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컬처] [NOW IN NEWYORK] <뜻대로 하세요> [NO.170]

글 |여지현 뉴욕 통신원 사진 |Richard Termine
2017-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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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도일이 선보이는 현대적인 셰익스피어

As You Like It

<뜻대로 하세요>



존 도일이 이끄는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는 뉴욕의 다운타운 유니언 스퀘어 남쪽에 위치한 곳으로, 올해 50년을 맞은 작은 극장이다. 1967년, 어퍼웨스트에 있는 100석 규모의 극장에서 출발해 1970년대에 마차 차고로 사용되던 곳을 블랙박스 시어터로 개조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좌석 배치에 따라 150~200명의 관객이 수용 가능한 소규모 극장이다.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는 예술감독의 지휘하에 시즌제로 운영되는데, 지난 2016년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존 도일은 우리나라 뮤지컬 팬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인물이다. 2006년 브로드웨이에 오른 <스위니 토드> 리바이벌 버전의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았으니 말이다. 당시 존 도일은 빈 무대에서 배우들이 직접 악기 연주를 하게 했는데,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다. 그 외에도 손드하임의 <컴퍼니>나 최근 브로드웨이에서 인기를 끈 <컬러 퍼플> 등 음악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인정받는 연출가다. 존 도일은 2003년부터 12시즌 동안 극장을 이끌어온 브라이언 쿨릭(한 시즌에 적어도 한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로 잘 알려진 스타 배우를 캐스팅해 극장의 입지를 굳혀온 인물이다)의 뒤를 이어 예술감독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브라이언 쿨릭 재임 기간에 손드하임의

<패션> 같은 큰 규모의 작품을 작은 무대에 맞게 변형해 올리기도 하고 2013년부터는 부예술감독 직을 맡아 극장과 관계를 지속해 왔다. 지난 2016년 여름 예술감독으로 임명된 후에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원작으로 한 무대나 손드하임의 <태평양 서곡>, <갓스펠> 등의 연출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지난 9월, 새롭게 무대에 올린 작품은 우리에게 <위키드>의 작곡가로 친숙한 스티븐 슈왈츠가 음악을 맡은 셰익스피어의 희극 <뜻대로 하세요>이다.



셰익스피어의 현대적(?) 재현


‘고전의 현대적 적용’. 고전을 새롭게 각색해 현대의 관객들에게 선보인다는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의 운영 방침을 생각해 봤을 때,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더없이 적절한 재료임이 분명하다.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는 뉴욕 롱아일랜드에 위치한 부유한 지역 새그하버의 지역 극장과 협업해 <뜻대로 하세요>를 만들었는데, 뉴욕 입성 전에 새그하버 극장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총 5막 4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로잘린드와 올란도의 사랑이 이야기의 중심축이다. 로잘린드의 아빠는 동생에게 권력을 뺏긴 후 숲으로 쫓겨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로잘린드 역시 궁정에서 쫓겨나 남장을 하고 아빠가 있는 숲으로 간다. 그리고 친형에게 쫓겨나 숲으로 도망친 올란도가 로잘린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 외에 로잘린드의 사촌인 셀리아나 로잘린드와 함께 궁을 나온 광대 터치스톤, 올란도의 형 올리버, 남자 목동 실비우스와 여자 목동 피비 등 로잘린드와 올란도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뜻대로 하세요>는 열 편이 넘는 셰익스피어의 다른 희극(어떤 작품들은 별 다른 논란 없이 희극으로 분류되지만, 어떤 작품들은 희극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해 분분한 의견이 있기 때문에 정확히 몇 편이라고 꼬집어 말하기 힘든 면이 있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웃기지만, 그의 가장 유명한 희극인 <십이야>나 <한여름 밤의 꿈>처럼 잘 알려지고 자주 공연되는 작품 중 하나다. 아마 셰익스피어의 가장 유명한 대사 중 하나인 ‘All the world’s a stage(세상은 연극 무대다)’가 나온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또한 셰익스피어 희곡에 자주 쓰이는 설정(남장 여자를 남자로 오인해 발생되는 혼란)이 나오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유머러스한 상황이 연출되는 요소가 많다는 점도 자주 공연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 프로덕션은 바로 이런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전막 공연에 3시간은 족히 걸리는 작품을 현대 관객들에게 맞춰 100분으로 줄인 것은 이 작품이 지닌 ‘즐거움’을 놓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현대의 숲속에서 길을 잃다


