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브로드웨이에서 새로운 뮤지컬 <타이틀 오브 쇼(title of show)>가 시작됐다. 이 뮤지컬은 뉴욕 뮤지컬 공연제(New York Musical Theatre Festival)에서 히트를 거뒀고, 오프브로드웨이(Off Broadway) 프로덕션으로 3개의 오비 어워즈(Obie Awards)를 수상했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브로드웨이 프로덕션이 탄생했으며, 공연을 올리고 한 달 여가 지난 지금까지 뉴욕 타임즈, 뉴욕 데일리뉴스, 더 뉴요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등 주요 매체에서 좋은 리뷰를 이끌어내고 있다.
<타이틀 오브 쇼>의 주요 모티브는 뮤지컬 창작 그 자체이다. 헌터(Hunter)와 제프(Jeff)는 뮤지컬 페스티벌을 앞두고 데드라인 전에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뮤지컬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창작 작업 자체가 흥미로운 플롯이라고 생각하고, 그 상황 자체를 뮤지컬로 만든다. 뮤지컬 자체가 이 뮤지컬의 세팅(setting)이 되고, 창작자 자신들이 등장인물이 되는 것이다.
두 명의 남자 배우, 헌터(Hunter)와 제프(Jeff),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수잔(Susan)과 하이디(Heidi)는 노바디(nobody)이자 에브리바디(everybody)를 연기하며, 무대를 채워나간다. 배우로 등장하는 제프 보윈(Jeff Bowen)은 실제로 이 뮤지컬의 음악과 가사를 담당했으며, 헌터 벨(Hunter Bell)은 대본을 담당했다. 그들의 쇼가 실제 상황을 반영하며, 쇼를 만들고 있는 그들의 실제 상황이 또 다른 쇼가 되어 관객들에게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타이틀 오브 쇼>의 뮤지컬 스코어들은 ‘더 스타 리저(The Star-ledger)’에서 평했듯이 <애비뉴 큐(Avenue Q)>, <스펠링 비(Spelling Bee)>와 같은 스타일로 경쾌하고 밝다. 특히 ‘Two Nobodies in New York’이나 ‘Secondary Characters’ 같은 삽입곡에서는 재치가 넘치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사로 젊은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가사 없이 A, D, D 등의 코드로 불리던 노래 ‘Untitled Opening Number’ 가 ‘An Original Musical’를 거쳐 ‘I Am Playing Me’ 에서 ‘Nine People`s Favorite Thing’로 발전하는 것을 들으며 뮤지컬이 완성되어 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뉴욕 타임즈의 사라 크럴위치(Sara Krulwich)는 리뷰에서 <타이틀 오브 쇼>가 “요즈음 비싸게 제작되고 있는 다른 어떤 브로드웨이 쇼보다 정답고, 겸손하며, 훨씬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메가톤 급의 흥행행진 중인 ‘위키드(Wicked)’나 ‘라이온 킹(Lion King)’처럼 오랫동안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할 것이고, 비평가들의 취향인 ‘스프링 어웨크닝(Spring Awakening)’처럼 모든 방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진 못할지라도, 이 뮤지컬만의 차별화된 개성으로 어떤 뮤지컬보다 폭발적인 재미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로드웨이에는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과 같이 20년이 넘게 공연되며 클래식으로 불리는 뮤지컬이 있는가 하면, 디즈니 만화를 원작으로 하여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인어공주(A Little Mermaid)> 같은 패밀리 쇼도 있고, 뉴욕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배경으로 하여 인생을 노래하는 <인 더 하이츠(In the Height)>나 <렌트(Rent)> 같은 작품도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이처럼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공연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작품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는 오프 브로드웨이를 빼놓을 수 없다.
오프 브로드웨이는 100석 에서 499석 사이의 관객석을 가진 극장에서 공연된다. 더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진 소규모의 공연답게 실험적이면서도 도전적인 작품들이 많이 있는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브로드웨이에 비해 대중적이지는 않다. 비영리로 제작하는 작품도 있지만, 몇몇 프로덕션은 오프 브로드웨이를 틈새시장으로 보고 상업적인 성공을 목표로 극장을 장기간 내주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산업 시스템을 바탕으로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된 많은 작품들이 브로드웨이로 옮겨가 상연되었다. 올해 토니 어워즈에서 베스트 뮤지컬상을 받은 <인더하이츠>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먼저 올려진 경우이고, 이 외에도 <코러스 라인(A Chorus Line)>, <갓스펠(Godspell)>, <애비뉴 큐(Avenue Q)>, <렌트>, <스프링 어웨크닝(Spring awakening)>, <패싱 스트레인지(Passing Strange)> 그리고 <조지와 함께 일요일 공원에서(Sunday in the park with George)>등이 있다.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브로드웨이 쇼에 열광하는 세계의 뮤지컬 팬들은 브로드웨이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만든 오프 브로드웨이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 작은 무대들을 바탕으로 문화적인 깊이와 상품성을 고루 갖춘 뮤지컬들이 탄생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 민지혜(뉴욕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