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멘터리] <서편제> 편 with 차지연, 강필석 (1)

스테이션아이디제작|카피카피룸룸 |글/영상|안시은 기자
20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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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터리| 공연 실황과 배우들을 통해 듣는 비하인드 스토리

더뮤픽 코멘터리 세번째 작품은 <서편제>입니다. 윤일상 작곡가, 조광화 작가, 이지나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이 힘을 모은 작품입니다. 2010년 초연 이후 대극장 뮤지컬로 크기를 키웠고, 2012년, 2014년 공연을 거쳐 네 번째 공연이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진행 중입니다. 

한민족 특유의 한과 소리를 담아내며 좋은 장면으로 완성하기까지 알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네 번의 공연을 선보이는 동안 <서편제>도 미세하게 변화해왔는데요. 초연부터 <서편제>를 지켜온 '차송화'라 불리는 차지연과 이번 공연에서 처음 동호 역으로 합류한 강필석 두 배우가 <서편제>와 인물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서편제> 코멘터리는 1편과 2편으로 이어 전합니다. 



 
누이 #아역 #정화 혹은 슬픔

강필석 이 장면에서 아이의 목소리를 들으면 뭔가 되게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차지연 전 이 장면부터 슬퍼요. 송화와 동호의 관계를, 결말을 알아서 그런가봐요. 

강필석 어떻게 보면 꼬마애(어린 송화)가 다 큰 어른(어른 동호)을 위로해주는 느낌이잖아요. 
차지연 <서편제>를 많이 보셨던 분들이 이 장면에서 많이 우시더라고요. 



살다보면 #대표곡 #어린송화와 어른송화 #기지개 #저것의 의미

강필석 <서편제>의 대표곡이죠?
차지연 많은 분들이 ‘살다보면’을 부르셨더라고요. 
강필석 그래서 저도 ‘살다보면’을 불러보려고요. 
차지연 남자 분들에게도 잘 어울리는 곡인 것 같아요. 가사가 좋거든요. 

강필석 어린 송화와 연기하는 부분에서 미묘한 감정이 들기도 해요. 슬프면서도 좋고.
차지연 동호 입장에선 그렇군요. 
강필석 위로가 돼요. 
차지연 어렸을 때 항상 송화와 놀던 모습이니까요.  

강필석 (어른 송화가 등장해서) 어린 송화와 어른 송화의 소리가 같이 나올 때 짜릿해요. 
차지연 어린 시절 저한테 해주는 노래니까요. 

차지연 (동호가 송화 뒤에서 기지개를 펴는 동작을 하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항상 궁금했거든요.
강필석 강아지에서 착안한 동작입니다. 좋으면 기지개를 펴더라고요. 많이 피곤하지만 누나를 만나서 기분 좋다는 뜻이에요. 

강필석 (노래 마치고 대사하는) ‘저것’이 무엇이죠? 
차지연 사실 그것은 7년 째 미스터리로 남아있는데.
강필석 만날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저것을 봐라. 저것이 무엇인가. 
차지연 저도 참 알고 싶어요. 

 
 
유랑의 기억1 #배경영상 #개다리춤 #꾸중으로 완성된 연기

차지연 지전에 비친 영상이 되게 멋있어요. 
강필석 지나가는 길, 나무, 숲이 보이죠. 

차지연 (이 장면은) 어린 동호 연기가 일품이에요.
강필석 기가 막히죠. 
차지연 어린 동호가 추는 개다리춤은 개인적으로 어른 동호도 춰야한다고 생각해요. 
강필석 ‘살다보면’ 때 출까요? 동호가 정말 신나면 개다리춤을 추는 걸로 해볼게요. 

강필석 이 장면 연습할 때 생각나세요? 
차지연 좋은 장면을 만들려다 보니 아이들이 힘들어했죠. 
강필석 선생님한테 하도 꾸중을 들어서 저절로 표현된 장면이죠. ‘그만 좀 해 선생님!’하는 느낌으로요. 
 



소리공부 #마을사람들 #똥물의_실체 #7년산 박

차지연 초연부터 삼연까지는 뒤에 같이 북을 배우는 연습생들이 없었어요. 이번에는 마을 사람이 생겼죠. 
강필석 지난 공연까지는 송화, 동호, 유봉 셋이서만 했군요. 세 명이 에너지를 다 채웠나요?
차지연 힘들었죠. 그래서 이번에 보강된 것 같아요. 더 풍성하고 재밌게 하려고. 이 장면은 <서편제>에서 유일하게 밝아요. 작품에서 밝은 장면이 많이 없잖아요. 
강필석 소리를 배우는 장면이죠. 

