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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다관람 혜택의 진화, 애정이 담긴 특별한 선물 [No.197]

글 |박보라 2020-02-10 4,768

다관람 혜택의 진화

애정이 담긴 특별한 선물

 

사랑하는 뮤지컬 작품을 만나면 한 번 봐도, 두 번 봐도, 자꾸만 보고 싶어진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작품과 관련된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싶어지는 것도 뮤지컬 마니아라면 다들 한 번씩 느껴 봤을 감정! 이런 뮤지컬 팬들의 마음을 헤아린 제작사들은 다관람 관객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여기 최근 뮤지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다관람 관객을 위한 증정품을 소개한다.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 작품을 여러 번 반복 관람하는 마니아층이 늘어나면서, 다수의 제작사들이 이들을 위한 혜택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사의찬미>로 이름을 바꾼 <글루미데이>는 지난 2014년 재관람 관객에게 OST 앨범을 증정해 화제가 됐다. 지금처럼 뮤지컬계에서 OST 발매가 활발하지 않던 당시 제작사가 직접 CD를 제작해 증정한다는 사실은 꽤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다관람 횟수에 따라 특별한 아이템이 증정되거나, 나아가 유료 관객을 위한 선물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때 제작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객들에게 단순히 할인권이나 초대권을 지급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 만한 선물을 하는 것이다. 다관람 관객을 위한 증정품이 단지 티켓 세일즈의 목적이 아니라 작품을 사랑해 주는 관객들에게 건네는 ‘선물’이라는 의미가 강조된다. 
 

최근 증정된 증정품 중 다수는 포토카드나 포토북의 형태다. 공연 사진이나 미공개 프로필 사진 등을 활용해 제작하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기념품 제작을 위해 새롭게 사진 촬영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프로필 촬영, 연습실, 리허설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관객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증정품 중 하나는 배우의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세상에 한 장밖에 없다는 희소성이 있다. 

다관람이나 유료 관객을 위한 증정품 제작의 첫걸음은 공연과 관련된 특별한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이다.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프로그램북이나 MD 상품과 컨셉이 겹치지 않도록 충분한 리서치와 내부 회의를 통해 아이템이 결정된다. 이후에 제작비와 예상 수량에 대해 검토를 거치고 나면 디자인 작업과 생산에 들어간다. 제작 과정에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에는 따로 관객에게 양해의 뜻을 전하기도 한다. 

 

정성을 담아 준비했어요

아르튀르 랭보와 폴 베를렌느의 이야기를 무대 위로 옮긴 <랭보>는 작품의 소재를 활용한 아이템으로 인기를 모았다. 작품은 랭보와 베를렌느의 시를 가사로 옮겼는데, 실제 시와 뮤지컬 넘버로 각색된 가사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관객에게 뮤지컬 넘버로 익숙한 시의 원문과 번역본을 동시에 엮어 시집으로 편집해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포엣트리북’을 기획하게 됐다. 9회 관람 선물로 증정된 포엣트리북은 실제 출판되는 시집처럼 제작했다. 두 시인이 활동하던 19세기 유럽의 고서를 모티프로 디자인 컨셉을 정했고, 두 시인이 발매한 시집을 형상화하려 했다고. 특히 국내 출판되는 시집 중 랭보와 베를렌느의 시를 함께 실은 시집이 없었기 때문에 제작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는 전언이다. 포엣트리북는 <랭보>의 재연 시작과 동시에 기획되었는데 기획부터 원문 수집, 번역 및 제작까지 6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두 시인의 시를 원문으로 수집한 후 시선집(詩選輯) 형태의 제작을 위해 전문 번역가를 섭외했다. 실제 출판되고 있는 시집과 거의 동일한 과정으로 제작됐는데, 원문 번역, 출판 판형, 표지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제작에 참여한 관계자는 “뮤지컬에 등장하는 가사와 원문 시를 비교해 작품을 새롭게 느꼈다는 반응을 접하고 보람을 느꼈다. 또 포엣트리북에 추가로 삽입된 미공개 캐릭터 사진 또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세종, 1446>은 ‘ㅇㅅㅅㅇ’ 티셔츠와 들꽃 가방으로 구성된 들꽃세트를 10회 관람객에게 증정했다.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에 맞게 들꽃세트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작품 속 대사와 아이템을 엮어 지은 이름이다. 티셔츠에는 세종대왕의 업적과 사건들이 기록된 프린팅이, 가방에는 들꽃 문양이 그려져 있다. 제작사 HJ컬쳐는 “보관용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실제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전문적인 브랜드와 컬래버 작업으로 퀄리티를 높였다. 티셔츠는 기성복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 사이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티셔츠를 제작하며 목 늘어남 방지를 위한 테스트 과정을 여러 번 걸치게 됐는데, 제작사 직원들이 직접 돌려 입거나 세탁하고 있는 힘껏 당겨보며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애썼다는 후문이다. 

