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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서편제> 차지연 진심으로 완성하는 무대 [No.215]

글 |배경희 사진 |김현성 Stylist |김성주 Hair |최고, 이도희 Make-up |최다솜, 박민재 2022-10-13 1,216

<서편제> 차지연
진심으로 완성하는 무대

 

한 작품으로 신인상과 주연상을 모두 거머쥔 배우. 2010년 초연된 <서편제>가 지금껏 쌓아온 역사를 모두 함께한 배우 차지연의 이야기다. 12년의 여정, 다섯 번의 공연. 역경과 시련 속에서 예술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소리꾼 송화에게 차지연의 모습이 엿보이는 이유는 단지 그가 이 공연의 모든 시간을 함께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서편제>의 모든 여정을 함께했다는 사실이 참 뿌듯해요.”

 

<서편제>는 이번 다섯 번째 시즌이 마지막 무대가 될 거라고 예고하고 있어요. 출연 배우로서 언젠가는 헤어짐의 순간이 올 거라 생각했겠지만, 막상 작품이 작별을 고한다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할 것 같아요.
생각보다, 슬펐어요. 생각보다 많이. 워낙 오랜 시간 함께한 작품이니까 헤어질 때가 오면 시원섭섭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애틋하고, 아쉽고, 슬펐어요. 이 말을 꺼내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말에 돌아가신 조왕연 대표님 생각이 많이 났거든요. <서편제>라는 뮤지컬을 기획하고 제작을 결심해 주신 대표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이 작품이 세상에 나와서 이렇게 오랫동안 관객들을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초연 이듬해 가슴 아프게 세상을 떠나셔서 대표님께는 죄송한 마음이 큰데, 대표님과 귀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만큼은 참 감사해요. 그래서 이번 마지막 공연은 그 어느 때보다 송화로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초연 첫 공연 날 스무 명 남짓한 관객 앞에서 공연했던 일화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잘 알려진 이야기이죠. 초연 때의 아픈 기억 때문에 <서편제>가 더 애틋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첫 공연 날 무대에 딱 나갔는데, 객석이 너무 비어서 자리에 앉아계신 관객분들이 한눈에 들어왔어요. 물론 잠시 당황했죠. 그런데 금세 정신을 차리고 나니까 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관객분들이 고맙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뮤지컬배우가 판소리하는 공연을 보러 오신 거잖아요? 그게 정말 감사해서 사력을 다해 공연했어요.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뭐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필사적인 마음으로요. 그날 공연을 보러 오셨던 관객분들은 그 공연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실까요? 저는 제가 나오는 공연 영상을 부끄러워서 못 보겠는데, <서편제> 첫 공연은 영상으로 남지 않은 게 아쉬워요. 무대 위의 제 모습은 엄청 서툴고 투박했을 테지만, 죽기 전에 다시 보기를 하고 싶은 제 인생의 한 장면이에요.

 

먹먹한 이야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지만, 오디션을 노래방에서 봤던 걸로 알고 있어요. 오디션 공고가 떴을 때만 하더라도 출연할 거란 생각을 못했다죠?
맞아요, 공개 오디션 공지가 떴을 때 소리꾼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든다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저한테 국악은 아픈 상처로 남은 분야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았고요. 판소리 명인이셨던 외할아버지를 따라 십 대 내내 북을 쳤는데,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국악인의 길을 포기해야 했거든요. 갈 수 없는 길이라면 빨리 체념하는 편이 낫다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예민한 청소년기를 북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보낸 터라 아픔이 쉽게 가시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국악인 집안에서 자랐다는 걸 알게 된 제작사에서 오디션 콜을 한 거예요. 판소리를 할 수 있는 배우를 찾고 있는데 부담 없이 오디션을 한번 보지 않겠냐고요. 급하게 추가 오디션이 진행된 거라 오디션 장소가 대학로에 있는 노래방이 됐죠. 제작사 대표님, 이지나 연출님, 김문정 음악감독님, 그리고 국악감독 겸 ‘송화’였던 (이)자람 언니가 심사를 봤고요.