차지연 (유봉이 소리 공부 중 동호에게 불러보라고 시키는 장면에서 동호가 중간에 부르는 멜로디는) 실타래예요. 
강필석 관객들을 위한 배려죠. 동호가 이 팝송을 듣는다는. 이 장면만 보면 동호는 소리를 싫어해야 하는데 송화가 아름답게 소리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동호가 소리를 싫어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차지연 동호는 확실히 노래를 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차지연 초연 때부터 진짜 궁금했는데 동호는 (소리를 위해 송화가 마시라고 들고 나오는) 똥물을 어디서 구한 걸까요. 
강필석 유봉 선생님께서 항상 2박 3일, 일주일 정도 (묵힌 게 아닐까요).
차지연 (사실) 맹물이죠. 
강필석 그렇죠. 무대 뒤에서 갖고 오죠. 실제로 드시나요? 
차지연 살짝 목을 축이는 정도로 마셔요. 초연부터 함께해온 박인데 7년 돼서 나프탈렌 맛이 나요. 



스프링보이즈 쑈단(연주곡)-프라우드 메리(Proud Mary) #서구문물 #동호의 호기심

강필석 <서편제>에서 처음으로 서구 문물, 서양 음악이 나오는 장면이죠. 
차지연 이 장면은 이번 공연에서 가장 명확해진 것 같아요. ‘스프링 보이즈’라는 팀도 명확해졌고요. 완성도가 높아진 부분이라 느껴져서 <서편제>가 더 짱짱해진 것 같아요. 

차지연 <서편제>는 송화 혹은 송화와 아버지 아니면 송화, 동호, 아버지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너무 세 인물의 이야기에 몰입하면 진이 빠지잖아요. 관객 분들이 숨쉴 수 있는 구멍과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스프링 보이즈’가 연기로 친밀하게 볼 수 있도록 해줘요. 

강필석 (오디션을 보기 위해 동호가) 바보 같이 따라가거든요. 굉장한 호기심으로 새로운 단원 오디션에 도전해서 나를 한 번 테스트해보자 해요.
차지연 동호는 깨어있는 사람이었네요. 나를 테스트하고자까지 하고. 
강필석 (오디션에 도전하는 것에는) 아빠한테 구박을 너무 받은 이유도 있고요. 유일한 안식처가 송화뿐이잖아요. 




철없는 혈기 #반항 #옛날 아버지의 사랑법

강필석 “철없이 그렇게 빨리 유명해지고 싶니”라고 아버지가 꾸중해요. 사실 동호는 그런 게 아니거든요.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우리도 조금씩 변해야 한다는 건데 아버지가 꾸중하시니까 더 화가 나요.
차지연 아버지 입장에서는 이미 겪어보셔서 동호가 걱정되니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우리도 실제 부모님한테 많이 대들잖아요.
강필석 부모님이 예전에 하셨던 말이 이해되기 시작하는 나이가 됐죠. 
차지연 저는 아이를 낳아보니 (부모님 말이) 백번 이해돼요. “엄마, 아빠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어” 같은 말은 정말 큰일날 소리예요. 
강필석 그러셨어요. 
차지연 한때 어리석은 젊은 날 그런 반항을 했죠. 
강필석 아버지(유봉)한테 동호가 감히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냐고, 본인이나 챙기라는 말을 하거든요.
차지연 굉장히 가슴 아픈 말이죠.
강필석 처음 연습할 때는 가사가 세게 느껴졌어요. 패륜아처럼 느껴질까봐.
차지연 그렇지 않아요. 동호의 순수한 감정이 느껴지거든요. 

차지연 동호가 소리 안 한다고 소리치면서 아버지한테 대들 때 마음이 너무 아파요. 송화는 뒤에서 다 지켜보고 듣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랑가’를 하기 전에 엄두가 안 나요. 동호를 어떻게 달래줘야 하나 싶어서. 
강필석 그런데 굉장히 잘 달래주세요. 
차지연 유봉과 동호가 가볍게 대립한 게 아니잖아요. 상처되는 말까지 아빠가 하고 나간 상황이라 힘들어요. 
 
강필석 옛날 아버지들은 속마음과 다른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꾸짖어야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안 좋은 건데. 최근 강아지를 입양했는데 엄청 칭찬해주고 있어요. 꾸중하면 오히려 반항아가 된대요. 아직 어리잖아요. 
차지연 사람이나 짐승이나 아이들은 일단 사랑으로 (키워야 하죠). 
강필석 사랑으로 돌봐야 하는데 사랑의 일종이지만 옛날에는 많이 (방식이 달랐던 것 같아요). 
차지연 시대가 많이 바뀌었으니까요.

강필석 저희 할아버지도 무뚝뚝하셨어요. 절대 안아주지 않으셨어요. 그래놓고 시장다녀오시면 항상 사탕을 사오세요. 
차지연 저는 (그런 분위기가) 잘 이해돼요. 네다섯살 때 기억나는 게 남자와 여자가 집에서 겸상하지 않았고 저는 항상 바닥에서 무릎꿇고 밥을 먹었어요.
강필석 저는 시골가면 그랬어요. 어렸을 때 신기했던 게 할머니는 조그만 상에서 밥을 드시는데 저는 큰 상에서 먹었거든요. 그런데 평상시 집에서도 그랬어요?
차지연 저는 국악 집안이니까. 항상 민소매도 안 되고, 머리 염색도 할 수 없었어요. 

