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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서울예술단 이용진 이사장·최종실 예술감독, 더 큰 세상으로의 도약 [No.150]

글 |나윤정 사진 |심주호 2016-03-23 6,048

서울예술단 이용진 이사장·최종실 예술감독, 더 큰 세상으로의 도약



서울예술단이 어느덧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그들이 걸어온 지난 30년의 역사는, 지금 서울예술단의 도약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30년의 역사를 발판으로, 다시금 새로운 전진을 알리는 서울예술단. 지금 그 방향은 어디로 향해 있을까? 서울예술단을 이끌고 있는 이용진 이사장과 최종실 예술감독에게 서울예술단의 미래를 들어보았다.



‘악(樂)’을 살린 무대


서울예술단이 올해로 창단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서울예술단의 지난 30년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최종실  서울예술단의 30년이 곧 우리나라 뮤지컬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예술단이 있었기에 지금의 뮤지컬이 발전하고 대중화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도 뮤지컬계의 발전을 위해 분발해야겠지요. 창단 30주년을 맞이한 지금이, 더 큰 세상에 우리 뮤지컬을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이용진  서울예술단은 문화 예술이 척박했던 시절에 뮤지컬의 뿌리를 내려줬습니다. 지금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뮤지컬 종사자들 중에 서울예술단 출신이 많습니다. 그들이 제 역할을 잘해 주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뮤지컬이 더욱 발전할 수 있었어요. 그만큼 서울예술단의 지난 30년은 단체만의 역사가 아니라 한국 공연계 내에서도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이용진 이사장님은 지난해 3월, 최종실 예술감독님은 지난해 6월 취임하셨는데요. 외부에서 바라본 것과 취임 후 느끼게 된 서울예술단에 차이가 있었을 듯합니다. 취임 후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최종실  취임 전에, 서울예술단을 두고 정부 예산을 낭비하는 단체가 아니냐는 쓴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요. 안타까웠죠. 그런데 막상 취임을 하고 내부에서 바라보니, 그동안 서울예술단이 일궈놓은 것이 참 많았습니다. 외부에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창단 30주년이란 시간을 통해 서울예술단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낍니다.

이용진  그동안 서울예술단에게 늘 따라왔던 문제가 있습니다. 도대체 정체성이 무엇이냐? 밖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기 때문에, 참 정의 내리기 어려운 문제였지요. 그런데 취임 후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이미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확립이 되어 있는 것이었어요. 가무극이란 틀 속에서, 작품을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한국적인 소재를 무대화하는 것도, 서울예술단이기에 가능한 것이고요. 지금은 그 정체성을 기반으로, 서울예술단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냐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서울예술단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6년 서울예술단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최종실  서울예술단은 결국 작품을 통해 평가받지 않겠습니까. 올해는 레퍼토리 두 편과 신작 두 편을 무대에 올립니다. 레퍼토리는 그간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아온 <윤동주, 달을 쏘다.>와 <잃어버린 얼굴 1895>, 신작은 통일을 테마로 한 <국경의 남쪽>과 창단 30주년 메인 프로그램인 ‘글로벌 판타스틱 <놀이>’입니다. 특히 <놀이>를 기획한 것은 국가 브랜드 공연을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글로벌 시대인 만큼,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작품을 창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거지요. 이것이 앞으로 서울예술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합니다.

이용진  가장 큰 목표는 관객들이 찾는 작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국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한 서울예술단의 창작 가무극은 민간 단체의 작품과는 분명히 차별화를 이룹니다. 이런 측면에서 자부심과 소명감을 가지고, 많은 관객들이 찾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합니다.


5월에 개막하는 <국경의 남쪽>은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남북 관계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기획된 작품인가요? 

최종실  ‘통일’은 우리 국민들의 꿈입니다. 서울예술단의 창작 취지에도, 통일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예술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이 나와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이런 취지를 살려 ‘통일’이란 화두를 선택했습니다. 남북 교류를 이룰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예술 아니겠습니까? 물론 남북 교류뿐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젊은 관객들에게 통일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리고 싶은 목적도 있습니다. 또 하나, 이 작품을 통해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로와 전국의 극장, 어디든 찾아갈 수 있는 중소극장 규모의 작품으로 제작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신작 중 한 작품은 중소극장 규모로 제작해, 더 많은 관객들을 찾아 나설 계획입니다.