 

오디션 과정은 순조로웠나요?
처음에는 오디션 지정곡을 불렀어요. <서편제>의 곡을 쓰신 윤일상 작곡가님의 '애인 있어요'가 지정곡이었죠. 그 노래를 다 부르고 나니까 자람 언니가 특유의 선한 목소리로 “반가워요, 저를 따라 해보겠어요?” 그러더라고요. ‘여기서, 이렇게 갑자기 창을?’ 속으론 당황했어도 언니의 소리를 열심히 한 소절씩 따라했어요. 제 기억으론 그날 그 자리에서 캐스팅됐을 거예요. 자람 언니가 저보고 잘할 것 같다 그랬거든요. 뮤지컬에서 애증의 북을 다시 만나게 되다니, 연습실에서 북을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이 아직도 또렷해요. 북에 손을 얹고 “너 참 얄궂다,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네?” 혼자 막 그랬죠. 초연을 준비했던 2010년의 여름은 하루하루가 저한테 진하게 남아있어요.

 

 

그 후로 네 시즌을 함께했으니 <서편제>에 얽힌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요. 그래도 그 많은 추억 가운데 <서편제>를 떠올리면 조금 더 오래 곱씹게 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여러 개의 장면이 머릿속에 막 스쳐 지나갈 때 생각을 딱 멈추게 하는 그런 추억이요.
저는 '서편제' 하면 우리 아버지, (서)범석 선배님 생각이 많이 나요. 선배님도 저처럼 초연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서편제>에 출연하셨는데, 이 작품이 지금까지 공연될 수 있었던 데는 선배님의 공도 크거든요. 초연 때 창작진처럼 많은 아이디어를 내면서 무척 애쓰셨고, 무대에서는 매회 사력을 다해 공연하셨어요. 근데 초연만 그런 게 아니라 선배님은 어느 한 시즌도 연습이나 공연을 대충 하신 적이 없어요. 매 시즌 다시 뵐 때마다 여전히 작품에 대해 고민하면서 이번에는 이렇게 답을 찾아보고 싶다고 하시는데, 작품에 진심을 다하는 선배님과 함께 공연할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에요. 이번 시즌이 <서편제>의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우리 아버지께서 유봉 역으로 꼭 상을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서편제>의 모든 역사를 함께한 또 다른 배우인 소리꾼 이자람 씨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네요. 한 분야의 경지에 이른 예술가와의 만남은 지연 씨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나요?
이번 상견례 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자람 언니를 보자마자 눈물이 확 쏟아졌어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근데 언니가 울고 싶으면 맘껏 울어도 된대요. “이 공연, 나는 네가 보고 싶어서 한다, 너도 그렇지?” 그러시면서. 그날 언니를 안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사실 <서편제>를 준비하면서 힘들 때도 많았지만, 언니가 제 옆에 있어줬던 덕분에 버틸 수 있었거든요. 자람 언니는 ‘어떻게 이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지?’ 묻게 만드는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소리재주, 말재주, 글재주, 모든 재주를 두루 갖췄는데, 사람에게 마음 쓰는 태도도 일품이거든요. 따뜻하고, 부드럽고, 사랑 넘치고. 그런데 그러면서도 마음이 항상 단단하단 말이죠. ‘후’ 하고 불면 날아가거나, ‘툭’ 쉽게 부러지는 사람이 아니에요. 자람 언니는 깊은 산속에서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떠온 맑은 샘물 같달까, 일부러 미워하려고 해도 미워할 수 있는 점이 한 군데도 없어요.

 

처음 공연 소식을 접했을 때는 판소리와 뮤지컬의 만남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완성된 공연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무대 미장센이라고 할까요, 그것이 정말 좋았어요. 보통 우리 전통문화를 생각하면 색색깔의 알록달록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데,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하면서 전위적인 무대 스타일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았거든요. 무대에 하얀 지전이 흩날릴 때,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온통 흰색으로 표현된 무대가 이 작품이 지닌 담백하고 말간 정서에 어울렸고, 세트와 조명, 의상 같은 무대 요소들도 서로 잘 어우러진 것 같아요. 유행의 변화가 빠른 시대에 십 년 전 디자인이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참 대단한 일이죠.