<뜻대로 하세요>는 블랙박스 시어터 구조를 활용해 극장 삼면에 관객 의자를 배치했다. 무대에는 커다란 궤 한 짝과 피아노 한 대, 몇 개의 의자만이 놓여 있을 뿐이다. 무대 뒤쪽은 마치 런던의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17세기에 셰익스피어 작품을 공연하던 극장을 재현한 야외극장)처럼 2층 공간에 무명천 커튼을 달아놓아 가려져 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숲속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존 도일이 이러한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싶다. 2층 구조의 세트와 별 다른 장식이 없는 빈 무대, 벽돌의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벽을 활용한다는 점 또한 글로브 극장을 떠오르게 한다. 객석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끄는 것은 배우들이 연기하는 공간 위로 각각 다른 길이로 매달려 있는 도토리 모양의 LED 조명등이다. 녹색 빛의 조명등은 무대 곳곳에 존재하는 나무 패널과 함께 ‘숲’이라는 공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데, 상황에 따라 형형색색의 사탕 같은 빛을 띠며 사랑이 꽃피는 마법의 숲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엇보다 LED 조명은 전체적으로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의상 역시 시대를 고증하는 대신 전반적으로 작품이 지닌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시대적 배경과 상관없이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러한 선택을 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통일성이 부족해 때론 성의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 올란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농장 일꾼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있는데, 귀족 집안의 자제로 나오는 장면에서도 같은 의상을 입고 있어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혼란을 야기한다. 차라리 특정한 한 가지 스타일을 지향하지 않고 좀 더 중립적인 느낌의 의상을 입고 소품으로 각 캐릭터의 성격과 극 중 상황 특징을 잡아냈더라면 시각적으로 훨씬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가 <뜻대로 하세요>를 현대화하기 위해 택한 또 하나의 방법은 앞서 잠깐 얘기한 것처럼, 원작을 대폭 축소한 것이다. 3시간짜리 원작을 100분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였을까. 이야기가 매끄럽게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셰익스피어 원작의 원어가 지닌 매력이 많이 잘려 나간 것은 못내 아쉬웠다. 또한 극 중간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말을 걸거나 관객 한 명을 무대로 불러내는 등 요즘 공연의 트렌드인 관객 참여적인 연출을 시도한 점 역시 아쉽다. 물론 흥미 유발을 위한 설정인 만큼 관객들의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작품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동떨어져 얕은수로 보이기 때문이다. 관객과의 연결 고리를 위해 대의를 희생한 것은 아닌지, 고전의 현대화라는 명목 아래 작품의 내실을 잃은 건 아닌가 하는 의문만을 남긴다.



빛을 발하는 스티븐 슈왈츠의 음악


<뜻대로 하세요>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스티븐 슈왈츠가 작곡한 음악이다. 존 도일은 이전에 선보인 액터 뮤지션 뮤지컬 작품들처럼 이번에도 배우들에게 피아노, 더블 베이스, 바이올린 등 몇몇 개의 악기 연주를 맡기는데, 이는 셰익스피어의 언어가 지닌 내재적인 음율과 스티븐 슈왈츠가 만들어낸 다양한 장르의 선율을 만나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스티븐 슈왈츠의 음악은 작품의 분위기를 살릴 뿐 아니라 관객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특히 숲으로 쫓겨난 공작이 우연히 마주친 올란도를 보고 그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부르는 발라드풍의 노래가 인상적이다. 원작에서는 공작이 아닌 음악을 담당하는 그의 시종이 노래를 부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공작이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하는데 현대화에 어울리는 설정이라 그런지 무척 효과적이었다. 또 로잘린드의 광대인 터치스톤이 자신이 사랑하는 양치기 아가씨 오드리드와 함께 부르는 노래 역시 오드리드 역의 배우가 직접 우쿨렐레를 연주한다. 이러한 설정은 천진한 캐릭터의 성격과 알콩달콩하게 사랑을 이야기하는 극 중 상황에 잘 어울렸다. 복잡한 안무 없이 머리를 가볍게 움직이거나 다리를 살짝 흔드는 동작으로 두 캐릭터의 사랑스러움을 살린 점도 좋았다.


음악이 들어간 장면에서 오히려 작품의 매력이 살아났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오히려 음악을 더 적극적으로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여름 퍼블릭 시어터의 사회사업의 일환인 퍼블릭 웍스(매년 여름 센트럴파크에서 무료로 열리는 페스티벌 ‘셰익스피어 인 더 파크’에 지역 공동체 단체의 일원들이 만든 뮤지컬을 출품시키는 사업)가 같은 작품으로 뮤지컬 <뜻대로 하세요>를 만들어서 그와 반대로 음악의 사용을 최소화했는지 모르겠지만, 셰익스피어 언어의 음율을 살린 스티븐 슈왈츠의 음악을 더 듣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2017년 현재에 셰익스피어의 희극이 갖는 의미


이번 공연을 보고 나서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가 고전 작품을 위주로 공연하는 극단이라고 해도 무수한 고전 작품 가운데 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아마 공연 자체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의문이 남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번 작품이 시대적 상황과 아예 동떨어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작품 곳곳에 2017년 현재의 상황을 담은 부분들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모든 커플에 의도적으로 백인과 흑인을 캐스팅해 교차 인종 커플을 만든 점이나, 가장 유명한 대사를 원작과 다른 성별의 배우에게 맡긴 크로스젠더 캐스팅 등이 그렇다. 때문에 존 도일 예술감독 이전에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가 걸어온 길을 생각해 봤을 때 이 정도면 좋은 시작이 아닐까 싶다. <뜻대로 하세요> 다음 작품으로 미니멀한 공연을 선보여온 젊은 극단 피아스코의 <십이야>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도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는 좀 더 지켜보고 싶은 단체임이 분명하다. 자신만의 확실한 색깔을 지닌 연출가 존 도일이 예술감독으로서, 또 연출가로서 클래식 스테이지 컴퍼니의 미래를 좀 더 고민해 보길 바란다.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70호 2017년 11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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