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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SPECIAL] <마마, 돈 크라이>, 낯설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 [No.197]

글 |안세영 사진제공 |알앤디웍스 2020-02-28 3,741

10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스테디셀러 

 

2010년 1월 20일, 2010년 8월 14일, 2010년 10월 15일. 세 날짜는 각각 <모차르트!>와 <서편제>, <마마, 돈 크라이>가 대망의 막을 올렸던 초연 첫 공연날이다. 어떤 작품은 초연부터 재연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대단한 흥행을 거뒀고, 어떤 작품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각각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10주년의 역사를 만들어온 작품들의 그 역사를 돌아본다.  

 

<마마, 돈 크라이>, 낯설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마마, 돈 크라이>는 천재 과학자 프로페서V와 매혹적인 뱀파이어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다. 머리는 좋지만 사랑에는 영 소질이 없는 프로페서V는 해답을 얻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가 드라큘라 백작을 만난다.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백작이 부러웠던 프로페서V는 그와 같은 뱀파이어가 되기를 자처한다. 하지만 마성의 매력을 손에 넣은 대가로 보름달이 뜬 밤이면 흡혈의 욕구를 참을 수 없게 되고, 점차 파멸의 길을 걷는다. 

 

1인극에서 2인극으로

<마마, 돈 크라이>는 2008년 <사춘기>로 뮤지컬 마니아의 지지를 얻은 이희준 작가와 박정아 작곡가, 김운기 연출가가 다시 뭉쳐 2010년에 선보인 작품이다.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뱀파이어, 타임머신 등 독특한 소재와 개성 있는 캐릭터, 중독성 강한 록 뮤지컬 넘버가 입소문을 타면서 연장 공연을 이어갔다. 꽉 짜여진 서사를 내세운 작품은 아니었으나, 관객들은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에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고 이를 다른 관객과 공유하면서 더 큰 재미를 느꼈다. 
 

콘서트처럼 독백 위주의 노래로 이어지는 신선한 형식도 눈길을 끌었다. 무대에는 두 명의 배우가 등장했는데, 프로페서V가 자기 과거를 고백하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드라큘라 백작을 포함해 일대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멀티맨 역할을 했다. 프로페서V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서 모노드라마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20여 곡의 고난도 록 뮤지컬 넘버를 대부분 혼자 소화해야 하는 프로페서V 역에는 록커 허규가 캐스팅되어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그의 가냘픈 미성은 세상과 단절된 고독한 프로페서V의 캐릭터와 잘 어울렸다. 허규는 이후 <마마, 돈 크라이>의 모든 시즌에 참여해 작품을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2013년 두 번째 공연은 제작사 페이지1과 알앤디웍스가 공동 제작을 맡아 창작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면서 성사됐다. 이에 따라 극장 규모가 더 커졌는데, 당시 공연장이었던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은 무대가 반원형으로 돌출돼 있어 콘서트형 뮤지컬을 선보이기에 적합했고 관객 참여를 유도하기도 수월했다. ‘나를 사랑한’, ‘달콤한 꿈’ 등 새로운 뮤지컬 넘버도 추가해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로 선보였다. 
 

초연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드라큘라 백작의 비중을 키워 확실한 2인극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프로페서V와 드라큘라 백작으로 배역이 양분되자 한층 드라마틱한 연출이 가능해졌고,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긴장감도 즐길 수 있게 됐다. 두 캐릭터는 서로 다른 개성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프로페서V가 거의 퇴장 없이 무대를 지키며 철부지 어린 시절부터 천재 물리학자, 치명적인 뱀파이어로 다채로운 변신을 보여준다면, 드라큘라 백작은 신비롭고 매혹적인 손짓과 눈빛으로 분위기를 장악했다. 때마침 <쓰릴 미>에 이어 2010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2012년 <트레이스 유>(박정아 작곡가의 또 다른 작품) 같은 두 명의 남자 배우가 이끄는 뮤지컬이 연달아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던 시기였다. 재공연을 통해 <마마, 돈 크라이>의 마니아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욕망으로 이어진 두 뱀파이어

2015년 세 번째 공연은 오루피나가 연출을 맡아 또 한 번 대대적인 수정을 거친다. 재연에서 프로페서V와 드라큘라 백작의 비중이 대등해지긴 했지만, 이야기의 주도권은 여전히 프로페서V가 쥐고 있었다. 세 번째 공연은 드라큘라의 사연을 강화해 힘의 균형을 맞췄다. 프로페서V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드라큘라 백작과 피의 거래를 한다면, 드라큘라 백작 역시 이 거래를 통해 영생의 고통을 끝내고자 한다는 설정을 더한 것이다. 서로를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두 인물의 이야기는 100분의 공연 시간을 더욱 밀도 높은 긴장감으로 채웠다.
 

결말 또한 달라졌다. 초연과 재연에서 프로페서V는 자신이 첫사랑 메텔을 죽였다고 착각하고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러 과거로 간다. 드라큘라 백작은 그날 밤 비구름 때문에 보름달이 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프로페서V는 멀쩡히 살아 있는 메텔을 만나기 위해 다시 타임머신을 탄다. 그러나 실수로 너무 먼 미래에 도착하는 바람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절망한다. 세 번째 공연에서 프로페서V는 실제로 메텔을 죽이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메텔과의 인연을 끊음으로써 미래를 바꾼다. 이로써 비극적인 결말 속에서도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고 백작의 음모를 벗어난 프로페서V의 결단이 돋보이게 된다.
 

무대에도 변화가 생겼다. 세 번째 공연에 새로 합류한 오필영 무대디자이너는 시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나선형 무대를 선보였다.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이 나선을 그리며 무대 안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데, 이는 극 중 프로페서V가 서재를 신전처럼 여기는 점, 그리고 책이 타임머신처럼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의 기록을 전달하는 매개체라는 점에 착안한 디자인이다. 타임머신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무대는 여러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중소극장 무대 안에서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었다. 

 

중소극장 마니아 뮤지컬의 신화

<마마, 돈 크라이>는 매 시즌 압도적인 재관람율을 자랑했다. 2015년 공연은 4회 이상 관람자 550여 명, 재관람율 79%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2016년 공연 역시 재관람율이 60%를 돌파했고, 국내 창작뮤지컬 역사상 최초로 공연 실황 DVD가 발매됐다. 2018년 공연은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상회하며 단일 시즌으로만 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그 저력을 입증했다. 국내 최대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가 2018년 1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의 예매 정보를 집계해 발표한 자료에서 <마마, 돈 크라이>는 재관람율이 가장 높은 중소극장 뮤지컬 1위를 차지했다.
 

이전까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의 제작 대행을 맡았던 알앤디웍스는 <마마, 돈 크라이>의 성공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창작뮤지컬 제작에 나섰다. 이후 <셜록 홈즈>, <더 데빌>, <호프>, <그림자를 판 사나이> 등의 작품을 차례로 선보이며 제작사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이희준 작가와 박정아 작곡가 역시 이 작품으로 뮤지컬 마니아에게 신뢰를 얻었고, 최근까지도 <최후진술>, <신흥무관학교>, <해적>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뮤지컬계에서 바쁘게 활약하고 있다. 
 

1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여섯 번째 공연은 대학로를 벗어나 더 큰 공연장과 새로운 무대로 돌아온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용의자 X의 헌신>, <시데레우스>의 이은경 무대디자이너가 합류하고, 기존 출연진과 뉴 캐스트가 조화를 이룬 역대 최다 출연진이 참여해 작품의 인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97호 2020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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