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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OTLIGHT] 앙상블 배우 채태인과 김현지의 이야기 [No.195]

글 |박보라 사진 |심주호 2019-12-28 6,590

앙상블 배우 6인의 이야기
내가 무대를 사랑하는 이유


언제나 무대를 묵직하게 지켜주고 끌어가는 앙상블 배우. 그런데 그들 사이에서도 ‘리더’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앙상블 팀 전체를 이끄는 배우장, 안무와 관련된 모든 일을 통솔하는 댄스캡틴 그리고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선임배우까지. 올 한 해 앙상블 배우들 사이에서 소문난 리더들을 모아봤다. 

김현지 & 채태인




채태인 (오른쪽) - <엑스칼리버>, <레베카> 댄스캡틴
김현지 (왼쪽) - <아이다> 여성 댄스캡틴


뮤지컬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김현지_
<아이다>의 문병권 협력안무감독님을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부터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춤을 전공하고 강사로 일하면서 학생의 초대로 <노트르담 드 파리>를 봤다. 그 순간 ‘내가 서 있어야 할 곳은 저곳’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다>와 <노트르담 드 파리>는 내게 꿈의 작품이자 인생의 변환점이다. 
채태인_ 우연히 2007년 <대장금>의 오디션 소식을 들었는데, 전통 무용을 전공한 내게 딱 어울리는 작품이라 생각했다. 5차에 걸쳐서 진행된 오디션에서 덜컥 붙었고, 지금까지 왔다.

댄스캡틴은 어떻게 하게 됐나?
채태인_
댄스캡틴은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무감독이 댄스캡틴을 뽑을 때, 다른 배우보다 안무 습득 속도가 빠른 사람을 선택하는 편이다. 나보다 춤을 잘 추는 배우들은 훨씬 많다. 
김현지_ 이번 <아이다> 마지막 시즌에서 댄스캡틴으로 지명됐다. 최근 대극장 뮤지컬 작품에서는 댄스캡틴 대신에 배우장이 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을 시작할 때 꼭 <아이다>의 댄스캡틴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시즌에 꿈을 이룰 수 있어서 행복하다.

댄스캡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채태인_
해외 크리에이티브 팀이 참여하는 라이선스 작품의 경우 해외 팀이 돌아가면 댄스캡틴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국내 협력 안무가가 없는 상황이라면 안무와 관련된 스태프는 댄스캡틴 혼자다. 스윙 배우가 출연하거나 앙상블 배우가 변경, 교체된다면 연출부와 협의를 통해 배우들의 동선과 역할을 정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댄스캡틴의 가장 큰 책임은 안무가의 안무를 흐트러짐 없이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김현지_ 안무 실력이 월등한 배우가 있는 반면에 안무 습득이 느린 배우가 있다. 댄스캡틴은 후자의 배우들이 안무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앙상블 배우가 안무가나 크리에이티브 팀에 직접 물어보기 어려운 부분을 대신 확인하고 정리해 주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대부분의 뮤지컬에서 남성 배우가 댄스캡틴을 맡던데, 보기 드문 여성 댄스캡틴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채태인_
그래서 다른 누구보다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편이다. 댄스캡틴으로서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짧지만 임팩트 있게 핵심을 전해 준다. 나만의 철칙은 무대에 올라가는 순간부터는 아무리 까마득한 후배라도 상대 배우로 존중하고 배려한다. 그래서 연습 기간에는 굉장히 집요하고 예민하지만 그 외에는 선후배 가릴 것 없이 편하게 대한다. 
김현지_ 성별을 떠나 댄스캡틴이 다른 배우들보다 상위에 있는 위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댄스캡틴으로서 행복하거나 뿌듯했을 때는? 
김현지_
참여한 작품이 좋은 평을 받았을 때다. 특히 앙상블 배우들의 합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좋다. 또 매번 연출부에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들었던 배우가 칭찬을 받을 때도 정말 뿌듯하다. 
채태인_ 맞다. 자신이 맡은 것을 끝까지 해내려고 노력하는 걸 보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정말 열심히 노래하고 연기하는 후배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나 또한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초심을 찾는다. 

제작사에게 노력이 필요하다는 코멘트를 듣는 배우들에게 따로 어떤 훈련을 시키기도 하나.
김현지_
요즘엔 나머지 공부를 시킨다. (웃음) 앙상블 배우 중 한 명이라도 연출부에게 아쉽다는 코멘트를 받으면 댄스캡틴으로서 상당한 스트레스가 된다. 앙상블 배우들이 실력이 없거나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단지 습득 속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참여하고 있는 작품의 안무에서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은 뭔가.
채태인_
<레베카>는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다. 동선이 상당히 복잡해서 조금만 틀려도 군무가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사선, 직선, 곡선 거의 모든 종류의 배열이 존재한다. 개막을 앞두고 주·조연 배우의 동선과 앙상블 배우들의 동선을 정확하게 맞추고 있다. 
김현지_ <아이다>에서는 개개인의 앙상블 배우를 내세우는 장면이 많아 안무를 섬세하게 맞춰야 한다. 세 명의 여성 배우가 춤을 추는 ‘이스트 인디언’이나 ‘마이 스트롱기스트 슈트’의 패션쇼에서는 배우마다 각자 다른 의상을 입고 그에 맞는 춤을 보여줘야 한다. 배우들이 힘들어서 지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앙상블 배우로서의 고충은 무엇인가.
김현지_
유동적이지 못한 스케줄. 한 작품에 들어가면 다른 일정을 전혀 잡을 수 없다는 것이 힘들다. 또 하나는 적은 임금이다. 심지어 그마저도 주지 않고 도망가 버리는 제작사도 있다. 개선될 가능성이 없을까 매번 고민한다. 
채태인_ 맞다. 또 앙상블 배우들은 대부분 소속사가 없다 보니 제작사와 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연 관련 일정을 변경해야 할 때는 모든 담당자를 찾아가서 정확하게 이야기한다. 

출연작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
김현지_
<아이다>다. 내 꿈의 작품이기도 했고, 참여하면서 더욱 사랑하게 됐다. 나에겐 이 작품은 완벽하다. 그래서 출산 후에도 바로 복귀하고 싶었다. 
채태인_ 한 작품만 꼽기 힘들지만,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모두 참여한 <레베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연습실에서는 날 ‘레베카 장인’이라고 불러준다. (웃음) 음악, 배우, 이야기가 주는 힘이 굉장하다. 

무대를 포기하지 않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채태인_
무대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계속할 수 없었을 거다. 앙상블 배우로서 힘들지만 행복하다. 왜냐면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이 있다. 공연은 나 혼자 잘해서 되지도 않고, 나 혼자 못해도 괜찮지 않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가 잘 해냈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짜릿하다. 
김현지_ 무대를 향한 욕심과 열정으로 여기까지 왔다. 출산 후 한 달 만에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오디션을 봤는데,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춤을 춰야 하고 무대에서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를 느끼는 것이 행복하다. 나이를 더 먹어도 계속해서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5호 2019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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