 

작품과의 첫 만남이 좋았다고 해도 모든 여정을 함께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초연에 참여한 배우가 전 시즌에 출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인데, <서편제>의 어떤 점이 매번 지연 씨를 끌어당겼던 걸까요?
일단, 제작사에서 감사하게도 매 시즌 저를 찾아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에요. 어떤 공연이든 최선을 다하면 누군가는 그걸 알아줄 거란 기대가 있는데, 다음 시즌에 다시 출연 제안을 받으면 제 진심이 통한 것 같아서 기뻐요. 저 역시 그 믿음에 화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생각해 보면, 스물아홉에 <서편제>를 처음 만났는데 어느덧 제가 마흔하나가 됐단 말이죠. 작품이 빛 바라지 않고 제 색깔을 잘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님에도 그 값진 여정을 함께했다는 사실이 참 뿌듯해요. 그리고 보통 배우라면 이 작품, 저 작품, 새로운 걸 하고 싶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저는 그런 욕심이 별로 없어요. 작품은 운명 같거든요. 어떤 작품이 어떤 시기에 저를 찾아오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서편제>는 매번 제가 함께할 수 있는 타이밍에 저를 찾아와 줬어요. 그게 저하고 이 작품의 인연인 거겠죠.

 


“송화는 저를 숨 쉴 수 있게 해준 역할이에요.”

 

유튜브에서 ‘뮤지컬 서편제’를 검색하면, 첫 화면에 지연 씨가 2011년 더뮤지컬 어워즈에서 부른 ‘심청가’ 영상이 나와요. 혹시 본 적 있으세요? 공연이 아닌 시상식에서 엔딩곡을 부르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단번에 몰입할 수 있는지요.
저는 제가 나오는 영상을 잘 안 봐요. 어쩌다 보게 되면, 늘 아쉬운 점이 먼저 보여서요. “이 부분을 왜 이렇게 했지! 왜!” 이렇게. (웃음) 게다가 ‘심청가’는 워낙에 유명한 판소리로 꼽히니까 공연 때마다 느끼는 부담이 크거든요. 소리를 전공하신 분들께 행여나 제 무대가 흉내내는 것처럼 보일까 봐요. 스스로 연기 천재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때 무슨 생각으로 ‘심청가’를 불렀냐고 물어보시면 뭐라고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는 사실 연기할 때 되게 단순해요. 송화의 옷을 입으면, “나는 송화야” 하고 주문을 걸면서 “송화가 지금 있어야 하는 곳은 어디지?” 이렇게 물어요. 내가 지금 어떤 인물로 어떤 상황에 있는 건지 그 생각에만 집중하려고 하죠.

 

물론 소리꾼의 판소리에 비하면 테크닉적인 면에서 부족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영상을 본 사람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는 지연 씨의 소리에 테크닉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거예요. 혼신의 힘을 다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실감하게 한달까요.
영혼을 갈아 넣는 무대, 그게 저의 가장 큰 힘이자 무기예요. 저는 무대에 설 때 진심을 담아 제 모든 걸 쏟아내요. 주위 사람들은 내일이 없을 것처럼 공연해도 되냐고 걱정하지만, 매회 필사적으로 공연했기 때문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예요. 특히 <서편제>는 한 회도 허투루, 적당히, 요령껏 공연한 적이 없어요. 관객분들께 저의 그 절실한 마음이 가닿았던 것 같고요. 사실 예전에는 이런 칭찬을 들으면 “아휴, 아니에요” 하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제는 제 노력을 제가 좀 알아봐 주려고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제 자신을 스스로 인정해 주고 싶어요. 그래서 말인데, 저 진짜 열심히 공연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답니다! (웃음)

 

2년 전 연극 <아마데우스>로 인터뷰했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요. 이제는 스스로 잘하는 점을 잘했다고 인정해 주려고 한다고, 이런 생각의 변화가 지연 씨의 인생에는 큰 사건이라고요.
저는 관객을 배신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성실한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말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연습에 늦지 않는다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요. 공연은 여럿이 함께 만드는 거라 협동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물론 사람이 매사에 완벽할 수 없고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생길 수 있지만, 적어도 기본 자세를 갖추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내 생각이 틀렸나?’ 싶은 상황을 겪게 되면서, 혼신을 다해 공연하는 게 의미 없이 느껴졌어요. 살다 보면, 나 혼자 애쓰는 것 같고, 그런 자기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당시의 제가 그랬어요. 여기서 내가 이렇게 무너지나 싶었는데, 그 시간을 버텼더니 다시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세상에 쓸모없는 노력은 없다고, 나는 잘 살아왔던 거라고요. <레드북>의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속 가사처럼 “나는 나로서 충분해, 괜찮아”라는 마음이 들었죠.

