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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헤드윅: 뉴 메이크업> [No.151]

글 |배경희 사진제공 |컴퍼니다 2016-04-21 9,656

더욱 더 강렬하게  


국내 대표 스테디셀러 뮤지컬 <헤드윅>이 재정비를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2014년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공연이 브로드웨이에 올라간 변화에 발맞춰 국내 프로덕션도 새로운 모험을 감행한 것. <헤드윅: 뉴 메이크업>이라는 이름 아래 소극장 공연에서 대극장 공연으로 변신한 ‘헤드윅’의 새 얼굴을 살펴봤다.




완벽히 새로워진 무대

<헤드윅>은 주인공 헤드윅이 자신의 반쪽이라고 믿었으나 그를 배신한 록 스타 토미를 따라다니며 초라한 ‘스토킹 투어’를 벌이는 이야기다. 토미의 콘서트가 열리는 대형 스타디움 근처 허름한 모텔에서 공연하는 식으로 말이다. 극 중 헤드윅은 스토킹 투어 중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여자도 남자도 아닌 존재가 돼버린 기구한 인생 회고록을 들려주는데, <헤드윅: 뉴 메이크업>(이하 <헤드윅>)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헤드윅의 콘서트 장소가 바뀌면서 발생한다. 브로드웨이에 올라간 오리지널 프로덕션 공연은 토미가 브로드웨이의 대형 극장들이 밀집해 있는 타임스퀘어에서 콘서트를 펼치면서 헤드윅도 그를 따라 덩달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게 되는데, 국내 프로덕션도 이 설정을 따른다. 토미를 쫓아 브로드웨이까지 온 헤드윅이 흥행 참패로 막을 내리게 된 작품의 공연장을 운 좋게 하룻밤 빌리게 됐다는 설정이다(망한 작품의 세트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말이다).


이번 시즌의 무대 세트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무대 위에 산적해 있는 폐차들이다. 브로드웨이 공연이 한 대의 폐차와 무너져 내린 장벽으로 폐허가 된 듯한 도시 풍경을 그려냈다면, 국내 프로덕션은 막 내린 공연을 ‘Junk Yard(폐차장)’로 이름 짓고 기본 공간을 아예 폐차장으로 꾸며놓았다. <헤드윅>의 세트가 극장에 입장하는 순간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오픈 세트라는 점을 감안해, 관객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전할 수 있도록 여러 대의 폐차를 무대 위에 옮겨놨다는 게 김태영 무대디자이너의 설명. 공연에 사용된 서른여 대의 차량 모두 실제 폐차장에서 공수해 왔다. 또한 무대 곳곳에 폐차의 이미지를 숨겨놓았다. 마치 누군가 돌을 던져 균열이 생긴 자동차의 전면 유리처럼 보이는 무대 배경막이나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조명으로 만든 장치 등이 그러한 예다. 원 세트 무대가 전환되는 멀티 레이어드 무대로 바뀐 것도 이번 시즌의 변화 중 하나로, 버려진 자동차의 부품을 활용해 장면 전환이 이뤄지기도 한다. 버려진 자동차처럼 생명력을 잃은 듯 보이던 세트가 극 후반부에 다달아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살아나는 느낌을 주는 강렬한 반전은 이번 시즌 무대의 가장 인상적인 점이다.




무대 들여다보기


 1. 폐차                        
이번 시즌의 무대 제작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바로 폐차 구입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폼보드로 모형을 만들 경우, 차의 금속성이 자아내는 느낌을 살릴 수 없어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폐차를 공수했다. 또한 무대장치 반입구 크기에 맞게 차를 4등분해서 무대로 옮긴 후 다시 안전하게 조립해야 했기 때문에 폐차장 세트를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2. 트레일러                    
이번 무대에는 영화 <헤드윅>에 대한 오마주 장면이 등장한다. 미군 루터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헤드윅이 그에게 버림받은 후 트레일러 안에서 ‘Wig In A Box’를 부르는 장면이 바로 그것. 디자인 초기 단계에는 폐차장이 아닌 트레일러를 겹겹이 쌓아 놓은 세트를 구상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관객에게 중압감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금의 무대가 탄생했다.


 3. 영상                            
공연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배우들의 표정 전달에 한계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일. 프로덕션은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영상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어린 시절 헤드윅이 미군 방송을 들으며 록에 눈을 뜨는 중요한 장면에서는 고 퀄리티 영상을 사용해 객석에 그의 표정을 생생히 전한다.




5인 5색의 개성을 살린 의상


  


윤도현                        
실제 록커 겸 배우인 윤도현이 헤드윅 의상에 바랐던 점은 한 가지. 바로 록커의 이미지를 살리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의상은 여성스러움보다는 활동적인 록커의 느낌이 강조됐는데, 모든 출연진을 통틀어 가장 록 스피릿이 충만한 헤드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윤도현의 기본 의상은 청 베스트와 짧은 치마바지. 여기에 그의 남성스러운 골격이 최대한 슬림해 보일 수 있도록 망사 스타킹을 신는다.





조승우                       

조승우의 이번 시즌 의상 키워드는 ‘스포티 & 심플’. 화려한 장식을 배제한 심플한 의상에 트렌디한 느낌을 살리는 게 컨셉이다. 오프닝에서 화이트 목 폴라 티셔츠에 핫팬츠를 입고 하이힐이 아닌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는 이유도 그래서다. 때에 따라선 올 블랙 미니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배우의 요청 사항이었다. 어떤 의상을 입을지는 배우가 그날그날 직접 결정한다.





조정석                                    

‘헤드윅’ 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조정석의 선택은 튀는 색깔의 옷을 입는 것. 의상 컬러를 금색으로 하고 싶다는 배우의 의견을 반영해 디자인한 결과 그의 오프닝 의상은 금빛이 은은하게 도는 상의에 반짝이는 금색 핫팬츠가 됐다. 결과적으론 귀엽고 사랑스러운 헤드윅이 탄생했다고. 또 다른 의상인 블랙 미니 원피스에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장식으로 화려함을 표현했다.




정문성                        

역대 출연진 가운데 가장 가녀린 몸매를 자랑하는 헤드윅. 웬만한 여자보다 가는 그의 몸매가 한층 돋보일 수 있도록 정문성은 블랙 스키니 진에 무릎 위로 올라오는 스웨이드 부츠를 신고 등장한다. 가죽이 아닌 스웨이드 소재로 부츠를 제작한 이유는 피부에 밀착되는 소재의 특성상 각선미를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등이 훤히 파인 섹시한 드레스 역시 그의 예쁜 뒤태를 드러내기 위한 의상이다.



변요한                           

헤드윅 의상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배우의 만족도이다. 배우 스스로 여장을 한 낯선 자신의 모습에 만족해야 멋진 공연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요한의 헤드윅 의상은 스스로 가장 자신 있는 신체 부위로 꼽는 엉덩이와 다리를 강조했다. 그가 지닌 귀엽고 섹시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의상에 에나멜 소재와 레드 컬러가 사용됐는데, 헤드윅이 톤 다운된 레드가 아닌 새빨강 의상을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51호 2016년 4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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