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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상 같은 이상 이야기, <꾿빠이, 이상> “나는 누구인가” (프레스콜)

글 | 안시은 기자 2017-09-23 3,340
객석과 경계가 사라진 무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음악, 무대 곳곳에 배치된 아기자기한 소품. 서울예술단 신작 <꾿빠이, 이상>은 익히 봐온 익숙한 형식을 배제하며 낯섦과 불안감을 극대화시킨다.

어떤 의도를 담아내고 싶었던 걸까. 지난 21일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배우 및 창작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작에서 무대까지
<꾿빠이, 이상>은 2001년 소설가 김연수가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이상이 문학이 아닌 삶으로만 소비되고, 소문과 선입견이 담긴 아쉬움이 컸던 김연수 작가는 이상 문학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본 그는 “원작 의도를 잘 표현해서 처음에 충격받았다”고 감상평을 풀어냈다. 이어 “읽고 들을 기회가 적었던 이상의 작품을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소리로 듣고 리듬을 알려주어 예술로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며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소설을 대본으로 각색한 것은 오세혁 작가다. 중점을 둔 부분은 ‘데드 마스크’다. ‘진짜 얼굴이 중요한가, 각자 얼굴이 중요하지 않은가’란 구절에 감명 받은 때문이다. 오 작가는 익숙한 공연 형식에 맞추면 이상스럽게 만드는 것에 제한을 받을 것 같아 창작진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상이 세상에 돌아와 자기 얼굴을 보려고 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를 생각하며 이상 입장에서 독백을 써내려갔다. 음악, 조명, 무대 등 각기 장점이 발현되는 부분을 극대화했다.
 
배우들도 노래, 무용 등 각기 가진 강점을 살려 무대에서 각기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서울예술단에서 “예술단 단원이 가진 역량이 동등하게 빛났으면 좋겠다”는 부탁도 영향을 미쳤다. 오세혁 작가는 이상을 다룬 작품이었기에 더욱 그 뜻에 공감했다며 “땀이 빛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낯섦과 동행하다
<꾿빠이, 이상>을 만든 창작진들이 정답을 찾아 헤맨 끝에 내린 결론은 그 장면을 보여주기 가장 적절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었다. <꾿빠이, 이상>은 ‘익숙함’이라는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 노래가 아닌 내레이션이 더 시를 적절하게 들려줄 수 있다면 그 방법을 택했다. 오루피나 연출은 “그런 과정을 거쳐 만든 거라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이를 ‘낯설게 만들기’라 표현했다. 노래가 있어야 하고, 대사가 있어야 한다는 걸 빼고 싶었다는 것. 심지어 “5분 안에 관객이 다 무서워서 나가고 싶게 만들자”라고 연출에게 말했을 정도였다고. 불안정한 감정을 고조시켜 초반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편견을 극대화하고 무방비화될 수도 있을 거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극이 진행되고 구체화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였던 이상과 금홍이 춤추던 장면은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상의 모든 시를 노래로 만들 자신은 없었다. 멜로디로 불러야 노래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다. 시 자체가 소네트처럼 음악일 수 있도록 뒷받침할 수 있는 정도로 작곡했다”며 매 공연 연주도 다르고 다른 넘버도 있을 거라고 설명했다.
 


오루피나 연출은 “대본이 너무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이상이 지닌 애매함과 모호함을 표현하기 위해 주인공이 중심이던 최초 대본에서, 배우들이 각자 기량을 살릴 수 있게 하는 동시에 13명이 각자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도록 수정했다. 이들이 또 다른 이상이었을지 모른다는 의미를 담아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한 곳에 모이게 하는 장면을 구현했다.
 
관객 참여 공연을 위해 찾은 방법은 마스크다. 관객이 극장 입장 때부터 마스크를 쓰게 하여 이상이 찾고자 하는 얼굴 중 하나가 관객이 되도록 한 것. 오루피나 연출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색다른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동시에 의도한 대로 느끼려고 하기 보다는 각자 보이고 공감하는 부분에서 이상의 얼굴을 찾고 느끼고 즐겨줄 것을 부탁했다.
 
<꾿빠이, 이상>은 블랙박스 씨어터인 공연장을 최대한 활용한다. 춤을 바탕으로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많은 이미지들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예효승 안무가는 “서울예술단과 제작진, 단원들의 합이 새삼 잘 맞았다”고 자평했다. 20년 전 객원 무용수로 서울예술단과 인연을 맺은 그는 이상이 시를 쓰거나 글을 만들 때 몸짓을 상상하면서 안무를 만들어나갔다고 설명했다. 무대로 인한 제약 때문에 동선에 대해 배제하고, 운율 같은 움직임에 대한 리듬감으로 방향을 좁혀갔고, 앙상블의 움직임에 개성과 성향을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이어지면서 안무가 완성되었다고 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다
<꾿빠이, 이상>에서 이상 역은 최정수, 김호영, 김용한이 각기 이상의 육체(身), 감각(感), 지성(知)을 맡아 연기 중이다. 

이상 시인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최정수는 공연을 하면서 원작과 대본을 읽고, 이상에 대한 편견과 기사들, 자료들을 훑으면서 “내 스스로가 누군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나를 찾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부분”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이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기 다른 것처럼 나를 보는 시각도 많이 다르겠다고 느꼈다며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김호영은 난해할 것 같다는 말을 던진 지인들에게 “<꾿빠이, 이상>을 공연본다고 생각하지 말고 3D 혹은 4D 전시회를 본다고 생각하라”라고 조언했다며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공개했다. 이상도 모두가 이해하길 강요하는 마음으로 시를 쓰진 않았을 것이라며, ‘내 얼굴은 과연 어떤 얼굴인가’란 생각을 한 명이라도 한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이상과 같은 마음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거울 같은 공연이 되길 바란다며, 시즌2를 기원하는 말까지 잊지 않았다.
 
김용한은 <꾿빠이, 이상>을 통해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작품에서 끊임없이 던지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처럼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긴장되지만 즐겁게 임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종실 예술감독은 <꾿빠이, 이상>을 “민간영역에서 시도하기 힘든 예술적 실험을 통해 예술의 공공성을 높이고자 기획한 작품”이라 소개했다. 서울예술단 측은 “좋아하지 않는 관객도 있겠지만 이것이 단체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실패하더라도 시간이 흘러 좋아하는 관객들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편, 회차당 1백 명만 관람이 가능하여 12회차가 전석 매진된 <꾿빠이, 이상>은 2회 공연을 추가한다. 해당 회차는 9월 25, 27일 오후 5시 공연이며, 9월 25일 인터파크에서 티켓을 오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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