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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PEOPLE] <더뮤지컬> 오픈 스테이지 첫 번째 무대, 한정림의 음악 일기 [No.109]

글 |이민선 사진 |박진환 2012-10-16 4,871

 

‘더뮤지컬 오픈 스테이지(The Musical Open Stage)’는 본지가 국내 뮤지컬 아티스트가 주관하는 콘서트나 창작뮤지컬 쇼케이스 등을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그 첫 번째 스테이지는 작곡가 및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정림의 음악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한정림의 음악 일기>이다. 한정림에게 미리 듣는 콘서트 준비 노트.

 

 


<한정림의 음악 일기>라는 제목으로 공연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2006년 4월에 동숭아트센터에서 첫 공연을 올렸어요. 제가 작곡한 곡을 들어본 공연 기획자가 작곡 발표회처럼 열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서 시작하게 됐죠.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지만, 클래식 말고도 팝과 재즈 등 다양한 장르로 곡을 만들거든요. 그간 작업의 결과물들을 모아서 발표하게 됐고, 반응이 좋아서 이후로도 꾸준히 예술의전당과 국립극장 등에서 1년에 두 번 정도 공연했어요. 이번 공연은 30개월 만에 다시 하는 거예요.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공연 준비할 여력이 없었거든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일 년쯤 됐는데, 이제는 슬슬 다시 시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향에 돌아오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여는 공연이고 여러모로 좀 더 의미 부여가 되겠군요.

네, 마음가짐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함께 음악 하는 친구들끼리 한번 재밌게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즐겼는데, 이젠 곡을 쓸 때도 좀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임하게 되고, 이미 경험했던 공연인데도 모든 것을 재정비하게 돼요.


 

이 콘서트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나요?

처음부터 <한정림의 음악 일기>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했어요. 뮤지컬 파트와 팝 앤 재즈 파트. 제가 쓰고 있는 뮤지컬 작품을 쇼케이스 형식으로 소개하는 것이 한 부분이고, 평소에 작곡해둔 팝이나 재즈, 탱고 등의 곡을 들려드리는 게 두 번째 파트죠.

 

이번 콘서트에서는 어떤 뮤지컬 작품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지금 연극 <짬뽕>을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열 곡 정도를 써둔 상태지만, 이번 콘서트에서는 오프닝곡 과 엔딩곡, 여자 솔로곡까지 간략하게 세 곡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전체 작품에서 제일 중요한 곡들이라 들려드리고 반응을 좀 살펴보려고요. 제가 출강하고 있는 단국대 학생인 배우 이하나와 한규정이 출연해주기로 했어요. 제가 직접 진행하면서 간단하게 장면 설명을 해드리고 배우들은 노래를 부를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는 한 작품 더,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을 뮤지컬로 개발 중인데 그 음악도 들려드릴 거예요. <눈의 여왕>은 기존의 뮤지컬 형식과는 다른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뮤지컬 넘버도 발레 음악처럼 클래식에 가까울 거예요. 그런데 이번 콘서트 때는 오케스트라 편성을 하는 게 아니어서, 콘서트 악기 편성에 맞게 클래식 기타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함께하는 소규모의 어쿠스틱한 느낌으로 편곡하려고요.

 

콘서트 밴드는 어떤 악기들로 편성되나요?

제가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과 첼로, 키보드가 둘, 일렉 베이스와 콘트라베이스, 일렉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드럼까지, 이렇게 구성됩니다. 쇼케이스에서 오케스트라 색채감을 전달하기는 무리라서, 이번에는 노래 위주로 편곡했어요. 후에 <눈의 여왕>의 정식 공연을 하게 된다면 좀 더 클래식한 느낌으로 풍성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들려드릴 수 있겠죠.

 

이렇게 소개되는 작품들은 후에 완성된 창작뮤지컬로 볼 수 있겠죠?

예전에는 그런 욕심이 없었어요. 콘서트 때마다 늘 새로운 뮤지컬 곡을 선보였는데, 그걸 더 발전시키기보다는 재밌게 만들었다는 데 그쳤거든요. 그렇게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 작품들을 좀 더 발전시킬 생각이에요.

 


2부에서 들려주실 음악들도 소개해주시죠.

두 번째 파트로 넘어가기 전에, 인터미션은 없지만, 특별 게스트가 나와서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노래를 불러주실 거예요. 뮤지컬 파트의 엔딩곡이 조금 슬퍼서 분위기를 전환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거든요. 뮤지컬 배우 홍지민 씨와 김다현 씨, 그리고 여성 듀오 다비치의 이해리 씨가 게스트로 나와 주실 거예요. 지민 씨와 다현 씨는 1회 <한정림의 음악 일기>부터 쭉 참여해주셨어요. 제가 콘서트를 연다고 하면 바쁜 데도 불구하고 의리 있게 달려와 주시죠. 해리 씨는 <천국의 눈물>에서 함께한 인연으로 계속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요. 제가 작곡한 발라드 및 스윙, 블루스 곡 중에서 각자에게 맞는 걸 골라달라고 했어요. 각자 두 곡을 골라서 불러주실 거고요. 2부는 보컬이 있는 세 곡과 연주곡들로 구성했어요. 아버지의 일흔 번째 생신 때 아버지의 인생을 담아 쓴 탱고 음악, 쏟아지는 소나기를 보고 그 시원함을 표현한 ‘샤워’라는 제목의 펑키한 색소폰 연주곡, 어머니가 살아생전에 좋아하셨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피아노 솔로로 편곡해 들려드릴 겁니다. 소설가 한강 씨와 함께 그녀의 작품 『왼손』을 뮤지컬로 작업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 쓴 엔딩곡 ‘탱고 아파시오나토’도 연주하려고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직접 만든 곡들을 발표할 기회가 있다는 건 무척 행운인 것 같아요.

그렇죠. 관객들은 창작자들의 결과물을 ‘좋다, 나쁘다’로 평가하게 되잖아요. 창작자가 어떤 과정을 거쳤고 어떻게 이런 결과물이 나왔는지는 알 수 없고, 창작자도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요. 각자 취향이 다르니 결과물이 누구에게나 좋을 수는 없잖아요. 창작 과정 자체를 존중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전 변명할 기회가 있으니 행운이죠. 음악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그 과정에 대해서 상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조금씩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그런 의도를 떠나서 일단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편히 음악을 듣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요. 그리고 음악이 그들의 마음을 치유 또는 정화했으면 좋겠고요. 더 많은 분들이 오셔서 제 음악을 즐기다 가시면 그걸로 충분히 좋죠.


<한정림의 음악 일기>가 나중엔 어떤 모습이 되길 바라시나요?

어디서든 공연할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지금은 저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아서, 길거리에서 공연을 한다면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될 수도 있어요. 어느 정도 대중적으로 검증받아서 제 음악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 거리나 공원에서 연주한다든가, 몸이 불편하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돼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음악을 전하고 싶어요. 제가 더 크고 잘될수록, 제 공연의 규모는 작아질 것 같아요.


10월 11일 ~ 13일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 109호 2012년 10월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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