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뮤지컬&컬처 | [핫뮤지컬] <13> 열셋, 호기롭게 웃다 [N0.111]

글 |이민선 사진제공 |TheFunFactory 2012-12-10 4,403

최근 대중매체에서 언급되는 뉴스들을 보면 아역 배우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드라마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 등장해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하는 예는 물론, 영화에서 당당히 주인공으로서 관객을 사로잡는 아역 배우도 꽤 많다. 이들은 어린이 특유의 귀여운 외모와 성인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짧은 노출 시간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곤 한다. 뮤지컬에 아역이 등장하는 경우는 비교적 적지만, 무대에 선 아역 배우의 연기와 노래는 역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낸다. 어린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해 극을 주도하는 뮤지컬은 더욱 드문데, <애니>와 <빌리 엘리어트> 정도를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곧 국내에서 초연하는 <13>이 그다음 명단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13>을 책임지고 있는 아역 배우들이 얼마만큼의 재능과 노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개막이 기다려진다.

 

 

제목 ‘13’은 등장인물들의 나이와 수를 의미한다.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13>은 열세 살을 맞는 주인공 에반과 그의 친구들이 그들의 시선에서 십대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무대에 오르는 열세 명의 등장인물은 모두 (극 중 나이가) 열세 살로, 성인 배우는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게다가 6인조 라이브 밴드 역시 십대로 이뤄져 있다. 그만큼 십대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담긴 작품이다. 이런 시도는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로도 보기 힘들 것이다.

 

<13>은 에반의 자기소개로 시작된다. 유태인에게 열세 살의 성인식은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일이라 에반 역시 멋진 파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식 직전, 그의 부모님은 갑작스레 이혼을 선언하고, 그 때문에 그는 여태껏 살던 뉴욕을 떠나 인디애나로 이사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작은 시골 동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야 하는 에반의 지상 최대의 관심사는 교내에서 인기 많은 미식축구부 스타 브렛의 환심을 사서 최대한 많은 친구들을 성인식 파티에 초대하는 것이다. 인생의 목표를 위해 에반은 브렛이 친구가 되는 조건으로 제시한 다소 까다로운 요구 사항도 기꺼이 들어주려 한다. 하지만 인디애나에서 처음으로 가까워진 옆집 소녀 패트리스와 퇴행성 신경근 장애로 다리가 아픈 아치 등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역시 원만하게 풀어가려다 보니, 잔꾀 많은 에반에게도 친구 사귀기는 보통 일이 아니다. 그의 고군분투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사건들을 뒤쫓다 보면 웃음이 나고, 결국 에반이 얻는 것이 무엇인지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주인공은 유태인이고 배경은 미국 인디애나지만, 십대들이 겪는 일상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다르단 생각에 자발적 왕따를 당하는 패트리스, 남들이 뭐라든 주눅 들지 않는 4차원 캐릭터의 아치, 운동 잘하고 인기는 많지만 조금 단순하고 멍청한 브렛, 그런 브렛 옆에서 악동 역할을 하는 말콤과 에디, 예쁘지만 백치미가 흐르는 켄드라, 다정한 척하면서 친구의 남자를 여우같이 가로채는 루시 등의 캐릭터는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이성에 눈을 뜨고 원하는 여자 친구와의 키스를 꿈꾸는 소년이나 진정한 친구를 갖기 바라는 소녀의 모습은 모든 관객의 과거 또는 현재, 혹은 미래일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말이다.

 

십대들이 등장해 그들의 고민을 털어놓는 작품이라고 해서 유치하게만 생각해선 안 된다. <13>을 작사·작곡한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은 <퍼레이드>와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로 토니상과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에서 음악상을 받아 실력을 인정받은 뮤지션이다. <13>에서도 그 특유의 다양한 장르 소화력을 보여준다. 팝과 록, 컨트리 뮤직, 세미클래식 스타일의 뮤지컬 넘버는 아이들 수준에 맞춰 쉽게 쓴 곡이라고 볼 수 없다. 성인 배우들도 어려워할 만큼 수준급이라는 게 조선아 음악감독의 귀띔이다. 원곡의 힘도 강하지만 한국말로 불러서 더욱 아름다운 곡들도 있다고 하니 음악 감상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십대 남자 배우들 중 막 변성기를 겪기 시작한 이들이 있다는 점은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종석 연출가와 조선아 음악감독이 한국 초연을 이끄는 가운데,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의 이주노가 안무가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이주노는 그의 경력을 십분 활용해, 힙합과 스트리트 댄스 안무로 십대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젊은 감각을 표현한다. <빌리 엘리어트>와 <소리 도둑> 등에서 뮤지컬 아역 배우로 인기를 얻었던 정진호와 김범준, 박도연, 이수빈 등이 출연한다. 이 작품으로 뮤지컬 데뷔를 하는 배우들도 많다. 이들이 아역 배우 전성시대에 한몫할지는 곧 공연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12월 1일~31일 /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 1577-3363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11호 2012년 1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