 


세상의 왕 #이루지 못한 꿈 #아빠의 인생 #소리의 끌림

차지연 이 장면은 참 멋져요. 유봉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잠시나마 이룬 듯 하거든요. 사람들을, 세상의 기운을 다스리면서 부르는 장면이 아닌가 해요. 
강필석 유봉도 굉장한 실력자였잖아요. 소리에 대한 사랑이 굉장하고요. 
차지연 이 장면만큼은 유봉이 모든 걸 다 놓고 흠뻑 빠져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장면 같아요. 
강필석 유봉도 내내 짠해요. 
차지연 너무 안타까운 아빠의 인생이죠. 안타까운 세 사람(송화, 동호, 유봉)이 안타까운 이야기를 만들어가죠. 

차지연 우리의 소리가 가진 강력한 끌림을 말로 정확하게 표현할 단어가 없는 것 같아요. 소리는 그런 강력한 매력이 있어요. 
강필석 공연 연습하면서도 느꼈는데 ‘뭐가 이렇게 눈물이 나지?’ 하면서도 말로 설명할 수가 없더라고요. 우리 춤사위도 그런 것 같아요. 이건 (감정을) 풀어내지 않고 머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동호한테도 ‘다 뱉어선 안돼. 안에 머금고 있어’라고 하잖아요. 그게 더 슬퍼요. 




다른 소리길 #이별 #몰랐던 마음

차지연 송화와 동호가 이별하는 장면이에요. 
강필석 동호는 아버지와 소리에 대한 거부감으로 떠나려고 하고요. 
차지연 아버지와의 대립도 있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녀야 하는 끝없는 유랑 생활에도 지쳤을 테고요. 하고 싶은 음악에 세상으로 한 걸음만 더 가면 닿을 수 있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묶여있다가 결국 참아온 게 터진 것 같아요. 
강필석 송화는 왜 남는다고 하는 거죠?
차지연 단순히 ‘아버지 때문이다’ 혹은 ‘소리 때문이다’ 라고 정의하기는 어려워요. 송화에게는 말하기 힘든 많은 이유가 있거든요. 
강필석 저도 이 장면에서는 송화가 떠나지 않는 게 이해는 돼요. 하지만 나중에 송화가 눈이 멀고 나면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요. 송화가 “나는 괜찮아. 가.” 라고 했을 때 동호는 송화마저도 유봉처럼 되어버린 느낌을 받거든요. ‘도대체 소리가 뭐기에 너도 이렇게 됐니’ 라면서. 
차지연 그럴 수 있겠네요. 

강필석 지연 씨하고 공연하면 이 장면에서 그렇게 눈물을 많이 흘려요. 정말 보내고 싶지 않은 거잖아요.
차지연 그렇죠. 하지만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동호가 이 정도로 힘들어했는지 송화는 그동안 몰랐어요. 카세트도 듣고 했지만 송화와 곧잘 소리하고 놀았으니까 같이 지내는 게 행복하고 좋은 줄만 알았거든요. 가족 간에도 가장 잘안다고 생각하지만 모를 때가 많잖아요. 송화도 동호가 그 정도로 간절히 원했는지 상상해본 적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충격이고 당황하고 혼란스러워요. 하지만 동호를 붙잡기에는 이기적인 느낌인 거죠. 이제 그만 이기적이어야 겠다고 내가 나빴다고 생각하고 빨리 동호를 보내줘야겠다고 이를 꽉 깨물어요. 
강필석 동호 입장에서도 떠나긴 쉽지 않아요. 떠나고 싶지만 송화가 너무 소중하거든요. 계속 눈에 밟히고. 행복한 가정이 아닌데 제가 떠나면 혼자 남는 송화가 받을 상처가 눈에 보이니까요. 
차지연 그런 각자 인물에 대한 마음이나 애틋함이 있는 상태로 헤어졌는데 2막 때 눈멀고 재회하면 가슴이 찢어지죠. 


 


[1막]
1. 길을 가자
2. 거대한 햇덩이 rubato
3. 혼자 있는 자유
4. 거대한 햇덩이1
5. 누이
6. 살다보면 
7. 유랑의 기억1
8. 소리공부
9. 스프링보이즈 쑈단(연주곡)
10. Proud Mary

11. In Your Eyes
12. 철없는 혈기
13. 흔적
14. 세상의 왕
15. 소리도둑 유봉
16. 한이 쌓일 시간1
17. 다른 소리길
18. 소리 수련(연주곡)
19. 한이 쌓일 시간2
20. 원망
21. 시간이 가면 


*2편은 다음주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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