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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작업실] 권지휘 음향디자이너…④음향디자이너로 가는 길

글 | 안시은 | 그래픽 | 안시은 2015-10-30 5,793
권지휘 음향 디자이너의 작업실부터 음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음향디자이너의 일을 소개하기 위해서 음향을 둘러싼 많은 업무들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마지막 편에서는 음향 업무와 역할은 어떻게 구분되어 있고 일을 하기 위해선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살펴봅니다. 
 

음향업무
공연 프로그램북에는 배우뿐 아니라 많은 스태프들의 이름이 실립니다. 그중 음향 파트도 다양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해외에는 음향도 장인처럼 한 분야만 오래 다루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국내는 RF엔지니어, 플레이백, 시스템 엔지니어, 믹싱 오퍼레이터, 음향 디자이너의 순으로 일을 거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향 일을 하게 되는 경우 먼저 접하게 되는 분야부터 소개해볼까 합니다. 

    

RF엔지니어의 RF는 ‘RADIO FREQUENCY’의 축약어인데요. 무선 주파수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무선 주파수를 주로 쓰는 것은 무엇일까요? 배우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마이크입니다. 그래서 주로 배우들의 마이크를 관리합니다. 뿐만 아니라 주파수를 관리하는 만큼 공간에 최적화된 주파수를 찾아내는 임무도 맡고 있습니다. 

통신, 방송에서 주파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대역은 한정되어 있는 만큼 법으로 사용이 규제되어 있습니다. 공연도 마찬가지인데요. 혼선이 일어나면 송신기와 수신기의 주파수 신호로 소리를 전달하는 마이크가 제대로 기능할 수 없게 되니까요. 무대에는 몇명부터 수십명까지 한번에 배우들의 마이크가 사용되기에 간섭받지 않는 주파수 확보는 필연적입니다.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공연을 처음 선보이는 프레스콜과 같은 행사에서도 무선 마이크의 사용을 금하곤 합니다. 많은 매체에서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게 되면 결과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예상가능하겠지요? 

비슷한 일례로 대학로를 들 수 있습니다. 대학로는 공연의 메카답게 어느 지역보다 많은 공연장이 밀집해있습니다. 그런데다 불법으로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도 있다 보니 주파수 간섭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그래서 공연 전 주파수에 아무 문제가 없다가도 공연 시작 시간 즈음만 되면 상황이 급변하기도 합니다. 음향은 아니지만 전기도 비슷한데요. 대학로 일대 공연 시작 시간인 8시 즈음만 되면 전압이 갑자기 떨어진다고 합니다. 수많은 공연장에서 동시에 많은 전기와 주파수를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상황이 쉽게 눈에 그려지실 겁니다. 전압 공급이 때문에 불안해지면 민감한 기기들은 알게 모르게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플레이백은 큐(Cue, 신호)가 많을 때 필요한 업무입니다. 믹싱 오퍼레이터가 페이딩과 믹싱을 하면서 큐까지 책임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큐가 많을 때는 동시에 디테일까지 세밀하게 맞추기 힘듭니다. 플레이백은 뮤지컬에서 큐를 주시하다가 넣어주는 일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큐”를 책임지는 거죠. 페이더와 레벨, 믹싱을 실질적으로 하는 것은 오퍼레이터의 업무니까요. 

시스템 엔지니어는 말 그대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일을 합니다. 일을 하기 위해선 음향 디자이너가 공연장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후에 메인 스피커, 센터 스피커, 서라운드 스피커 등의 위치를 배치할 때 공연장이 물리적으로 갖추고 있는 하드웨어 시스템과 구조를 파악해서 최적화된 셋업을 제안합니다. 

