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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LUMN] <미드나잇 : 앤틀러스> 허위 사실을 고발하면 죄가 될까 [No.222]

글 |고봉주(변호사) 사진 |모먼트메이커, 랑 2023-04-05 625

<미드나잇 : 앤틀러스> 
허위 사실을 고발하면 죄가 될까

 

 

고소와 고발의 구별


1937년 스탈린 치하 소련, 매일 밤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 사라지는 가운데 한 부부에게 불길한 손님이 찾아오면서 <미드나잇 : 앤틀러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손님 ‘비지터’는 남편 ‘맨’과 아내 ‘우먼’의 비밀을 알고 있는데, 그건 바로 그들 자신이 살기 위해 친구와 이웃을 반역자로 고발했다는 사실이다. 극 중 시대 배경을 고려하면 부부가 허위 사실로 남을 고발하고도 별일 없이 넘어가는 게 가능했을지 모르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런 행동은 범죄가 될 수 있다.
먼저 용어를 정리하고 넘어가자.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고소’와 ‘고발’이라는 용어를 구별 없이 사용하는데, 둘은 엄연히 다른 의미를 지닌 법률 용어다. 고소는 범죄의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해 달라고 수사 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고발은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가 범죄 사실을 신고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신고의 주체가 다르다. 따라서 뮤지컬에서 맨과 우먼이 친구와 이웃을 반역자로 NKVD에 신고한 것은 고소가 아닌 고발에 해당한다. 다만 피해자가 아니라도 피해자의 법정대리인이라면 고소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가 대신 고소를 할 수 있다. 


고소·고발은 서면 또는 구술로써 검사 또는 경찰관에게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소·고발장이라는 표제의 서면을 경찰서 민원실에 제출하면 된다. 이때 아무 경찰서나 찾아가면 되는 것이 아니라 피고소인·피고발인의 주소지, 거소지, 현재지 또는 범죄가 발생한 범죄지를 관할하는 경찰서를 찾아가야 한다. 보통 범죄 피해자는 가해자(피고소인·피고발인)가 어디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범죄지 관할 경찰서에 고소·고발장을 제출한다. 만약 관할이 아닌 경찰서에 고소·고발을 하면 해당 경찰서에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관할 경찰서로 사건을 이첩하는데, 이첩에는 최소 한 달에서 길게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고소·고발 후 취소도 가능하다. 그러나 고소를 취소한 뒤에는 다시 고소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이와 달리 고발은 취소 후 재고발도 가능하다. 고소·고발 사건은 접수 후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여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는 위반하여도 그 행위나 절차의 효력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훈시규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고소·고발 후 3개월이 지나도 사건이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고죄의 성립 요건


다시 뮤지컬로 돌아와 보자. 맨과 우먼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 친구와 이웃이 반역, 즉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허위 사실을 NKVD에 신고한다. NKVD는 소련의 정보 기관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과 비슷한 기관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 처분 또는 징계 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 사실을 신고하면 형법에 따라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신고’에는 고소와 고발이 모두 포함된다. 


무고죄 성립 여부는 신고 사실의 허위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여기서 ‘허위’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것을 의미하며 주관적 판단과는 무관하다. 예를 들어 본인이 A라고 기억하고 있음에도 기억과 달리 B라고 거짓말로 신고를 했는데, 실제 진실은 B가 맞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위증죄’에는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위증죄는 증인이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하면 성립하는 범죄다. 만약 위와 같은 상황에서 증인이 기억에 반하여 B라고 진술한다면, 비록 B가 객관적 진실에 부합한다 해도 허위 진술이 되어 위증죄가 성립한다. 


무고죄 성립 여부를 따질 때 쟁점은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어느 정도 위배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판례에 따르면 신고 내용의 일부가 객관적 진실에 반해도, 그것이 단지 신고 사실의 정황을 과장하는 데 불과하거나 허위 사실의 존부가 범죄 사실의 성립 여부에 직접 영향을 줄 정도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맨과 우먼은 무고죄로 처벌이 가능할까? 뮤지컬에서 맨과 우먼은 아예 없는 사실을 지어내 무고한 사람들을 내란죄로 고발했고, 자신들의 고발로 인해 그들이 사형을 당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따라서 맨과 우먼은 무고죄를 저질렀다고 판단되며, 법정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고소·고발 대상의 제한


뮤지컬은 우먼이 남편 맨마저 고발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끝난다. 현실에서도 이처럼 배우자를 고소·고발할 수 있을까? 우선 고소·고발의 대상에 제한이 있는 것은 맞다. 형사소송법은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은 고소·고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계존속이란 조상으로부터 곧바로 이어 내려와 본인에 이르기까지의 혈족으로, 부모, 조부모 등을 뜻한다. 이러한 규정을 마련한 이유는 형사상 공권력이 가정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신 직계존속에게 가정 폭력을 당한 경우에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에 의해 신고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단, 직계존속이 가정 폭력 외의 다른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고소·고발할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법상 배우자를 고소·고발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으며, 가정 폭력 범죄에 한해서만 신고가 가능하다는 조건도 없다. 따라서 현실에서도 아내가 남편을 내란죄로 고발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2호 2023년 3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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