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젊음과 반항, 그리고 자유가 꿈틀대던 60년대는 패션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젊고 혁명적인 변화를 겪은 시기였다. 미니스커트가 전 세계로 전파되기 시작했고, 비틀즈의 영향으로 모즈룩(mods look)이 유행했으며, 지저분해 보이지만 왠지 멋스러운 히피 스타일과 우주시대의 환상적인 패턴, 기하학적 무늬 등이 반항적인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패션모델 트위기가 짧은 커트 머리로 세상을 놀라게 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여성들은 볼륨있게 부풀린 머리를 헤어스프레이로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스타일을 고수했었다. 오는 11월 16일 국내 초연 무대를 갖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트위기 컷’이 유행하기 이전의 젊은이들이 향유했던 패션 문화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여기에 당시 미국 사회에서 만연해있던 흑백 간의 인종차별 문제를 함께 담아 젊음과 열정으로 극복해내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에서 뮤지컬로, 또 다시 영화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시작은 88년 존 워터스 감독의 영화에서 출발한다. 1960년대 초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뚱뚱한 몸매에 부풀린 머리를 한 십대 소녀 트레이시 턴 블레이드가 꿈을 이루는 과정을 담고 있다. 기존의 뮤지컬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 결코 완벽하지 않은 여주인공이 모든 장벽을 뛰어넘어 꿈을 이룬다는 스토리는 2002년 마크 샤이먼(작곡/작사)과 스콧 위트만(작사)에 의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9.11 이후 침체되어 있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장에 핑크빛 웃음과 희망을 선사하며 성공적인 흥행을 거두었고, 이듬해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연출상, 음악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그리고 지난 7월 존 트라볼타와 미셸 파이퍼가 출연한 뮤지컬 영화가 화제 속에서 개봉해 관심을 모았다.
굉장히 미국적인,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난 20년 동안 영화와 뮤지컬로 옷을 바꿔 입으며 끊임없는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헤어스프레이>는 미국적 색채가 짙은 인종차별 문제를 드라마의 한 축으로 다루고 있어 국내 무대에서의 흥행 여부를 확신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김재성 연출은 “굳이 흑백간이 아니더라도 인종차별은 현시대에도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피부색뿐만 아니라 빈부, 외모 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의 생명력이 바로 거기서 나온다”고 했다. 그리고 “좌충우돌 벌어지는 인물들의 갈등과 화해, 사랑, 질투 속에 웃음 코드가 숨어있어 공연을 본 관객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오리지널 대본과 음악만을 라이선스한 이번 공연에는 무대, 의상, 소품 등 상당 부문이 국내 스태프들의 고민과 재해석으로 새롭게 디자인.제작된다. 60년대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한 5백여 벌의 화려한 의상과 과장되게 부풀린 모양의 헤어스타일이 돋보이는 50여 개의 가발이 공연을 보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극 중에서 트위스트, 스윙, 자이브 등과 어우러지는 경쾌한 뮤지컬 넘버들은 13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감상할 수 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과의 즐거운 만남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에서는 흔히 만나기 쉽지 않은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주인공 트레이시는 통통하다 못해 뚱뚱한 십대 소녀. 하지만 누구에게나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즐거움과 행복을 전하는 그녀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고 날렵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아이 러브 유>와 연극 <8인의 여인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방진의와 NYU 출신의 성악도 왕브리타가 사랑스러운 트레이시를 연기하게 된다. 마른 체구의 방진의는 라텍스를 활용한 특수 분장과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가슴 사이즈가 54인치에 트리플 E컵일 정도로 거구인 트레이시의 엄마 에드나 역시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다. 주로 남자 배우가 여장을 해서 연기하는데, 굳이 여자인 척 하지 않고 남성 배우가 가지고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를 선보여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관련기사 더보기는 2007년 11월 매거진`더뮤지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