믹싱 오퍼레이터 음향 디자이너는 지난 편에서 설명을 드렸기 때문에 간략히만 언급하고 지나가려 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 편(관련 기사 보기)을 참고해주세요. 믹싱 오퍼레이터는 음향 디자이너가 만든 음향 디자인을 현장에서 모든 것을 책임지고 구현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음향 디자이너는 공연의 음향의 질감을 살려 최적화된 음향을 공간에 맞게 표현하고 효과들을 만들어냅니다. 

공연 개막 전까지의 업무가 주된 스태프가 음향 디자이너와 시스템 엔지니어이고, 공연 개막 후 매일 현장을 지키는 러닝 스태프는 믹싱 오퍼레이터와 플레이백, RF 엔지니어입니다. 
 

진로
한국에서 음향 디자이너가 되는 길은 대학에서 전공을 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음향의 경우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대학이 생긴지도 20년 가까이 되었을 정도로 커리큘럼이 잘 갖춰진 편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음향 지식을 갖추고 현업에서 일하게 되면 일을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고 합니다. 스튜디오나 방송, 콘서트 등 주요 업무를 맡고 있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뮤지컬로 가면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음향 분야가 많지만 그중 뮤지컬 음향은 아직 심도 깊게 가르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뮤지컬 음향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해서 일해보기 전에 학교에 가서 전공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권지휘 음향디자이너는 조심스럽게 말합니다. 그 또한 음향이 아닌 영문학을 전공했다고 하네요(관련 기사 보기). 중요한 건 현장 경험이란 거죠. 

음향디자이너로가기까지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어떤 생각을 갖고 일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하느냐에서 차이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전공 공부없이 현장부터 경험해도 노력 여하에 따라 빠르게 간격을 메울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현장에서는 경력을 쌓으면서 RF엔지니어로 시작해서 플레이백도 경험해본 뒤 셋업과 철수를 해보면서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거죠. 그러면서 시스템 엔지니어를 경험하고 믹싱 오퍼레이터 등을 거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시스템이 갖춰져온 역사가 길지 않기 때문에 현업에서 일을 해온 방식이 이렇게 자리잡은 것이죠. 

경험을 쌓으면서 오퍼레이터까지 하게 되었더라도 음향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조금 다른 경우라고 합니다. 오퍼레이터는 현장에서 직접 공연의 음향을 구현하는 최종 단계이기 때문에 손끝에서 만들어내는 성취감이 무척 큽니다. 반면 음향디자이너는 그런 성취감을 직접적으로 겪지는 못하지만 전체적인 공연 흐름에 직접 구상한 음향의 뉘앙스를 녹여낸다는 만족감이 생기고요. 

그렇다면 현장 경험없이 음향디자이너가 되기도 할까요?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고요. 짧게라도 오퍼레이터 경험을 해보고 음향디자이너를 하게 되는 거죠. 다만 외국에선 음향디자이너가 직접 음향을 공부한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를 뽑을 때 채용되면 바로 디자이너의 영역부터 출발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오퍼레이터와 음향디자이너 간 역할이 정확히 구분되어 있고요. 
 

외국
이렇듯 외국에서 음향을 대하는 방식은 한국과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각 파트에 전문 인력들이 존재합니다. 국내에선 젊은 인력들이 많이 담당하는 RF엔지니어도 30년 넘는 연륜을 자랑하는 50대 RF엔지니어도 많다고 합니다. 통신 관련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로 현장 공간의 무선 주파수를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프로페셔널들입니다. 전문인력들인 만큼 어시스턴트도 존재하고요. 업무가 정확히 나눠져있기 때문에 믹싱 오퍼레이터는 필요한 채널 구성 등을 사전에 작업한 파일을 넘기고 시스템 엔지니어가 하드웨어 세팅을 현장에서 마치면 그때 와서 정확히 믹싱 업무만 합니다. 