이용진  서울예술단은 주로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극장 사이즈에 작품을 맞추다보니, 제약이 생기는 부분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무대의 규모가 크고, 출연 배우들이 많다보니 지방 투어에 한계도 있었죠. 지방이나 해외 등 언제 어디로든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국경의 남쪽>은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공연해, 관객층을 다변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했습니다. 무대도 이 극장 규모에 맞춰 제작될 예정입니다. 이 작품이 국민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레퍼토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실 ‘통일’이라는 것이 참 다루기 힘든 소재입니다. 자칫하면 굉장히 무겁고, 그렇다고 가볍게 다루어서도 안 되니까요. 예술감독님이 통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하면 쉽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하셨습니다. 남북 간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거라 기대합니다.


8월 초연하는 ‘글로벌 판타스틱 <놀이>’는 향후 서울예술단의 방향성을 짐작하게 만듭니다. 이 무대에 중점을 둔 것은 무엇입니까?

최종실  이야기는 서울예술단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4명의 단원들이 스페인, 미국, 서아프리카 등 세계 5개국으로 소리 여행을 떠나, 그 나라 특유의 문화 예술을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브랜드 작품을 제작해 발표하는 내용입니다. 단원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연주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불어 기획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해 준비하는 작품입니다. 국내 뮤지컬이 해외 시장에서 롱런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음악은 국경이 없지만,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소통에 어려움을 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를 보완해 자막을 이용하지 않고도 누구나 쉽게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전 세계인이 함께 놀고 즐길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용진  그동안의 뮤지컬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될 겁니다. 예술감독님이 강조하는 것이 가무극에 ‘악(樂)’을 더하는 것입니다. ‘소리’는 전 세계 어디든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니까요. 서울예술단의 ‘악(樂)’이 다른 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어떠한 시너지를 내고, 어떤 소리를 만들지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악(樂)’을 살리는 시도가 서울예술단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것 같습니다.

최종실  뮤지컬에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음악입니다. 음악이 없으면 뮤지컬 단체라 할 수 없는 것이지요. 물론 음악 연주를 객원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단원들이 직접 맡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단원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거기에 음악 연주까지 한다면 극의 생명력이 더욱 강해질 테니까요. 사실 처음 단원을 뽑을 때, 음악적인 측면에서 연주 파트를 고려했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그런 환경이 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30년을 거치면서 이 점이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다행히 지금 단원들 중 충분히 음악적인 기량을 가진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런 단원들에게 좀 더 기회를 주고자, 강사를 초빙해 지도도 하고, 단원들끼리 ‘악’을 살리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차기 작품을 위해 단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그룹사운드를 만들어 발표회도 가졌습니다. ‘악’을 살리는 것은 서울예술단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단원들도 설레고 있습니다. 그동안 녹음된 음악에 맞춰 춤추고 노래했는데, 직접 연주를 하며 연기를 하니, 흥이 확 다른 거지요. 결국 그 희열을 무대로 표출하게 만드는 것이 ‘악’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위대함을 창출하는 것이 서울예술단이 앞으로 지향하는 바입니다.


11월에는 ‘놀이’의 미국 뉴욕 공연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은 서울예술단이 늘 고민해 온 부분인데, 향후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최종실  우리 뮤지컬이 국내에서만 공연되고 끝나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K-POP이 한류를 일으키며 세계 진출을 했듯이, 우리 뮤지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고민 속에서 <놀이>를 통한 뉴욕 진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떤 장르든 소통이 안 되면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소통’에 큰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놀이>가 뉴욕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용진  단순히 해외 진출을 한다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해외 진출의 방향성은 외국인이 국내에서도 이 작품을 볼 수 있게끔 만드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지요. 현재 국내 뮤지컬 시장은 라이선스를 사오는데 너무 많은 돈을 투자합니다. 이젠 외국인들도 우리 작품을 즐겨 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작품이 해외로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서울예술단이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관객층 모색


