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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VIEW] <데드 독> [No.151]

글 |배경희 사진제공 |LG아트센터 2016-04-12 4,901

스타일리시한 혁신의 무대, <데드 독>



창의성이 돋보이는 무대로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국의 유명 극단 니하이 시어터가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될 니하이 시어터의 작품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일반적인 뮤지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데드 독>. 영국의 소규모 극단으로 출발해 전 세계에서 투어 공연을 펼치는 인기 극단으로 성장하기까지 흥미로운 행보를 보여온 니하이 시어터를 되짚어본다.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 니하이 시어터 

  


오늘날 영국의 가장 혁신적인 극단으로 꼽히는 니하이 시어터의 역사는 1980년 어느 시골 학교 교사의 독특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극단의 창립자인 마이크 쉐퍼드는 당시 연극에 대한 꿈을 접은 후 고향인 콘월 주로 돌아가 교사직을 맡고 있었는데, 여가 시간에 동네 사람들을 모아 연극 워크숍을 열었던 게 바로 니하이 시어터의 시작이다. 전문 배우가 아닌 연기 훈련을 받은 경험이 없는 동네 사람들이 워크숍에 참여했다는 점이 워크숍 초기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농부와 전기공, 간판장이처럼 대부분 평범한 직업의 다양한 이들이 참여한 마이크 쉐퍼드의 연극 워크숍은 퍼포먼스 형태에서 점차 한 편의 공연 형식으로 발전해 갔고, 이는 극단 창단으로 이어진다.


‘무릎 높이(Knee High)’를 뜻하는 극단 이름처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목표로 하는 니하이 시어터는 마을 회관이나 오래된 성, 채석장 등 극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곳에서 관객과 만나며 점차 극단의 이름을 알려간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에 있는 배우들이 발산하는 날것의 생생한 에너지와 대중에게 익히 잘 알려진 친숙한 소재를 강렬한 비주얼로 그려내는 혁신적인 스타일은 관객들을 니하이 시어터에 열광하게 했다. 꾸준한 공연으로 명성을 쌓은 니하이 시어터는 창단 30여 년 만에 영국을 벗어나 세계 시장에 진출하게 되는데, 2008년의 화제작 <밀회(Brief Encounter)>는 그해 미국으로 건너가 토니상 두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는 국내에서 사랑받는 유럽 뮤지컬 <레베카>를 니하이 시어터 특유의 스타일로 새롭게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21세기 펑키 뮤지컬로 재탄생한 <거지 오페라>


국내에 소개되는 니하이 시어터의 2014년 최신작 <데드 독><원제: Dead Dog In A Suitcase (and other love songs)>은 1728년 영국의 작곡가 존 게이지가 쓴 발라드 오페라 <거지 오페라>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당대의 영국 귀족 사회를 뒷골목에 비유하는 신랄한 풍자와 런던 하층민의 삶을 익살스레 묘사해 초연 당시 큰 성공을 거둔 <거지 오페라>는 18세기 최고의 히트작이자 영국 뮤지컬의 기원이 됐다고 평가받는 작품. 현대 서사극의 창시자로 불리는 브레히트를 세계적인 극작가의 자리에 올려놓은 음악극 <서푼짜리 오페라> 또한 <거지 오페라>를 원작으로 하는 번안극이다.


브레히트의 1928년 작 <서푼짜리 오페라>가 19세기 후반 런던 뒷골목을 배경으로 악덕 사업가와 걸인, 조폭 두목, 고위 경찰 등을 내세워 비인간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면, <데드 독>은 21세기 현재로 배경을 옮겨와 현 시대에 맞는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현대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살인 청부업자, 현대판 로빈 후드, 비리를 저지르는 기업가 등이 그 주인공이다. 살인 청부업자 맥히스가 자신의 고용주인 교활한 사업가 피첨의 딸 폴리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니하이 시어터의 창립자이자 예술감독인 마이크 쉐퍼드가 직접 <데드 독>의 연출을 맡았으며, 200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유-카르멘 에카옐리차>로 황금곰상을 받은 지휘자 겸 작곡가 찰스 헤이즐우드가 음악을 썼다. 포크 발라드, 디스코, 뉴 웨이브, 펑크, 힙합 등으로 쓰인 버라이어티한 음악과 영국의 전통 인형극 형식을 차용한 기발한 무대는 <데드 독>의 흥미를 더해 주는 요인 중 하나. 유명 안무가 매튜 본이 이끄는 뉴 어드벤처스의 창단 멤버이자 부예술감독으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안무가 에타 머핏이 담당한 안무 또한 신선한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2014년 초연 당시 영국 전역에서 투어 공연을 펼치며 인기를 끌었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선정한 그해의 베스트 공연 10위 안에 선정돼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4월 21~24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1호 2016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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