 혼자 세 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죠. 이건 드라마의 짜깁기밖에 안 된다고, 이렇게 해서는 성공 못한다고. 제가 안 한다는 각오로 독설을 퍼부었어요.

 

 


작품에 큰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네요. 쓴소리를 한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김현숙
애정이 있죠. 내가 안 하더라도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그렇게 열변을 쏟고 나서 1년 반 뒤에 2차 대본을 받았는데, 사실은 계속 안 하겠다고 거절했어요. 제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정말 잘해야 본전이니까. 그리고 제가 하겠다고 결심하기까지가 어려워서 그렇지, 하겠다고 하면 얼렁뚱땅 넘어가는 꼴을 못 봐요. 이 뮤지컬을 하게 되면 누구보다 내 자신이 피곤할 걸 알았기 때문에 겁이 났죠. 체력적으로도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체력이 한 해 한 해가 다릅디다.

김산호  누나가 요즘 촬영할 때 많이 힘들어해요.(웃음)
김현숙  오히려 공연을 올려놓고 난 다음에는 괜찮은데 연습 과정은, 아우 말도 마요. 창작극은 항상 힘들더라고요. 연습할 때는 너무 힘들어서 두 번 다시 공연을 하면 내가 미친년이다, 그런 생각을 해요. 힘든 만큼 힘을 얻는 작업이니까 결국 다시 하게 되지만요. 

 

산호 씨는 뮤지컬 <영애씨>의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어요? 같이 하자는 제의는 없었나요?
김산호
제의가 없었어요. 주위에서 <영애씨>를 뮤지컬로 만든다는데 넌 안 하냐고 물어보면 내 캐릭터가 안 나와서 안 한다고 말했는데 사실은 제의를 못 받았어요.(웃음) 그런데 만약 제의를 받았더라도 드라마 촬영과 공연을 병행하기엔 캐릭터가 다르니까 좀 위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현숙  그래도 제의가 들어왔으면 했겠죠.
김산호  그럼 했죠. 원준 캐릭터를 산호화해서. (일동 웃음)
김현숙  사실 드라마에선 영애가 남자가 많거든요. 지금까지 거쳐 간 남자만 해도 일곱 명쯤 되는데 여기선 한 명이라 좀 아쉬워요. 시즌 2에는 산호도 하라고 해야죠.


뮤지컬도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인가요?
김현숙
   몰라요, 자기들이 하면 하는 거지. 하하. 애초 기획은 뮤지컬도 시즌제로 만드는 거라고 하긴 했어요.
김산호  그런데 정말 시즌제 뮤지컬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영애씨>가 워낙 스토리가 다양하잖아요. 직장인들이 보기에도 정말 좋은 공연이고.
김현숙  드라마는 벌써 5년간 방영 중인 작품이니 그 이야기가 방대하잖아요. 이 긴 이야기를 어떻게 두 시간짜리 공연으로 만들지 제작진들이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최초의 오피스 뮤지컬로 가보자는 결론이 난 거예요. 우리가 하면 뭐든 최초래.(웃음) 그동안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거의 없었잖아요. 그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야근, 사내 연애, 이직 등 직장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재미있게 잘 녹여낸 거죠.

 