2012년 <윤동주, 달을 쏘다.>를 기점으로, 서울예술단이 선보인 창작 가무극 시리즈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용진  그간 서울예술단의 작품이 다소 무거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너무 한국적인 소재를 찾다보니 무거워진 거죠. 최근에는 소재 자체의 무거움을 던지면서, 관객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시도를 했습니다. 물론 작품성도 좋았고요. 기획 단계부터 대중과 가까이 하려는 노력을 한 것이죠. 또 하나는 단원들의 역량이 좋아졌습니다. 단원들이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열심히 합니다. 스스로 작품에 대한 자부심도 갖고 있고요. 이런 노력들이 시너지가 난 것이죠.


최근 서울예술단은 객원 단원과 내부 단원의 티켓 파워에서 차이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앞으로의 흐름은 어떻게 예상하시나요?

최종실  단원들의 인지도가 외부에서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난 30년 동안, 서울예술단은 많은 스타를 배출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작업을 해 나가는 것이 서울예술단의 임무일 것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객원을 쓰지 않고, 내부 단원만으로도 티켓 파워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단원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이용진  뮤지컬 시장에 아이돌이 각광받았지만, 결국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했습니다. 저희 단원들은 기본기가 탄탄합니다. 때문에 작품의 질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고요. 단원들이 각자 맡은 역할을 잘해 주었기 때문에 자연히 관객들도 무대를 찾지 않았나 싶습니다. 실제로 자료를 분석해 보면, 객원과 단원 사이의 티켓 파워에서 차이가 크게 없습니다. 그만큼 단원들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역량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뮤지컬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예술단이 존재해야 할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종실  무엇보다 단원들이 업그레이드되어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야 하는 시대입니다. 자칫 월급을 받고 안주하다 보면, 자기 계발을 하지 않는 단원들이 생기기 마련이죠. 이런 부분을 변화시키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지금은 항상 연습실에서 음악이 끊이지 않고, 단원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술단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순간들이죠. 단원들이 서울예술단의 미래를 꿈꾸며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 지금 서울예술단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이용진  아무래도 서울예술단이 존재하는 이유는 민간 뮤지컬 단체와의 차별성이겠지요. 흥행 논리만을 따진다면 버려야 할 부분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한국적인 소재를 찾아 무대에 승화시킨다는 것, 서울예술단이기에 가능한 것이지요. 이를 끊임없이 지켜가는 것이 저희의 역할입니다.


정체된 단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도전이 필요합니다. 취임 기간, 서울예술단을 통해 어떤 도전을 이루고 싶으세요?

최종실  해외를 가면 관광 코스에 그 나라의 전통 예술을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지 않습니까? 서울예술단의 공연들도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이 충분히 보고 즐길 수 있을 무대입니다. 이런 부분을 확장해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또, 서울예술단이 1년에 신작 2편, 레퍼토리 2편, 총 4편의 공연을 무대에 올립니다. 그 외에 소품으로 선보일 수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은데 공연할 기회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종합예술을 하는 단체인 만큼,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한국적인 소품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용진  물론 국내 시장도 중요합니다만, 이제 어떻게 공연을 세계화할 것이냐는 고민을 해야 할 단계입니다. 기존의 레퍼토리를 글로벌한 작품으로 다듬어가는 과정. 여기에 ‘소리’를 새롭게 더해 가는 시도들. 이를 통해 더 넓은 세상으로 관객층을 확대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울예술단의 ‘미래’를 예상해 본다면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미래로 나아가길 바라나요?

최종실  예술 단체의 역량이라는 것이 결국은 단원들의 실력을 향상시켜서 어디에 내놓더라도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겠지요. 결국 단원들과의 싸움인 셈이지요. 단원들이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서울예술단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이용진  모든 바퀴가 잘 굴러가야 마차가 앞으로 가지 않습니까.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창단 30주년을 맞이했고, 모두 함께 다시 공동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서울예술단은 새로 다 올 미래에서도 공연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각 파트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서로 보완해 간다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0호 2016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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