현재 공연 중인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9회 관람 관객과 10회 관람 관객에게 각각 2020년 캘린더와 나비 픽처북을 증정하고 있다. 배우들의 미공개 캐릭터 사진 위주로 디자인된 캘린더는 작품 속 메시지처럼 365일 인연의 소중함과 일상의 행복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제작한 것이라고. 나비 픽처북은 작품을 사랑하는 관객에게 특별한 선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The Butterfly(나비)’는 극 중 토마스가 대학에 들어가기 전 집필했던 첫 소설로 공연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대표 뮤지컬 넘버다. 동화를 연상케 하는 나비, 강물, 바람이 나누는 노래 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 무엇보다 일러스트 작가 섭외에 공을 들였는데, 부드럽고 따뜻한 그림체를 가진 차상미 작가가 참여했다. 제작사와 일러스트 작가는 ‘The Butterfly’와 작품이 지닌 정서를 표현할 수 있도록 방향성에 관한 여러 논의를 거쳐 10개 챕터로 스토리텔링을 구성하고, 스케치와 채색을 진행했다. 또 픽처북에 메모 페이지나 컬러링 페이지를 추가해 완성도를 높였다. 

<팬레터>에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특별한 아이템이 등장했다. 피아노 스코어 LP & CD가 그 주인공으로, 작품 인기 요소 중 하나인 뮤지컬 넘버를 특별한 선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해당 LP 음반에는 <팬레터>에 등장한 뮤지컬 넘버를 피아노 연주곡으로 별도 편곡한 곡이 실려있다. 해당 피아노 연주곡을 CD로 제작하는 것보다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30년대에 유행한 유성기 음반(축음기)에서 모티프를 얻어 LP 음반 형식으로 제작하기로 했다고. LP 음반이 <팬레터>가 지닌 아날로그적 감성을 고스란히 옮길 수 있는 형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LP 디스크를 재생하면 편곡된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요즘 시대에는 LP 디스크를 쉽게 재생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별도로 제작된 CD를 함께 증정하고 있다. 해당 LP 음반은 쉽지 않은 제작 과정을 거쳤다. 제작사는 LP 음반 제작소를 찾기 위해 전문 업체를 물색하던 중 국내의 LP 음반 제작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제작 대행사를 찾았다. 제작 대행사에서 고품질의 LP 음반 제작을 위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독일 팔라스(Pallas) 그룹을 소개했고, 그곳에서 제작을 맡았다. 그래서 녹음을 제외한 모든 과정은 독일 현지에서 제작한 후 수입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팬레터>의 제작사 라이브 측은 “유료로 판매하는 제품은 아니지만 관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선물하고 싶었다. 실제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LP 음반과 동일한 제작 과정을 거치게 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제작사 담당자들이 뿌듯할 땐 선물을 받는 관객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일 때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증정품을 포장도 뜯지 못하고 소중하게 소장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기쁘고 뿌듯하다”고 밝혔다. 제작사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 만큼 많은 관객들이 작지만 특별한 선물로 인해 작품을 향한 애정을 더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6호 2020년 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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