국내에선 RF 엔지니어, 시스템 엔지니어, 믹싱 오퍼레이터 등과 같이 나눠서 업무를 기재한다면 해외에는 A1, A2, A3와 같은 방식으로 표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A는 ‘오디오(Audio)’의 앞글자를 딴 말인데요. 호칭이 달라지면 업무에 대한 생각도 달라집니다. 각 업무가 이름이 되면 그 일만 생각하게 되지만 1, 2, 3 등과 같은 방식으로 쓰게 되면 전체를 보게 됩니다. A3 역할을 맡고 있더라도 A2 담당자에게 일이 생기면 A2를 커버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A2의 업무도 자연스럽게 언젠가 벌어질 일을 대비해 관심을 갖고 파악하게 되고요. 그럼으로써 공연의 안정성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권지휘 음향디자이너는 이런 미국 사례를 보고 업계 종사자 및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국내 프로그램북에도 A1, A2, A3와 같은 형태로 반영해보려 노력도 하고요. 다만 아직 국내에 생소할 수 있는 호칭이라 A1은 믹싱 오퍼레이터, A2는 시스템 엔지니어, A3는 RF 엔지니어 등으로 병기했다고 합니다. 의미를 담아본 것에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거죠. 
 

도움되는 것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음향은 특히 어느 정도 전문 지식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다양한 장비들을 알아야 최적화된 음향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휴대전화가 나오듯 음향 장비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새롭게 개발되는 기술과 장비에 대한 정보 업데이트도 중요합니다. 

음향학 이론 공부도 필요합니다. 장비를 선택할 때 기준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스피커를 선택하려면 출력과 크기를 알아야 할 것이고, 마이크를 고르려면 입력 감도가 얼마인지 알아야 하니까요. 각각의 특성과 한계점을 알아야 가능한 것들이죠. 이론을 알고 있으면 써보지 않았더라도 장비의 스펙으로 우선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같은 스펙이라도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출력의 스피커지만 음색이 다르기도 합니다. 그럴 땐 다른 음색의 컬러를 보정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 프로세서 등으로 보정하고 의도한 방향의 톤을 만들기 위해 보정 작업을 거친다고 합니다. 
 

고충
대다수의 공연 스태프의 상황이 열악한 것이 사실입니다. 음향도 그렇고요. 현장엔 이 일을 하기 위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전문 인력들이 많지만 벌이는 그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공연 기간에만 임금이 지급되는 것도 힘든 부분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의 고충은 백업해줄 인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큰 공연은 여건이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공연에서 믹싱 오퍼레이터는 아플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게 될 수도 있는데 오퍼레이터가 한명인 경우 대신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갔더라도 공연 시간 전에 돌아오는 일도 많다고 하네요. 

그래서 외국엔 큰 작품의 경우 시스템 엔지니어가 러닝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시스템 엔지니어가 공연 내내 참여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이들이 데퓨티(Deputy) 오퍼레이터, 즉 백업 오퍼레이터 역할도 겸합니다. 배우로 치면 커버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경우 시스템 엔지니어가 믹싱 오퍼레이터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데퓨티 오퍼레이터를 두는 것은 인건비 상승을 의미합니다. 금전적인 부담이 생기긴 하지만 최근 라이선스 대극장 작품 경우 시스템 엔지니어가 이렇게 현장 스태프 역할을 맡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작업실|권지휘 음향디자이너…①작업실 편 보기
작업실|권지휘 음향디자이너…②우리가 몰랐던 음향 이야기
작업실|권지휘 음향디자이너…③키워드로 보는 음향

 

열악한 환경에서도 공연을 향한 애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스태프들이 있기에 공연도 발전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작업실 첫 편으로 연재했던 권지휘 음향 디자이너와의 만남, 그리고 음향 이야기 재미있게 보셨나요? 뮤지컬과 관련된 궁금증은 '더뮤PICK'으로 문의해주세요. 그럼 또다른 뮤지컬 작업실의 세계로 돌아오겠습니다. 



#'더뮤: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https://www.themusical.co.kr/Pick/Detail?enc_num=p%2BAsjHP2I3iqpiC4stcrig%3D%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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