공연 보면서 제일 재미있었던 장면은 뭐예요?
김산호
  엔딩 신에서 누나가 드레스를 입고 나왔을 때? 하하. 자기가 해야 할 부분을 워낙 잘 캐치하니까 한순간도 지루한 부분 없이 쭉 이어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지원이라는 인물 빼고는 드라마하고 다 다른 캐릭터거든요. 드라마와 다르게 해석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었고, 이런 캐릭터를 드라마로 가져와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아이디어를 서로 공유해도 좋을 것 같아요.
김현숙  맞아, 드라마 국장님도 탐내시더라고. 며칠 전에 공연을 보러 오셔서 그런 부분은 우리도 써보자 그러시더라.
드라마와 다른 의외의 모습은 없었나요?
김산호  공연과 방송은 사용하는 에너지가 확실히 달라요. 누나도 드라마에서는 오버하지 않는 선에서 연기하지만 공연에서는 좀 더 과장되게 표현하는데 사실 그게 맞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무대 위에서가 더 사랑스러워 보이더라고요.
김현숙  무대는 관객들 반응이 바로바로 오니까 재미있죠. 그런데 와, 소극장은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어느 공연도 허투루 하진 않지만 소극장 공연은 정말 조금의 거짓말도 통하지 않는 곳이에요. 그래서 배우들끼리의 조화가 정말 중요한데 다행히 이번 배우들끼리는 서로 잘 맞고 다들 열심히 해서 결과가 좋았던 것 같아요.
김산호  아, 그리고 캐릭터만 놓고 보자면 드라마 속 영애가 좀 더 성숙해요.
김현숙  드라마는 초반에 영애의 캐릭터를 다 보여줬고,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잖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드라마의 팬뿐 아니라 일반 관객들도 오기 때문에 초반에 영애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줘야 해요. 그래서 오프닝에 ‘내 이름 이영애’라는 곡도 나오는 거고요. “여자의 로망은 44사이즈, 난 77사이즈. 남자의 로망은 산소 같은 여자 나는 황소 같은 여인~” 근데 좀 다른 이야기지만, 난 남자든 여자든 너무 마른 건 싫어요. 뭐랄까 좀 만질 게 있는 사람이 좋지. 안 그래? 전 각자의 개성이 있는 게 좋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남들이 뭐라든 자신 있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가. (웃음)

 

맞아요, 그래서 드라마 초반엔 영애의 캐릭터에 공감하지 못하셨다면서요.
김현숙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게 공감이 안 됐죠. 사람은 누구나 콤플렉스가 있지만 그걸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거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내 자신을 많이 사랑하면서 살아왔거든요. 처음엔 작가한테 난 진짜로 이영애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작가 언니가 “현숙, 현숙은 영애 같은 사람이 아니지만, 30대 초중반의 직장인들은 영애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도 많다. 그 마인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어”라고 주문을 하더라고요. 산호도 극 중 캐릭터하고 실제 모습이 좀 달라요. 진짜 착해. (백)주희 씨는 <그리스> 앙상블 하던 시절부터 산호를 봐왔는데, 세상에 그런 바보가 없었대요. 하도 착해서.
김산호  전 미스 캐스팅이었죠. 하하.
김현숙  여자 좋아하는 건 맞지.
김산호  작가 분들이 사전 조사를 좀 하셨나 봐요. 하하하. 농담이에요.
김현숙  이미 다 녹음 됐어. (일동 웃음) 우리 작가들은 캐스팅 미팅을 할 때 연기 같은 건 안 시키고 몇 시간이고 계속 대화를 나눠요. 그러면서 그 배우의 어투나 행동을 관찰하고, 배우의 특징을 잡아내죠. 아예 동떨어진 인물을 창조하진 않더라고요.


그럼 결국 여자라면 응당 예뻐야 한다는 외모지상주의 김산호 캐릭터가 산호 씨라는 얘기네요?(웃음)
김산호
  어, 뭐, 지금의 김산호 캐릭터가 저랑 좀 잘 맞는 것 같아요. 영애를 사랑하는 산호 캐릭터요. 하하.
김현숙  산호가 출연 초반에는 욕을 무진장 먹었거든요. 아무리 좋은 캐릭터들도 영애를 괴롭히면 바로 욕을 먹죠.
김산호  초등학생들한테 싸이월드 테러를 당했다니까요. 영애 괴롭히지 말라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김현숙  옥상에서 산호가 저를 밀치는 신이 있었는데, 감독이 컷 하자마자 제게 와서 괜찮으냐며 일으켜줬거든요. NG 장면 모음에 그 장면이 나갔나 봐요. 그걸 보고 “오, 실제로는 굉장히 따뜻한 분인가 봐요” 라며 호감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나한테 잘하면서 산호 팬들이 더욱 많아졌죠. 그러니까 나한테 잘하란 말이야!


앞으로 한 달간 더 공연해야 하는 현숙 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김산호
  요즘 촬영할 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하시거든요
김현숙  그건 최근에 회식 때문에 술을 좀 먹어서 그래.
김산호  술을 좀 자제했으면 좋겠고요, 하하. 공연과 촬영을 병행하는 게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 9로 끝나는 게 아니니까 체력관리를 잘해서 건강하게 만났으면 좋겠어요. 
김현숙  (정색하며) 다음 시즌을 같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김산호  어… 이번 시즌 내에 차이지만 않으면 돼요. 큰일만 안 벌인다면 다음 시즌에서도 절친으로 지낼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0호 2012년 1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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