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기획-3] 가늠하기 어려운 2010년 뮤지컬 시장 [No.87]

글 | 박병성 2010-12-15 6,470

12월이다. 다양한 지면을 통해 2010년을 정리하는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매해 뮤지컬 작품 수와 창작뮤지컬과 라이선스 뮤지컬의 비율, 극장 규모에 따라 한 해 뮤지컬 시장을 정리하는 기사를 써왔다. 올해도 그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참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작품 수로 뮤지컬 시장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부정확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는 시장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 작년에 비해 작품 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그해 뮤지컬 시장이 성장했다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작품 규모나 공연 일수, 티켓 가격, 무엇보다도 객석 점유율이 나와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객석 점유율은 제작사가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동안 언론에서는 인터파크나 티켓링크가 1월에 발표하는 결산 자료에 의존해 뮤지컬 시장을 가늠해왔다. 이 자료들 역시 각 티켓 매니지먼트사에서 판매된 티켓 수와 금액을 발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 공연 시장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판매처가 공연계에서 차지하는 판매 비율을 추정해야 한다. 국가 기관에서 발표하는 뮤지컬 실태 조사는 그런 식으로 시장 규모를 산출한 것이다. 그러나 2009년 시장이 악화되자 티켓 매니지먼트사에서 그동안 해왔던 공연계 결산을 약식으로 발표하고 가장 중요한, 자사의 티켓 총판매 규모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티켓 매니지먼트사에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시장 규모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결국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식이 작품 수로 파악해보는 것이다. 좀 더 디테일하게 하기 위해 공연 일수를 추가로 살펴보지만, 이 또한 객석 수가 포함되지 않으면 오차 범위는 넓어질 수밖에 없다. 공연 일수와 객석 수까지 포함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결과값을 얻는다 해도 개별 작품의 객석 점유율에 따라 그 값은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 공연 시장 규모와의 오차 범위가 점점 넓어진다. 작품 수를 분석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정확한 시장의 규모가 아닌 그해 뮤지컬 시장의 경향 정도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그런 경향마저 읽히지 않는다. 2008년도만 하더라도 전년도에 비해 초연 공연보다 재공연 비율이 높았고, 창작뮤지컬 비율의 하락과 라이선스 뮤지컬 비율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이는 시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자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이러한 해석에 근거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2008년도 뮤지컬 시장은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2009년에는 2008년에 비해 작품 수가 증가했다. 그러나 시장은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작품 수가 증가했지만 객석 점유율이 낮았고 작품 규모가 작은 것들이 많았다는 의미이다. 전체 작품 수는 2008년도가 적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라이선스나 해외 작품만 보면 오히려 2008년(58편, 라이선스 48편, 해외 10편)이 2009년 (53편, 라이선스 46편, 해외 7편)보다 많다. 2009년도는 뮤지컬 작품 수가 많았지만 상당 부분이 시장 규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소극장 뮤지컬이 많았고 그만큼 객석 점유율이 떨어졌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올해다. 2009년과 2010년의 작품 수와 비율이 거의 동일하다. 한두 편의 차이는 오차 범위를 생각하면 무의미하다. 수치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올해는 작년과 비슷한 정도의 시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09년에는 경기 악화와 신종플루의 영향,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 등으로 부정적인 사회 환경이 조성되어 공연 시장이 경색됐다. 올해 역시 천안함 사태와 지자체 선거, 월드컵의 영향으로 상반기 공연계는 최악의 시기를 맞았다. 이러한 사회적인 악재로 인해 시장 규모도 비슷해질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공연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더욱 비관적이다. 올해는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상, 수치보다 공연 관계자들의 감이 더 정확했다. 2010년 역시 마이너스 성장임을 가정하고 수치를 해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극장 규모’라는 분석 잣대를 더 넣으면 이는 어느 정도 증명된다.

대극장 공연 편수로만 봤을 때 2010년은 36편, 2009년은 37편으로 비슷하지만, 차이는 중극장에서 드러난다. 2010년은 창작, 라이선스 모두 2009년에 비해 적게 올라갔다. 전체로는 8편의 차이가 난다. 2009년과 2010년이 작품 수와 창작, 라이선스의 비율은 비슷하지만 극장 규모를 놓고 보면 시장은 2010년이 2009년보다 마이너스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수치들이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2000년대 들어 뮤지컬계는 높은 성장을 해오면서 ‘무비컬’, ‘주크박스 뮤지컬’, ‘공개 오디션’, ‘해외 진출’, ‘스타 캐스팅’ 등등 매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이후로는 뮤지컬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올해 가장 큰 이슈라면 공적 자금으로 만들어진 관제 뮤지컬의 성행이었을 것이다. 특정한 목적에 따라 제작되는 관제 뮤지컬의 증가가 상업성에 의지하는 뮤지컬 시장에 줄 수 있는 자극은 미약하다.
작품 수는 구체적인 뮤지컬 시장의 변화를 증명하지 못한다. 위의 수치들은 오히려 질문을 던진다. 뮤지컬 시장 상황은 회복되지 않는데 왜 작품 수는 줄어들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뮤지컬 관계자들은 지금의 상황은 경기 침체와 주변 상황이 밀접하게 관련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뮤지컬 시장의 과열로 인한 침체라고 본다. 국내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작품이 제작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침체 상황을 지나면서 난립한 제작사들이 정리가 되면 좀 더 건전한 시장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정적으로 판단하기에 성급한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는 그러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일반적으로 체감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뮤지컬을 큰 수익이 가능한 사업으로 보고 새롭게 뛰어드는 제작사들이 많다. 게다가 그동안 제작사, 공연장의 인프라가 증가하면서 꾸준히 제작 활동이 유지되어왔다. 시장 상황은 열악하지만 구르는 바퀴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논리로 무너지지 않기 위해 작품 제작을 해야만 했다. 이러한 악순환이 맞물리면서 시장에 비해 많은 작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그것은 결국 한 작품의 객석 점유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나타난다. 한정된 한국 시장을 흥부 가족들처럼 나누어 가져야 한다. 올해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이나, 대형 신작 <빌리 엘리어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흥행 성적을 기록한 것은 국내 뮤지컬계의 피로도를 말해준다. 국내 뮤지컬 시장이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3년째 지속되는 뮤지컬 시장의 침체가 언제 그칠지 알 수 없다. 악화된 시장에 뛰어드는 공급이 여전히 많다. 수요, 공급의 시장 법칙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0년 뮤지컬 시장은 안개 속 형국이다.

 

* 이 기사에 나오는 수치는 서울 지역(성남아트센터, 고양아트센터 포함)에서 올라간 뮤지컬 작품 수를 총합한 것이다.
그동안 전년도에서 이월되는 작품들을 포함하지 않았는데 문예연감이나 기타 결산 수치에 이를 포함하므로 이번 연도에는 이월 작품들을 포함시켰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87호 2010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