 

<서편제> 뮤지컬 넘버 가운데 또 높은 영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곡은 ‘살다 보면’이에요. ‘살다 보면’은 어떤 면에서 작품보다 더 유명해졌는데, 지연 씨에게 이 곡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이 노래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제가 부른 노래가 누군가의 삶에 힘이 됐다는 사실은 저에게 다시 살아갈 힘을 주죠. 참 귀한 곡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들을 때 ‘살다 보면 살아지겠지, 근데 살다 보면 정말 살아지나? 살다 보면… 이게 살아지는 겁니까 으아아아! 아니, 살다 보면 살아질 거야’ 이런 마음의 변화를 겪어요. 하하. 각자 살아온 인생의 길이에 따라 ‘살아진다’는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은데, 이번 공연에서는 제가 이 곡을 어떻게 부르게 될지 궁금해요.

 

살아온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표현하는 인물에도 자연스러운 변화가 생기겠죠?
이십 대에 <서편제>의 송화를 처음 만났을 때는 뮤지컬이라는 세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무대 경험들이 쌓였죠. 결혼과 출산, 육아라는 제 삶의 커다란 변화도 연기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줄 거고요. 스물아홉에 표현했던 송화와 마흔하나에 표현하게 될 송화는 어떻게 다를지 스스로도 정말 궁금해요. 물론 한편으론 걱정도 되죠.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이니까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다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잖아요. 제 욕심이 앞서 송화가 중심을 잃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요. 무대에서 나와 다른 길을 선택한 동생 동호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 소리를 위해 자식의 눈을 멀게 하는 아버지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 그리고 송화가 눈이 멀었을 때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 그게 너무 궁금해서 빨리 공연하고 싶어요.

 

역경 속에서도 자기가 선택한 길을 향해 나아간다는 점, 그리고 마침내 예술을 통해 삶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배우로서 ‘송화’라는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보다 좀 더 개인적인 면에서 이 캐릭터를 아끼는 이유가 있을까요?
결혼 전 제 삶은 늘 소용돌이 속에 있었어요. 항상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불안했고, 제게 ‘안정감’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살았죠. 그러니 이십 대 끝자락에서 느끼는 감정의 파고가 얼마나 컸겠어요. 그런데 그 시기에 송화라는 인물을 만나서, 마음속에 마구 엉켜있던 새까만 감정들을 토해낼 수 있었어요. 제 안에 오래 쌓여있었던 고통과 원망, 슬픔 같은 감정들이요. 송화에 기대어 세상 사람들에게 나 좀 봐달라고 마음껏 소리치고 원 없이 울었는데, 무대에 감정을 쏟아냄으로써 마음이 정화되더라고요. 그러니까 관객분들이 보내주시는 사랑을 제 마음에 채워 넣을 수 있었어요. 송화는 저를 숨 쉴 수 있게 해준 역할이에요.

 

마지막 공연 날, 무대에서 많이 울게 되겠죠?
어우, 저는 사람들 앞에서 이제 그만 울어야 해요. 제발 그만! 하지만 역시 안 울 순 없을 테니까, 이번엔 덜 울어보자는 마음이에요. (웃음) 근데 마지막 공연 날, 진짜 기분이 어떨까요? 저는 사실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해요. 언제 어디서 하는 공연이냐에 상관없이 매 공연이 소중하고, 그날 극장을 찾아준 관객분들이 제게는 최고의 관객이거든요. 하지만 이번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은 느낌이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서편제>라는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이번 시즌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 맺게 될지 그 무대를 빨리 만나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5호 2022년 8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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