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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PILOGUE] <로빈> 지구에서의 하루 [No.201]

글 |임찬민 배 우 illustrator | 이야기 2020-06-29 3,789

<로빈> 지구에서의 하루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10년 만에 처음 보는 비.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놀라워 거실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글을 썼다. 아빠도 내 곁에서 한참 동안 비를 바라봤다. 아빠는 예전보다 웃음이 많아졌다. 비가 와서 나무들이 행복하겠다며 미소 짓는 아빠의 눈가에 살포시 주름이 졌다. 레온은 비가 내리는 원리에 대해 쉬지 않고 설명했고, 그런 레온의 두 볼을 아빠가 살짝 잡아 늘였다. 우리 셋이 이렇게 오랜 시간 거실에 머무른 건 오랜만이다. 조금 낯설었지만 이내 익숙해졌다. 저녁을 먹고 나서 레온이 방 수리가 끝났다는 소식을 전해 줬다. 손님방에 있던 침대를 내 방에 옮겨 놓았다고 아빠가 말했다. 새 침대는 그 전 것에 비해 너무 커 보였지만 막상 누으니 아주 깊은 잠에 빠졌다. 눈을 떴을 땐 아침 햇살이 환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옛 침대가 그리워서일까? 그 순간 똑똑, 내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 “루나, 우리 밤톨이. 아침 먹을 시간이야.”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어제의 비는 어제의 하늘에 그대로 내리고 있겠지. 그러니 나는 지금 여기서 아빠와 레온과 함께 오늘의 하늘을 마음껏 즐겨야지.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매일매일을 그렇게. 

 

 

<로빈>은 방사능에 오염된 지구를 떠나 10년 동안 우주 벙커에서 살아온 과학자 로빈과 딸 루나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루나 역 임찬민 배우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가상 에필로그입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1호 2020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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